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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이라니! '며느라기2' 박하선이 울상이 된 까닭

너의길을가라 2022. 1. 15.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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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동안 달력을 바라보던 하린(박하선)은 주문을 외듯 중얼거렸다. "그래, 피곤해서 좀 미뤄진 거야. 아닐 거야. 아닐 거야." 생리주기가 지났음에도 생리가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하린은 이미 그 시점에 짐작했는지도 모르겠다. "인생의 계획들은 모눈종이 위에 그려진 설계도처럼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이제 완벽히 다른 삶을 살아야 한다.

15일 카카오TV <며느라기2...ing> 2회 '인생에 완벽한 타이밍은 없다' 편이 방영됐다. 앞선 1회에서 <며느라기2...ing>는 여전히 강고한 '시월드'를 보여주는 한편 그 안의 미세한 '균열'을 함께 다뤄냈다. 그리고 2회에서는 본격적인 변화 양상이 그려졌다. 우선, 사린과 구영(권율)은 '임신'이라는 예상치 못했던 상황을 맞닥뜨렸다. 두 사람은 2년 후 아이를 갖자고 계획했지만, 인생은 계획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임신과 육아에 구애받지 않고 당당한 커리어우먼으로 성공하고 싶었던 사린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퇴근 후, 임신 테스트기로 임신 사실을 확인한 사린의 표정은 망연자실 그 자체였다. 반면, 그런 사린을 발견한 구영의 얼굴에는 놀람과 함께 기쁨이 감돌았다. 사린은 "지금이 아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고 생각했다. 과연 두 사람에게 어떤 일들이 닥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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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구영의 형 구일(조완기)과 정혜린(백은혜) 부부에게도 난관이 찾아왔다. 베이비시터의 실수로 딸이 다치는 바람에 당장 다음날 아이를 맡길 사람이 없어진 것이다. 둘다 출근을 해야 하는 입장이라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구일은 엄마 박기동(문히경)에게 아이를 맡기자고 제안했지만, 결국 혜린은 멀리 떨어진 친정을 선택했다. 이 소식을 알게 된 기동은 섭섭함을 드러냈다. 두 사람은 과연 이 위기를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

그런가 하면 사린의 시누이 미영(최윤라)의 사연도 눈길을 끌었다. 미영은 갑자기 친정을 찾아온 남편 김철수(최태환)이 불편하기만 하다.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며 애원하는 철수에게 마음 정리를 다 했으니 더 이상 찾아오지 말라고 선을 그었다. 철수는 다급한 마음에 미영의 팔을 잡아보지만, 미영은 손찌검을 당했던 기억이 떠올라 소스라치게 놀랐다. 미영의 마음은 확고해 보였다.

"모든 삶이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열심히만 하면 아주 조금쯤은 원하는 대로 흘러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마치 여름방학의 계획도처럼."



많은 여성 시청자들이 사린의 심정에 공감했으리라. 물론 누군가에게는 더할나위 없이 반가운 소식이지만, 자신만이 커리어를 쌓아나가고 있는 직장 여성에게 임신 소식은 마치 '사망 선고'처럼 충격적이다. 사회적 인식이 달라졌다고 하나 여전히 '모성애'가 중시되는 한국 사회에서 육아는 남성보다 여성의 몫으로 인식된다. 그러다보니 많은 여성들이 출산을 앞두고 직업을 잃게 된다.


통계청(인구동태 코호트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1983년 기혼 여성 4명 중 1명 가량(25.5%)이 직업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을 할 때는 직업이 있었지만, 출산과 함께 경력단절을 겪은 것이다. 이런 양상은 88년생의 경우에도 비슷했는데, 5명 중 1명 꼴(22.2%)로 출산과 함께 직업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린이 불안을 느끼는 건 이런 통계에 근거한 것이다.

통계청의 또 다른 자료인 '기혼여성의 고용 현황'을 살펴보면, 2021년 4월 기준으로 결혼, 임신, 출산, 육아 등의 이유로 직장을 그만둔 여성은 144만 8,000명으로 조사됐다. 2018년(184만 7,00명) 이후 감소 추세이나 여전히 많은 여성들이 여전히 경력단절을 겪고 있다. 가장 많은 이유는 육아(43.2%)였고, 그 뒤로 결혼(27.4%), 임신과 출산(22.1%) 순이었다.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유력 대선 주자들은 저마다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국민의 힘 윤석열 후보는 지난 1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재앙적인 수준의 저출생 극복을 위한 제도적 변화를 시작하겠다"고 선언한 뒤 "아이가 태어나면 1년간 월 100만 원의 정액 급여를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른바 '부모 급여'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는 지난 3일 <KBS 9시 뉴스에서 저출생 문제와 관련해 "출생을 포기하는 이유는 나보다 나의 다음 세대가 더 불행해 질 것 같"기 때문이라며 성장이 멈춘 사회의 슬픈 단면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돌봄국가책임'을 제시했는데, 프랑스의 예를 들며 자녀가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50만 원씩 월 지원을 해주는 자녀양육수당을 언급했다.

물론 이와 같은 국가의 지원은 임신과 출산을 계획하고 있는 많은 가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여성들의 경력 단절과 관련한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여성들은 가정 내에서는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지!'라는 오래된 선입견과 싸워야 하고, 직장에서는 상사와 동료들의 편견과 맞서야 한다. 그 과정에서 맡고 있던 업무에서 배제되거나 심지어 퇴사 권유를 받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부모 급여, 자녀양육수당은 (반가운 일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결국 임신과 출산, 육아로 인한 여성의 경력 단절 문제를 풀어내지 못한다면 저출생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지금도 수많은 여성들이 사린처럼 "지금이 아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며 불안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며느라기2...ing>가 중요한 시기에 묵직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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