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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했던 서동재 납치 장면, 자극적 연출은 '비밀의 숲2'의 무기가 아니다

너의길을가라 2020. 9. 16.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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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의 바다에 자욱했던 안개가 여전히 걷히지 않고 있다. 시야는 더욱 흐려졌다. 눈앞에서 뭔가 휙휙 지나가는데 뭐가 뭔지 도통 알 수 없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짙은 안개다. 10회까지 진행된 tvN <비밀의 숲2>은 아직까지 비밀투성이다. 무엇 하나 뚜렷하게 밝혀진 게 없다. 사건들이 나열됐지만 진실은 미궁이다. 감추려는 자들와 들추려는 자들 사이의 싸움이 소리없이 펼쳐지고 있다.

물론 형체는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라는 큰 틀 아래 통영 익사 사고, 세곡지구대 사망 사건, 한조 그룹 경영권 다툼 등의 사건들이 제각기 흩어져 있다. 별개의 사안들로 여겨질 만큼 접점이 없어 보였던 사건들이 서동재(이준혁) 검사 납치 사건을 통해 하나의 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자신이 속한 집단을 대변해야 했던 황시목(조승우)과 한여진(배두나)는 다시 파트너가 돼 움직이게 됐다.

여기에 수사구조혁신단 단장 최빛(전혜진)과 형사법제단 부장검사 우태하(최무성)이 과거 어떤 사건을 무마하는 과정에 개입했고, 심지어 한조 그룹 이연재(윤세아) 회장도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쯤되니 <비밀의 숲2>가 감추고 있는 진실의 무게도 점차 느껴지고 있다. 황시목과 한여진이 파헤쳐야 할 조직의 민낯은 훨씬 더 참담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결국 저들은 해낼 것이다.


<비밀의 숲2>는 이 모든 과정을 (인물의 액션이 아닌) '대사'로 풀어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대사의 양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설명하기 위해 전문적인 용어 사용이 불가피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자연스레 대사가 많아졌다. 배경을 알고 있어야 흐름을 따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복잡하게 얽힌 사건들을 이해시키기 위해, 납치 사건에 대한 추리를 위해 많은 대사가 사용됐다.

대사의 향연이 주는 쾌감을 만끽하는 시청자도 있는 반면, 일각에서는 '대사의 숲'이라며 지루하다는 불만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렇듯 엇갈리는 평가가 상존하지만, 다수의 기존 시청자들은 굳건히 <비밀의 숲2>를 지지하고 있다. 10회(9월 13일) 시청률은 7.203%(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했는데, <비밀의 숲2>는 7%대라는 안정적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

지루하다는 평가에도 시청률이 떨어지지 않는 까닭은 아마도 치열한 두뇌 싸움을 기대했던 시청자들에게 <비밀의 숲2>가 카타르시스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단순히 대사가 많고 액션신이 적다고 재미없다고 평하는 건 아쉬운 접근이다. 오히려 대사만으로도 흥미를 유발하고, 이야기의 긴장감을 이끌어내는 작가와 배우들의 능력에 박수를 보내야 하는 것 아닐까.


오히려 <비밀의 숲2>의 문제는 특정 장면을 과도하게 묘사하는 연출에 있다. 가령, 서동재 검사가 납치된 장면을 떠올려보면 상당히 공포스럽다. (8회) 머리에 피를 흘리고 눈과 입이 가려져 있는 서 검사를 납치범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장면이라든지, 납치범의 인기척을 눈치채고 두려움에 온몸을 벌벌 떠는 서 검사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은 굉장히 잔혹하게 느껴진다.

또, 반항하는 서 검사를 흉기로 내려쳐 피가 튀는 장면과 정신을 잃은 서 검사를 질질 끌고 가는 장면은 괴기스럽기까지 하다. 보고 있기 괴로울 정도이다. 서 검사가 납치를 당했다는 사실만 전달해도 충분했을 텐데 굳이 저렇게까지 세밀하게 묘사했어야 했는지 의문이 든다. 이런 장면들이 유독 잔인하게 다가오는 건 아마도 '가해자의 시점'에서 연출됐기 때문일 것이다.

올해 초 방영됐던 JTBC <부부의 세계>도 같은 문제를 노출한 적이 있다. 지선우(김희애)를 폭행하는 장면이 가해자 시점의 VR로 연출돼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폭행 장면이 마치 슈팅 게임처럼 묘사됐다. 비판을 받아 마땅한 연출이었다. 이태오(박해준)가 지선우를 폭행하는 장면도 과하긴 마찬가지였다. <부부의 세계>는 방심위로부터 권고 처분을 받았다.

서동재 검사 납치 에피소드를 다루는 <비밀의 숲2>의 연출은 지나치게 자극적이다. 혹시 '대사의 숲'이라는 일부 시청자들의 불만 때문에, 시즌1에 비해 밋밋한 것 아니냐는 불평 때문에 그런 장면들을 연출하는 거라면 번짓수를 잘못 찾았다는 생각이 든다. 시청자들이 <비밀의 숲2>에 기대하는 건 '정도'를 지키는 것이고, 불필요한 자극적인 연출은 시청자들의 카타르시스와 무관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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