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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태로운 박명수, 불편한 시청자.. 이대로는 곤란하다

너의길을가라 2017. 8. 29.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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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의 밤'이라는 특집을 한번 해보려고요. 여러분 각자가 여러분 위주의 특집을 하나씩 만들어주시면 됩니다."

 

김태호 PD는 <무한도전> 멤버들에게 '자신 위주의 특집을 만들라'는 숙제를 제시했다. 각자 자신을 주인공으로 삼아 코너를 만들되 직접 기획하고 연출까지 하도록 한 것이다. 말 그대로 '자유롭게' 방송을 만들어 보라는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처음에는 얼떨떨해 하던 멤버들은 기탄없이 생각을 내놓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자신만의 유니크한 방송을 만들어 나갔다. 정준하 · 하하 · 박명수의 코너가 먼저 방송을 탔는데,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Mnet <프로듀스 101>을 패러디 해서 자신을 슈퍼스타로 만들 PD를 뽑는다는 역발상을 한 정준하의 기획 '프로듀서101'은 멤버들로부터 긍정적인 피드백을 얻었다. 박명수는 '돈 주고 사고 싶다'고 말했고, 유재석도 '이건 대박이다'라며 치켜세웠다. '말을 할까 말까 망설였다'는 정준하의 말처럼 어쩌면 얻어걸린 면이 있지만, 그의 발상은 그 자체로 <무한도전>에 신선함을 불어넣었다. 게다가 자신을 주인공으로 한 방송을 만들라는 김태호 PD의 숙제를 가장 원초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아이템이기도 했다.

 

'작아파티'를 기획한 하하도 호평을 받았다. 하하는 키 작은 연예인들의 연대를 도모했다. 우선, '식스맨 특집' 등 <무한도전>과 인연이 깊은 유병재를 섭외하고, 양세형과 쇼리를 불러 모았다. 지난 '예능 연구소' 특집의 '꼬꼬마 친구들'이 다시 모인 셈이다. 하하는 키 작은 이들을 위한 파티를 기획하면서 빅뱅의 태양에게 전화를 걸어 섭외를 시도하고 워너원의 연습실까지 찾아가 하성운을 초대하는 데 성공했다. 이성미는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 확실히 방송의 맥을 짚는 감각이 뛰어나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문제는 박명수였다. 창의적인 새로운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다른 멤버들과 달리 박명수는 타성에 젖은 과거의 아이템을 꺼내놓기 시작했다. 아바타를 내세우고 자신은 무전기로 지휘를 하는 'AI 개그'를 제시했지만, '웃음사냥꾼'의 자기복제와 다름없는 시도는 실패로 끝이났다. 거리로 나가 시민들에게 다짜고짜 '박명수식' 질문과 농담을 던지고 웃음을 사냥하려 했지만 애석하게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약간의 웃음이 유발되긴 했지만, 그마저도 유재석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박명수는 첫 번째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다음에는 '프레쉬맨' 특집을 기획했다. 미세먼지로 가득한 도심에서 퀘퀘한 공기를 마시며 살아가는 서울 시민들을 위해 제주도 한라산에서 맑고 신선한 공기를 담아 오겠다는 발상이었다. 문제는 한라산 등반 과정에서 박명수가 보여준 태도였다. 그는 산을 오른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못 가겠다'며 앓는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바닥에 드러누워 버리고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바람 빠진 풍선마냥 퍼져버린 박명수와 달리 유재석은 거침없이 산을 오르며 운동으로 다져진 체력을 과시했다.

 

 

유재석이라고 왜 힘들지 않겠는가. 그럼에도 TV를 보고 있을 수많은 시청자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려 애쓰는 그의 태도는 박명수와 확연히 비교됐다. 이런 비판 여론에 대해 박명수는 '재석이 너 때문에 나 망했어'라고 투덜댈지 모르겠지만, '유재석 섭외권'을 뽑은, 그리고 그걸 과신했던 자신을 탓하는 게 먼저 아닐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진짜 사나이 특집'을 통해 '웃음사냥꾼'의 부활을 알렸던 박명수였기에 지금의 냉담한 반응이 당황스러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자신에 부정적인 의견들이 하루아침에 형성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박명수는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그의 노쇠함은 한때 <무한도전>에서 하나의 콘셉트가 될 만큼 흥미로운 소재였다. 하지만 그것이 장기화되자 시청자들은 식상함을 느끼기 시작했고, 나아지지 않는 그의 모습에 '방송을 날로 먹으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이경규를 보라. 50이 넘은 나이에도 패널 출연을 마다하지 않을 뿐 아니라, 자신의 프로그램에 열정을 쏟아붓는 그의 자세가 후배인 박명수에게 전해지지 않았던 걸까.

 

무엇보다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의 본질이 '도전'이라는 점에서 박명수의 지리멸렬함은 시청자들에겐 불만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 와중에 박명수의 이미지를 최악으로 몰고 간 결정타는 그의 아내 한수민의 방송 출연이었을 것이다. '가족 예능'에 대한 불편함이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던 시점에서 <무한도전>을 통해 방송에 데뷔하려고 했던 것은 기름에 불을 붓는 격이었다. 시청자가 납득할 만한 상황이나 프로젝트에서 자연스레 등장한 것이 아니라 쌩뚱맞은 분위기였기 때문에 거부감이 더욱 컸던 것이다.

 

 

이쯤되면 '박명수 위기론'을 거론해도 될 듯 싶다. <무한도전>의 골수 팬마저도 그에게 등을 돌린 실정이다. 물론 비판의 칼날이 온전히 박명수를 향하고 있지만, <무한도전> 제작진도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맥락 없는 가족 출연을 용인한 것도 제작진이었고, 방송 아이템을 기획하고 선정해야 할 제작진이 이 역할을 출연자들에게 자꾸 미루는 건 아쉬운 일이다. 협업은 필요한 일이지만, 역할 분담은 적절히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비록 멤버들의 아이디어가 대성공을 거둔 전례가 있다 하더라도 말이다.

 

그런 측면에서 캐릭터 활용 능력이 뛰어나지만, 기획력에서 다소 약한 면모를 보이는 박명수에겐 다소 가혹한 미션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현재 제기되고 있는 박명수에 대한 날선 비판은 방송에서 보여지는 그의 태도에 기인하고 있다는 건 분명하다. 아무래도 박명수에게 스스로를 돌아보는 자성의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독불장군처럼 밀어붙이는 지금의 방식으론 시청자들과의 소통이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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