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 연예

잘하는 걸 하는 나영석의 우직함, <삼시세끼 어촌편3>도 대박!

너의길을가라 2016. 10. 19. 00:30
반응형


대한민국과 일본에 이어 미국까지 평정한 세인트루이스의 오승환 선수는 다양한 구종으로 타자와 승부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는 대부분 직구와 슬라이더를 던지는데, 그 비율이 각각 60%, 30%에 달한다. 구종이 제한적이다보니 볼배합은 뻔하다. 무엇을 던질지 충분히 예상이 된다. 그런데도 타자들은 헛스윙을 하기 급급하다. 도대체 왜 그런 걸까? 물론 독특한 퀵모션, 디셉션(숨김 동작) 등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그가 자신있는 구질(포심 패스트볼), '돌직구'에 대한 '자신감'과 '믿음'이 지금의 오승환을 만든 게 아닐까? 



'구질이 다양해야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을 수 있어', '이제는 변화가 필요해' 오승환에게 수많은 사람들이 '충고'를 했지만, 오승환은 흔들림 없이 자신의 장점을 가다듬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는 6승 3패 19세이브 14홀드 평균 자책점 1.92라는 놀라운 성적이었다. '돌부처' 오승환과 비슷한 캐릭터를 방송 쪽에서 찾는다면 '나영석 PD'가 아닐까? 실제로 나 PD를 보고 있노라면 묵묵히 돌직구를 뿌리는 오승환이 떠오른다. 그는 철저히 자신이 잘 하는 프로그램을 만든다. 한눈을 팔지 않는다.


당연한 것 아닌가, 라는 의문이 들겠지만, 방송국의 생리라든지 개인의 욕심을 감안하면 결코 당연하지도 쉬운 일도 아니다. 게다가 재미있는 건, 나 PD가 자신이 잘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지난 1월 tvN <방송국의 시간을 팝니다>에 출연했던 그는 "저는 여행가고 음식 먹는 걸 좋아한다. 그걸 한 것"이라며 "저는 할 줄 아는 게 별거 없다. 본인이 잘하는 것을 해야 한다. 본인의 이미지에 가장 먼저 질리는 건 본인이다. 그 다음에 제작자, 그 다음에 시청자다. 잘하고 재밌는 것을 만들라"고 말한 바 있다.



'어촌' 주민이었던 차승원, 유해진, 손호준과 막내 남주혁을 '육지'로 불러들여 찍은 <삼시세끼 고창편>으로 또 한번의 '히트'를 쳤던 나영석 PD는 그의 페르소나(이서진은 이 표현에 불만을 표시했지만..)라고 할 수 있는 이서진을 '어촌'인 전남 고흥군 득량도로 데려왔다. tvN <삼시세끼 어촌편3> 1회는 시청률 11.536%(닐슨코리아)를 기록하며 '대박'의 조짐을 보였고, '또야?'라는 반응이 '역시!'로 바뀌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시청자들은 'tvN 10주년 기념 초심 찾기 프로젝트'로 꾸려진 '리얼 자급자족 라이프'에 금세 빠져들었다.


그러니까 이건 뻔하다. 지극히 전형적이다. '투덜이' 이서진은 기존의 모습을 그대로 재연(再演)하고, 멤버들은 때가 되면 아궁이에 불을 지펴 요리를 시작한다. 몇 시간 동안 공들여 음식을 만들고, 둘러앉아 '맛있게' 먹는다. 식사가 끝났으면 설거지를 하고, 낚시를 통해 다음 끼니를 위한 식재료를 구한다. 잠깐의 휴식이 이어지고, 다시 요리를 시작한다. 카메라는 이 반복되는 장면들을 끈덕지게 잡아낸다. 아, 한 가지가 더 있다. '동물'들의 애교도 빼놓을 수 없다. 이번에는 고양이가 두 마리다!




<삼시세끼>가 갖고 있는 기본적인 틀은 그대로 둔 채 약간의 변주(變奏)만 허용한다. 그 변주란 바로 '캐스팅'이다. 나 PD는 야구로 치면 놀라운 '선구안'을 가졌는데, 자신의 장점 중의 하나인 '사람 보는 눈'을 적극 활용한다. '신화'의 에릭을 섭외한 건 그야말로 '신의 한 수'라고 할 만 했다. 나 PD는 극도로 낯을 가리는 에릭을 데려오기 위해 삼고초려도 마다하지 않았다는데, 그 이유는 MBC <불새>에서 이서진과 함께 호흡을 맞췄던 점을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거기다 요리 실력에 낚시까지 발군이니 이보다 더 좋은 캐스팅이 어디 있겠는가. "우리에겐 차승원 씨에 대항할 에릭이 있다"던 이서진의 말은 공수표가 아니었다. 놀라운 적응력을 선보인 에릭은 이서진의 보완재(補完財) 역할을 완벽히 수행했고, TV출연자 화제성 분석(굿데이터코퍼레이션)에서 비드라마 부문 1위를 차지했다. 느릿하면서도 꼼꼼한 그의 요리 실력과 게살을 발라내 만든 된장찌개의 비주얼은 에릭에 대한 호감도를 급격히 상승시키기에 충분했다.



"<삼시세끼>는 드라마가 아니니까 연기력 같은 것보다 인성, 그 사람의 생각이 더 중요한데 윤균상에 대해 드라마 스태프들의 추천이 있었다. 너무 밝고 즐거운 친구라고 하더라. 말 나온 김에 만나봤더니 정말 생각도 바르고 건강한 친구였다" <뉴스1>, [TV로그인②]요리왕 에릭·대형견 윤균상, 어디서 또 '꿀잼' 냄새가


나 PD는 '막내'라는 포지션에 매우 공을 들이는 편이다. KBS <1박 2일>에서 이승기를 발탁해 '예능의 황태자'로 성장시켰고, 또 기존의 <삼시세끼>에서는 택연과, 손호준으로부터 새로운 모습을 끌어내면서 대중의 사랑을 받게 만들었다. 또, 최근에는 <신서유기>의 안재현, <삼시새끼 고창편>의 남주혁 등 모델 출신들을 예능에 유입시키기도 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막내'로서 제 몫을 다하면서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100% 성공률을 자랑하는 나 PD의 이번 선택은 <육룡이 나르샤>에 출연했던 윤균상이었다.


'무휼' 역을 맡았던 만큼 덩치는 산(山)만하지만, 이런 순둥이가 또 없다. 얼굴은 항상 약간 상기돼 있고, 웃음소리는 해맑기 그지없다. 할 일이 없으면 불안해 하고, 의지할 대상인 에릭만 졸졸 따라다닌다. 타고난(?) 힘으로 무거운 것도 번쩍 들고, 시키면 뭐든지 열심히 한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귀엽기만 하다. 힘 센 막내의 멍뭉미에 시청자들이 이미 흠뻑 빠진 듯 하다. 착한 예능인 <삼시세끼>에 어떤 캐스팅이 주효한지 정확히 꿰뚫고 있는 나영석 PD의 선택이 옳았던 셈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예능 PD로 불리는 그이지만, 왜 고민과 불안이 없겠는가. 변화에 예민할 뿐더러 그 굽이가 심하기가 이를 데 없는 방송계에서 살아남기란 고달프고 살 떨리는 일일 것이다. 언제든 실패의 쓴맛을 볼 수 있고, 나락으로 추락할 수 있는 각박한 환경이 아니던가. 유명한 PD라고 해도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나영석 PD는 그 고독한 자리에서 자신만의 '생존 방식'을 터득하고, 그가 깨우친 '철학'을 프로그램 속에 녹아내는 몇 안 되는 연출자다.


'장점'을 극대화 해나가는 나영석 PD의 발자취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업무 방식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카메라에 가끔씩 잡히는 그의 표정은 항상 밝고, 행복에 가득 차 있지 않던가? 앞으로 나 PD는 <삼시세끼 어촌편3>(먹는 거)를 진행하는 동시에 <신서유기> 시즌3(여행가는 거)의 촬영도 병행할 예정으로 보인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잘하는 것을 부지런히 단련해 더욱 잘하도록 만들는 그의 우직함을 응원한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