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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균 오자 캐릭터 잡힌 최우식, '여름방학'은 반전에 성공할 수 있을까?

너의길을가라 2020. 8. 15.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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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이다 생각하고 편하게 계세요." (최우식)
"이미 편하니까 강요하지 마." (이선균)

손님이 찾아오자 분위기가 한층 살아났다. tvN <여름방학> 말이다. 템플스테이를 다녀온 정유미와 최우식은 손님을 초대하기로 했다. 그들은 영화를 통해 인연을 맺은 절친 이선균과 박희순을 떠올렸다. 정유미와 최우식은 두 게스트를 위해 웰컴 과일과 차를 준비하느라 분주해졌다. 이선균은 콩나물 국밥을 끓일 뚝배기를 손수 준비해 왔고, 박희순은 강아지 뽀삐를 위한 간식을 챙겨 왔다.

영화 <기생충>에서 호흡을 맞췄던 이선균과 최우식은 만나자마자 티격태격하며 웃음꽃을 피웠다. 이선균이 놀리면 최우식이 반응하는 식이었는데, 덕분에 강원도 고성의 시골집은 활기가 돌았다. 이선균과 박희순은 마치 한 달동안 살았던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그들은 설거지 내기로 탁구 대결을 하고, 헤디스(탁구와 축구를 결합한 독일 스포츠)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사람이 모이자 '캐릭터'가 생겨나기 시작했고,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이전의 무색무취했던 분위기와 사뭇 달랐다. 그래서 일까. 1회 4.989%(닐슨코리아 기준) 이후 계속해서 떨어지기만 했던 시청률(2회 4.163%, 3회 3.118%, 4회 2.508%)도 5회에는 2.905%로 반등했다. '왜색 논란', '표절 논란' 등으로 곤경에 처했던 <여름방학>이 드디어 바닥을 친 걸까.

히트메이커 '나영석 사단'은 명실공히 대한민국 예능계를 선도하고 있다. 손대는 것마다 황금으로 만들곤 했지만, 그들도 따끔한 실패를 경험한 적이 있다. tvN <신혼일기>의 경우, 시즌 1은 3%대 시청률을 유지했지만, 시즌 2는 1%대에 그치며 쓸쓸히 종영해야 했다. 소지섭과 박신혜가 출연했던 <숲속의 작은 집>도 첫회(4.706%)와 마지막 회(1.145%)의 반응이 극과 극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프로그램이 그 실패의 리스트에 이름을 올릴 위기에 처해 있다. 바로 <여름방학>이다. '낯선 곳에서 여행 같은 일상을 즐기며 지친 몸과 마음의 균형을 찾아가는' 홈캉스 리얼리티, 이 포맷은 전형적인 나영석표 힐링 예능이라고 할 수 있다. 시청자들의 기대감도 높았다. 금요일 밤의 휴식은 언제나 나영석 PD가 든든하게 책임져 줬으니 말이다.

정유미와 최우식의 '여름방학'은 어떤 모습이었는가. 강원도 고성의 바닷가 근처 시골집에서 그들은 건강식을 만들어 먹고, 운동을 하고, 그림일기를 쓴다. 1시간 30분 가량의 방송 분량이 그런 식으로 채워진다. 물론 그 외에도 뽀삐의 '그림자(그늘의 최우식 버전 표현이다)'를 만들어 준다든가, 자전거를 타고 바다를 보러 가기도 한다. 박서준이 왔을 때는 수영도 했다!

그러나 이런 장면들, 그러니까 일상의 소소함이나 마음을 힐링시키는 여유로운 삶은 나영석의 전작들에서 수없이 봤던 것들이다. 그말인즉슨 <여름방학>만의 메인 콘텐츠가 없다는 뜻이다. 시청자들을 매료시킬 '플러스 알파'가 없다. 물론 매일마다 해야 할 숙제가 있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왜색 논란'과 '표절 논란'으로 뒤죽박죽 되자 시청자들의 몰입도는 급격히 떨어졌다.

<여름방학>의 부진은 나영석의 예능에 꼬리표처럼 따라붙곤 하는 단순한 자기 복제의 문제가 아니다. 시청자들은 그걸 인지하면서도 나영석의 세계관에 호응해 왔다. 이전의 작품들과 비슷하다는 이유라면 <삼시세끼-여촌편5>의 성공은 무엇으로 설명해야 한단 말인가. '왜색 논란'과 '표절 논란'은 큰 타격이긴 했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게 설명되진 않는다. 결국 캐릭터의 부재, 이야기의 빈곤이다.


차승원, 유해진, 손호준이 개별적으로도 합을 이뤄서도 돋보였던 <삼시세끼>와 달리 <여름방학>의 정유미와 최우식은 매력 포인트를 찾기 어렵다. 전문적인 예능인도 아니고, 예능을 많이 경험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리얼리티가 어색할 수밖에 없다. 뭔가 주어진 미션이 있다면 그에 따라 움직일 수 있겠지만 <여름방학>은 그렇지도 않다. 사실상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여름방학>을 보면 무색무취, 무미건조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역시 캐릭터와 이야기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게스트가 등장했을 때 <여름방학>은 재미있다. 활기차다. 정말 친구들끼리 모여 방학을 보내는 것 같다. 북적북적한 분위기가 흥겹다. 차라리 방학은 그래야 할 것 같다. 흥미롭게도 최우식의 캐릭터도 손님 이선균을 통해 뚜렷한 형체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많은 비판에도 나영석 월드의 힐링은 (그것이 자기복제의 연속이라 할지라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여름방학>의 부진은 확실한 캐릭터와 매혹적인 이야기가 부재하다면 시청자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시사한다. 앞으로 나영석 사단이 고민해야 하는 지점일 것이다. 이건 농담삼아 하는 말이지만, 공교롭게도 출연자가 두 명일 때 나영석 사단은 고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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