사회를 듣는 귀

전국민 호갱님 만든 단통법, 국회의 반성은 정의당뿐?

너의길을가라 2014. 10. 16.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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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을 '호갱님'으로 만든 최악의 법인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안) 시행으로 소비심리는 차갑게 식었고, 손님의 발길이 뜸해진 판매점(대리점)들은 어쩔 수 없이 폐업을 선택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잘못된 정책의 시행이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은 실로 엄청나다. 도대체 그 책임은 누가 지는 것일까?



이쯤 됐으면 단통법을 통과시킨 국회에서 사과가 나와야 정상이다. 다행(?)스럽게도 국회 발(發) 사과가 나왔다. 하지만 사과의 주체는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도 아니었고,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도 아니었다. 정당으로서 처음으로 공식 대국민 사과를 한 건 해당 상임위인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에 한 명의 의원도 배정받지 못한 의석 수가 5석에 불과한 정의당이었다.


"잘못은 인정하는 것이 도리이다. 단통법이 서민 살림살이에 큰 부담이 됐다. 사려깊게 검토하지 못한 점을 사과드린다"



물론 정의당도 일말의 책임이 있지만, 무엇보다 지금의 사태를 야기한 근본적 책임은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미방위를 구성하고 있는 것도 두 정당이 아니던가? 국감에서 여야로부터 질타를 받았던 최양희 미래부 장관이 "단통법 자체가 의원님들 입법으로 제정된 것임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반박한 것도 (절반의 진실이긴 하지만) 무리는 아니다. 물론 새누리당의 책임이 보다 무겁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의원뿐만 아니라 함께 발의의원 명단에 소속된 나머지 9명도 모두 새누리당 의원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단통법을 대표 발의했던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은 "법의 효과가 나오려면 시간이 필요한데도 초기부터 제도 실패 등을 운운하는 것은 제도 정착의 장애요인이 된다. (제도 정착에는) 두세 달 이상은 시간이 걸린다"며 현실도피적인 발언을 하는 데 급급하고 있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은 '단통법에서 분리공시제도가 빠진 것이 휴대폰 구입비용을 높였다'면서 방송통신위원회를 비판하는 데 전력을 쏟고 있다.



분리공시제도란 통신사와 단말기 제조사의 보조금을 각각 공개하는 것이다. 이는 투명하게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단말기 출고가를 낮추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제도였다. 하지만 9월 24일 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가 단통법에서 분리공시 조항을 삭제하도록 권고했고, 방통위가 이를 수용하면서 분리공시제 도입이 전면 무산됐다. 결국 제조사의 판매장려금(보조금)은 공개되지 않게 됐다.


장병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단통법 고시에서 분리공시가 무산되며 결과적으로 보조금이 줄어들게 된 책임은 방통위에 있다"며 방통위를 꾸짖었다. 같은 당의 최민희 의원도 "분리공시 없는 지원금 공시제도로는 투명한 유통구조 정착이라는 법안의 목적 실현이 불가능하다"며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최 의원은 이동통신사업자와 제조업자가 지급하는 지원금을 분리 공시하는 내용을 담은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14일 국회에 제출했다.


물론 단통법이 '된통법'이 된 원인이 새정치민주연합의 주장처럼 분리공시제도가 빠진 것 때문이라는 지적은 그것이 전부는 아니더라도 주요한 이유라는 것은 사실이다. 이에 대해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애초에 단통법에도 문제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분리공시를 엄격히 적용하고 단말기 가격이 정상화되면 자연스럽게 요금제 차별화를 유도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단통법의 잘못된 점을 바로잡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것이 분리공시제도의 부활이든 개정안이든 간에 말이다. 그리고 한걸음 더 나아가 분리공시제도가 무산된 책임을 명확히 밝히는 것도 국회의 몫이 될 것이다. <조선일보>는 단통법을 둘러싼 힘겨루기를 "제조사와 통신사의 힘겨루기에서 제조사인 삼성전자가 이겼고 정부 내에선 방통위나 미래부가 기재부를 당해내지 못했다"라고 표현했다. <미디어오늘>이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그 핵심에는 '삼성'에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다수의 언론이 '삼성'을 언급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고 있다. 역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향후 대책을 마련하는 것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역시 '사과'다. 정의당의 심상정 원내대표는 "보조금 분리공시제를 무능한 정부에게 맡긴 점과 통신비 인하 정책을 병행하지 못한 점은 국회의 책임이고 정의당의 책임"이라며 거듭 고개를 숙였다고 한다. 이것이야말로 집권여당인 새누리당과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보여주어야 할 모습이다. 정치인이 가장 불신하는 집단으로 꼽히고, 국회에 대한 신뢰가 바닥까지 추락한 이유에 대해 자성이 필요하다.




지난 5월 2일 국회의 풍경을 떠올려보자. 당시 국회 본회의에 참석한 215명의 의원들 중 213명이 단통법에 찬성표를 던졌다. 반대는 0표였고, 기권만 2표였다. 물론 이후에 분리공시제도가 빠질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물론 그 이전부터 이와 관련한 삼성 측의 각종 로비를 알고 있었겠지만), 아무런 대책 없이 무방비로 법안을 통과시킨 책임은 국회에 있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새누리당이나 이에 동참했던 새정치민주연합은 자성의 태도를 보여야 한다.


반성 없는 국회, 책임 지지 않는 국회는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모든 잘못은 외부로 돌리기만 하는 국회가 변화하지 않는 한 '제2의 단통법'과 같은 최악의 법안은 계속해서 통과될 것이고, 그로 인한 피해는 국민들이 고스란히 짊어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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