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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과 송강호가 전하는 '기억의 힘'

너의길을가라 2014. 10. 5.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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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힘은 무엇보다 강하다. 잊지 않고 끝까지 기억하는 것 말이다. 지난 4일 MBC '무한도전'에선 라디오특집이 이어졌다.  FM4U '꿈꾸는 라디오' 일일 DJ로 나선 유재석은 방송의 마지막 코너인 '재석 노트'에서 최근 교통사고로 너무도 안타까운 죽음을 맞은 걸그룹 레이디스코드의 은비(22)와 리세(23)를 위해 준비한 추모글을 읽어내려갔다.



"꽃처럼 예쁜 아이들이 꽃같이 한창 예쁠 나이에 꽃잎처럼 날아갔다. 손에서 놓으면 잃어버린다. 생각에서 잊으면 잊어버린다."


지난 9월 3일 새벽 1시 30분 무렵이었다. 레이디스코드의 멤버 5명은 대구 스케쥴을 마치고 서울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들을 태운 스타렉스 차량은 영동고속도로 수원 IC 지점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 은비(본명 고은비)는 그 자리에서 숨을 거뒀고, 리세는 10시간이 넘는 대수술을 받았지만 혈압이 떨어져 더 이상 수술을 진행되지 못했다. 5일간 의식 불명 상태가 이어졌고, 끝내 리세는 세상을 떠났다.



"아무일 없듯이 살아가다 보면은 혹시 나를 잊을 수도 있죠. 아주 가끔 내 생각이 나더라도 잘 있으니 걱정 말아요" - 레이디스코드, 아임 파인 땡큐(I'm fine thank you) -


사고 직후, 레이디스코드 멤버들이 타고 있던 스타렉스 차량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사고 당시 운전석과 조수석의 에어백이 작동되지 않았던 것이다. 뒷바퀴 빠짐 현상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었다. 물론 경찰 측은 사고 당시 차량 속도가 137km/h 였다는 점에서 사고 원인을 과속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무엇이 사고의 원인이었든 간에 정말이지 안타까운 죽음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을 기억하는 것이다. 꿈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던, 꽃처럼 예뻤던 그들을 잊지 않고 가슴 속에 간직하는 것 말이다. "손에서 놓으면 잃어버린다. 생각에서 잊으면 잊어버린다"는 유재석의 말이 가슴을 저리게 만드는 것은 우리가 그동안 너무도 쉽게 놓아버렸고, 잊어버렸던 탓은 아니었을까?



"기억이라는 말이 나와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변호인> 주인공의 치열하고 헌신적인 삶과 마음을 기억하는 것처럼, 참담하게 고통스러운 세월호 사고를 기억하는 게 타인과 소통하고 예술의 본질적인 의미인 것 같다."


지난 3일 열린 제23회 부일영화상에서 <변호인>으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송강호는 수상 소감에서 잊히고 있는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자고 말했다. 이미 송강호는 지난 8월 16일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한 영화인준비모임(가칭)에 참여하면서 "세월호 유가족분들의 간절한 소망을 기원하고 응원합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송강호가 세월호 사고를 기억하자고 거듭 강조하는 것은 그만큼 대한민국 사회가 빠르게 지난 4월 16일의 기억을 잊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 유가족들을 향한 조롱과 비아냥은 도를 넘어선 지 오래다. 초당적인 대책을 강구했어야 할 정치권은 이해관계에 묶여 한심한 모습만 보여주었다. 여야 원내대표의 두 번의 합의는 유가족의 뜻을 담아내지 못한 야합에 가까웠다. 국민들의 격렬한 반대에도 변화는 없었다. 세 번째 합의 역시 유가족은 철저히 배제됐다.



"희생자, 실종자, 생존자가족들이 향후 어떤 결정을 내리든지 우리 영화인들은 가족들과 함께 할 것이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영화인 모임'의 영화인 1123명은 "묻고 싶다. 그렇다면 4월 16일 이후 과연 무엇이 변했는가? 무엇이 밝혀졌는가? 무엇이 규명되었고, 어떤 대책이 세워졌는가?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우리 사회는 아직 아무것도 이루어낸 것이 없다"며 '영화보다 못한 현실'에 개탄했다.


사람들은 이제 그만하자고 말하기 시작했다. 이만 했으면 됐다고 고개를 돌리기도 한다. 이제 그만 잊자고 한다. 하지만 '무엇이 달라졌는가'라는 물음 앞에 우리는 어떤 대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사회가 침묵하고 있는 이 시점에 영화인들은 끊임없이 '잊지 말자'고 외치고 있다. 정말이지 고마운 목소리가 아닐 수 없다.



잊히는 것이 두려운 건 진도체육관에 남아 있는 실종자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10명의 실종자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지만, 세월호 수색은 진전이 없다. 계절풍이 불고 태풍의 영향 등으로 수색이 중단되는 일이 빈번하다. 이제 그들의 존재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드물다. 사회적 약자,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할 언론도 외면한 지 오래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직접 방송하는 '416TV' 촬영차 진도체육관을 찾은 세월호 희생자 박성호 군의 누나 박보나 씨는 "5월 이후 처음 진도체육관에 왔는데 상황이 많이 변했다. 실종자 가족들도 많이 줄었지만 자원봉사자들과 언론이 그 수가 이전보다 많이 줄어서 허전하다"며 소감을 전했다. 실종자 가족의 입장에서 하나 둘 사람들이 떠나가면서 느끼게 되는 외로움과 허전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손에서 놓으면 잃어버린다. 생각에서 잊으면 잊어버린다"며 은비와 리세를 기억하자고 말하는 유재석과 "참담하게 고통스러운 세월호 사고를 기억하는 게 타인과 소통하고 예술의 본질적인 의미"라고 말하는 송강호는 '기억의 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어떤 이들은 '기억하는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냐'고 투덜거릴지도 모른다.


그렇다. 사실 우리는 아무런 힘도 없는 일반 시민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필자는 믿는다. 우리 모두가 쉽게 잊지 않는다면, 쉽게 외면하고 포기하지 않는다면, 끝까지 '그들'을 기억한다면 분명 세상은 바뀌어 나갈 것이다. '기억'이 곧 세상을 바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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