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극장

자연 앞에 선 인간의 탐욕,<하트 오브 더 씨>의 대답은?

너의길을가라 2015. 12. 9.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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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꿈'이었을까, 아니면 '탐욕(貪欲)'이었을까? 무언가를 좇는 인간의 욕망을 무엇이라 이름붙여야 할까. 눈부시도록 아름답게 채색되는 꿈이라는 말과 '쯧쯧' 혀 차는 소리와 함께 고개를 젓게 되는 탐욕이라는 말을 가르는 경계는 무엇일까. 고래를 잡기 위해 먼 바다로 나선 사람들이 겪은 재난을 담은 <하트 오브 더 씨(In the Heart of the Sea)>는 그에 대한 대답을 들려주고 있다.



땅에서 기름(석유)이 나는 것이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던 시절인 1800년대는 '고래기름(whale oil)'이 어둠을 밝혔다. 돈이 되는 일에 사람들은 너도나도 뛰어들었다. 일확천금(一攫千金)을 노리고 바다로, 더 먼 바다로 배를 몰았다. 초창기 미국을 성장시켰던 동력인 '프런티어 정신(the frontier)'이 육지에선 '황금'으로 상징된다면, 바다에선 바다의 황금인 '고래'였다. 그것은 '꿈'이었을까, 아니면 '탐욕'이었을까?


영화의 출발점인 미국 메사추세츠에서 남쪽으로 약 50km 떨어진 작은 섬 낸터킷은 당시 포경산업(捕鯨産業)의 중심이었다. '산업'이 형성됐다는 것은 그만한 시스템이 구축되었다는 말이다. '자본'이 투자됐고, '투자자'들은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기 위해 실력 있는 선장이나 항해사를 스카우트했다. 경험 많고 카리스마 있는 1급 항해사 오웬 체이스(크리스 헴스워스)는 그에 걸맞은 인물이었다. 




1819년 여름, 포경선 에식스호는 고래기름 2,000톤을 싣고 돌아오겠다는 원대한 꿈을 안고 출항한다. 영화는 초반부를 '금수저'인 포경산업의 명가 출신 선장 조지(벤자민 워커)와 '흙수저' 오웬 체이스 간의 갈등에 할애한다. 일견 쓸데없어 보이는 두 사람의 대립은 곧 인간과 자연의 대립을 보여주는 병치(倂置)였음을 깨닫게 된다. 


항해가 시작되고 얼마 후 폭풍우가 몰아닥치는 상황에서 두 사람이 보여주는 기싸움은 '금수저'와 '흙수저' 간의 대립이자 배 안에서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싸움으로 비춰지기보다는 '자연'을 맞닥뜨린 인간이 어떤 태도를 보여주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모습들은 곧 포경과 일확천금을 연결시킨 탐욕스러운 인간의 어리석음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한다.




첫 번째 사냥에서 향유고래를 포획하고 기름을 얻으면서 에식스호의 선원들은 자신감을 얻는다. 하지만 곧 고래의 씨가 마르고, 배는 어딘가에 존재할 고래를 찾아 점점 더 먼 곳으로 향한다. 채워지지 않은 욕망을 다스리는 길이 있던가. 끊임없이 헤매는 수밖에. 그렇게 15개월을 떠돌았던 에식스호는 남대평양의 한가운데에서 길이 30m, 무게 80톤의 거대한 흰고래(白鯨)의 공격을 받고 침몰한다. 


그것은 탐욕에 찌든 인간에 대한 자연의 냉담한 응징이었을까? 겨우 목숨을 건진 21명의 선원들은 3개의 보트에 나눠타고 육지를 찾아 나선다. 작은 보트에 옮겨 실은 식량과 물은 점차 떨어져가고, 그들은 이내 극한의 상황에 직면한다. 이안 감독의 <라이프 오브 파이>가 희망이 없는 망망대해에서 표류한 인간들이 벌인 사투를 은유(隱喩)로 풀어냈다면, 론 하워드 감독의 <하트 오브 더 씨>는 좀더 사실적으로 그 끔찍함을 다룬다. 




한편, <라이프 오브 파이>와 <하트 오브 더 씨>는 무명의 젊은 작가가 소설의 '줄거리'를 얻기 위해 재난의 생존자를 찾아가 이야기를 듣는다는 '액자식(額子式) 구성'을 취한다는 점에서도 비슷하다. 그래서일까? <하트 오브 더 씨>의 원작인 『모비딕(Moby Dick)』의 작가인 허먼 멜빌은 94일간 7,200km를 표류한 끝에 살아남은 8명의 선원 중 한 명인 토마스 니커슨(톰 홀랜드)을 찾아가는데, 휴머니즘을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였겠지만 다소 진부하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전체적으로 루즈한 느낌이 없진 않지만, 첨단 장비가 없던 시절에 고래를 오로지 '작살' 하나만으로 사냥하는 장면을 생동감 있게 묘사한 부분이라든지 고래기름을 얻는 장면을 표현한 부분들은 영화에 대한 몰입도를 높이기에 충분하다. 무엇보다 '탐욕'으로 물든 인간이 자연 앞에 얼마나 하찮은 존재로 전락하는지, 그 허망감을 절실히 느끼게 한다는 점에 <하트 오브 더 씨>는 의미가 있다. 


영화 속에서 배를 공격한 압도적인 크기의 고래를 사람들은 '괴물'이라 부르며 공포에 떤다. 문득 궁금해진다. 진짜 '괴물'은 누구일까? 바다에서 물살을 가르며 자유롭게 살아가던 고래들에게 갑자기 나타나 작살을 던지며 가족 혹은 동료를 사냥하는 존재가 어떻게 다가왔을까? 이 질문에 대해 당신은 어떤 대답을 내놓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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