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자칭 재벌좌파 김성주 씨의 폭주.. 망각과 착각에 사로잡히다

너의길을가라 2012. 10. 16. 10:19
반응형

 

 

 

 

나 김성주 씨 좋게 봤었는데..

아니, 적어도 나쁜 얘기는 안 하려고 했는데..

 

나름 긍정적으로 평가했던 사람에 대해 비판적인 이야기를 해야 하는 상황은 그다지 유쾌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써야 할 땐 쓰는 게 맞는 것이겠죠.

 

요즘 김성주 씨가 아주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박근혜 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이 되면서부터 시작되었죠. 자칭 '재벌 좌파' 김성주씨가 어떤 말들을 하고 다니시는지 한번 훑어볼까요?

 

 

김성주 “경제민주화 강제는 역사 역행”

 

김성주 “여성·젊은이 취업난, 수동적 자세가 문제”

 

 

제가 과거 김성주 씨의 책(『나는 한국의 아름다운 왕따이고 싶다)을 읽고, 이 분에게 호감을 가졌던 것은 그가 '재벌의 딸'임에도 불구하고, 소신있는 삶을 살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삼성가의 딸이나 현대가의 딸처럼 자신이 가진 기득권에 완전히 의존한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모두 내려놓고 믿바닥부터 시작해서 정상까지 오른 그 열정과 도전정신을 높이 샀던 겁니다.

 

그런데 김성주 씨가 착각을 하고 있는 듯 합니다. 이런 평가들에 도취해서 정신을 놓아버린 건 아닌지 의심이 됩니다. 김성주 씨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의 단서에는 '재벌가의 딸임에도 불구하고'라는 단서가 붙습니다. 그것을 잊어서는 곤란한데.. 이미 그걸 깡그리 망각한 듯 합니다. <경향신문>에 참 좋은 글이 실렸습니다.

 

 

[경향의 눈]‘재벌좌파’와 교육 사다리

 

 

까칠하게 얘기하자면.. (굳이 이러고 싶진 않았지만) 김성주 씨는 정말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밑바닥에서 지금의 성공을 이룬 것일까요? 우선, 김성주 씨는 아버지의 덕을 엄청 보면서 삶을 시작했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740평에 달하는 대저택의 소유자였고, 당연히 부유한 유년기를 보냈겠죠? 또, 당연히 좋은 교육을 받으며 자랐습니다. 김성주 씨는 앰허스트대를 졸업하고, 런던정치경제대학원을 거쳐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에서 공부했으니까요. 이뿐인가요? 한국에 돌아온 김성주 씨는 아버지에게 3억원을 빌려 회사를 설립했고, 외환위기 때는 아버지의 회사인 대성그룹으로부터 지급보증을 받아 30억원을 빌렸습니다. 어떤가요?

 

좋은 아버지(?)를 만나 부유한 환경에서 부족함 없는 유년기를 보냈고, 좋은 대학과 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경제적인 부가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겠죠. 여성 · 젊은이 취업난이 수동적 자세 때문이라고요? 애석하게도 일반적인 여성과 젊은이들은 당신처럼 좋은 아버지를 두지 못해 마음껏 공부할 자유도 누리지 못했고, 마음껏 돈을 빌리지도 못합니다. 아이디어가 있어도 사업을 시작할 자금이 없고, 사업이 위기에 빠졌을 때 손을 내밀 든든한 언덕도 없습니다. 생활고와 부양해야할 가족들, 불안정한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수동적 자세'를 논하는 건, 굉장히 무례하고 오만한 태도입니다. 이런 말들을 하면서도 어떻게 재벌'좌파'라는 헛소리를 늘어 놓을 수 있는지 놀랍기만 합니다.

 

 

저는 김성주 씨를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재벌가의 딸로 태어났음에도 많은 것을 버린 채 스스로(?) 자신의 삶을 개척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자신은 많은 것을 가진 상태였다는 것은 자각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김성주 씨, 반드시 기억하기 바랍니다. 당신에 대한 평가는 이미 몇 수 접은 상태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