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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화 드라마들의 전쟁, '눈이 부시게'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너의길을가라 2019. 2. 12.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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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화 드라마들의 전쟁이 다시 시작됐다. 이 용광로 같은 활력이 반갑기만 하다. 기존에 월화 왕좌를 지키고 있던 tvN <왕이 된 남자>의 위상(8.24%)이 재확인된 가운데, 정일우와 고아라를 내세운 새로운 사극 SBS <해치>의 비상(7.1%)이 눈에 띤다. 주지훈과 김강우가 주축이 된 MBC <아이템>은 강렬한 인상(4.9%)을 심어주는 데 성공했다. 반면, KBS2 <동네변호사 조들호>는 정말 '동네'로 밀려난 분위기(5.7%)이다. 


새롭게 불붙은 월화 드라마의 경쟁 속에서 한지민의 시간 여행은 계속됐다. tvN <아는 와이프>에서 시간을 넘나들기 시작했던 한지민은 JTBC <눈이 부시게>(3.2%)에선 아예 시간을 거꾸로 돌리는 능력을 갖게 됐다. 김혜자(한지민/김혜자)는 어린 시절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손목시계를 발견했다. 무심코 집어든 손목시계에는 놀라운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무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 말이다!


살아가면서 아쉬운 순간, 후회스러운 순간이 얼마나 많겠는가.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그런 안타까움이 수시로 머릿속을 스쳐지나가지 않던가. 어린 혜자도 마찬가지였다. 오빠 김영수(손호준)의 짓궂은 장난을 피하기 위해, 아침에 조금이라도 늦잠을 자기 위해, 시험 점수를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혜자는 기꺼이 시계를 거꾸로 돌렸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건 달콤한 일이었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혜자는 자신이 돌린 시간만큼 나이를 먹는 대가를 치뤄야 했다. 또래친구에 비해 몸집이 훌쩍 커버린 후에야, 혜자는 더 이상 시계를 사용해선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어딘가 깊숙한 곳에 시계를 봉인했다. 정작 결정적인 순간에 시계를 써먹지 못한 게 아쉽지만, 어찌됐든 혜자는 그저 무던하고 평범한 삶을 살아갔다. 



"근데 나는 내가 봐도 그 정도는 아냐. 좀 후져. 근데, 또, 그걸 인정하는 게 너무 힘들어. 왜? 나는 내가 애틋하거든. 나란 애가 제발 좀 잘 됐으면 좋겠는데, 근데, 애가 또 좀 후져. 이게 아닌 거는 확실히 알겠는데, 근데 이걸 버릴 용기는 없는 거야. 이걸 버리면 내가 또 다른 꿈을 꿔야 하는데, 그 꿈을 못 이룰까봐 막 겁이 나요."


어느덧 스물다섯 살이 된 혜자의 꿈은 아나운서가 되는 것, 그러나 현실은 방구석 백수다. 대학교 방송반 모임에 나갔다가 아나운서가 된 후배에게 된통 망신을 당하고, 선배의 소개로 성인영화 더빙 알바를 해야 하는 처지다. 짝사랑했던 선배 권장호(현우)가 귀국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를 만나러 굳이 방송반 엠티에 나가지만, 그는 이미 결혼을 한 유부남이 됐다. 아, 좌절의 순간이여!


그 자리에서 만난 기자 지망생 이준하(남주혁)는 혜자에게 '왜 아나운서가 되고 싶냐. 현장의 온도를 직접 느껴본 적 있느냐. 스스로 대답할 수 있을 정도의 노력은 해야지 않느냐'고 따져 묻는다. 무방비 상태에서 준하의 묵직한 직구를 맞은 혜자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픈 곳을 찔린 혜자는 뒤돌아 서서 닭똥 같은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자신에게 부끄러웠기 때문이이라. 


혜자와 준하는 우연히 포장마차에서 재회하고, 술잔을 기울이며 진심을 털어놓는다. 꿈과 현실 사이에서 방황하긴 준하도 마찬가지. 불우한 가정사와 생활고는 그의 어두운 그림자였다. 시간을 돌린다면 뭘 하고 싶냐는 질문에, 준하는 "고아원에 가서 살더라도 할머니한테는 안 가요. 나 같은 놈 떠 맡아서 지옥처럼 살게 안 할 거예요"라 말한다. 그 얘기에 눈물을 터뜨린 혜자는 시간을 돌려 주겠다며 갑자기 시계를 꺼내놓는다. 



사전 제작 드라마 <눈이 부시게>가 첫회에서 꺼내놓은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예고편에서는 (시간을 되돌린 대가로) 할머니가 돼버린 혜자(김혜자)가 왜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냐며 소리치는 장면이 방송됐다. 이미 첫 장면에서 등장만으로도 놀라운 존재감을 보여줬던 김혜자의 연기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눈이 부시게>는 시청자들에게 '궁금증'을 안겨주는 데 성공했다. 이야기의 전개나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눈이 부시게>는 강렬함이나 폭발력은 없지만, 잔잔하고 감성적인 매력이 돋보인다. 웃음과 눈물이 함께 공존한다. 젊음과 나이 듦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여백의 시간을 전달한다. 봄날의 따스한 햇살이 연상되는 드라마다. 이와 같은 차별점이 경쟁력이 될 수 있을까? 월요 드라마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스토리가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섣부른 단정을 하기 힘들지만, 일단 배우들의 역량에는 합격점을 주고 싶다. 


중심을 잡아나갈 한지민의 연기는 안정적이고, 남주혁의 연기도 한층 성숙됐다. 캐릭터에 충분히 젖어든 모습이다. 웃음을 담당하는 손호준의 생활 연기도 인상적이고, 한지민과 다시 한번 모녀로 만난 이정은의 연기는 두말하면 잔소리다. 무엇보다 앞으로 김혜자 2인 1역을 어떻게 소화할지,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기대된다. <눈이 부시게> 1회를 본 결론은 '이 드라마는 2회부터 진짜 시작이다.'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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