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우산혁명의 값어치? 성룡의 발언이 아쉬운 까닭은?

너의길을가라 2014. 10. 11.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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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2017년 홍콩 행정장관을 뽑는 첫 직선제의 후보자를 친중국계 인사로 제한한다' 는 발표를 하자 홍콩은 들끓었다. 현행 홍콩 행정장관 선거는 1,200명의 선거위원회에서 간접선거로 치러진다. 홍콩 시민들은 자신들을 대변할 인물을 '직접' 뽑기를 희망했고, 중국 정부는 이를 수용(?)해서 친 중국계 인사들로 구성되는 1,200명의 후보추천위원회에서 2~3명의 후보를 내고, 이 가운데에서 주민들이 '직접' 투표를 해 선출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외형적으로는 직접선거를 도입한 것처럼 보이지만, 제한된 후보 가운데 한 명을 선출하는 것은 제대로 된 직접선거라고 할 수 없다. 홍콩 시민들은 반발했고, 이내 거리로 나섰다. 시위가 혁명으로 진화하게 된 건 경찰의 강경 진압이 결정적이었다. 홍콩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과 최루액을 마구 쏘기 시작했고, 홍콩 시민들은 우산으로 이를 막아섰다. '우산혁명'이라는 명명은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난 10월 1일, 신중국 건국 65주년 기념일(국경절)을 맞아 시위는 더욱 확대됐다. 5만 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도심을 점거했고, ' 홍콩 행정장관을 자유롭게, 직선제로 뽑게 해달라'고 외쳤다. 하지만 시위는 10월 2일 밤을 기점으로 다소 수그러들었고, 최근에는 중국 정부가 개입하는 등 '파란 리본'을 단 '친중' 단체들이 등장하면서 갈등 양상으로 전개되기 시작했다. 3일에는 민주화 시위대와 시위 반대 세력 간의 충돌이 벌어져 부상자가 속출하기도 했다.



이처럼 시위대와 친중 단체들이 격렬히 충돌하면 할수록 홍콩 당국으로서는 개입의 여지가 커진다. 어쩌면 현재 벌어지고 있는 충돌은 '진압'의 명문을 쌓기 위한 수순이 아닐까? 지난 9일, 홍콩 당국은 민주화 시위대와 대화를 갖기로 했지만, "시위 지도자들이 시위대에 점거 강화를 요청했다.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기반이 무너졌다"면서 예정되어 있던 대화 일정을 취소했다. 이는 시위대의 힘이 그만큼 약해졌다는 것을 방증한다.


'우산혁명'의 동력이 떨어지기 시작한 것은 중소 상인을 비롯한 일부 시민들이 등을 돌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상인들은 여행객의 감소 등으로 매출이 급감한 것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고, 일부 시민들은 교통 체증을 비롯해 일부 은행 지점 폐쇄 등으로 불편을 겪자 불평을 쏟아내고 있다. 경제계에서는 우산혁명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3,500억 홍콩달러(한화 약 48조4,000억원)에 달한다며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



여기에 홍콩 출신의 월드스타 성룡까지 거들고 나섰다. 그는 자신의 웨이보에 "최근 홍콩에서 일어난 사건(우산혁명)으로 3,500억 홍콩달러(한화 약 48조4,000억원)의 경제적 손실을 겪었다는 신문을 보고 마음이 불편해졌다. 모든 홍콩인들이 홍콩을 사랑한다고 생각하고 좋아지길 희망한다. 그러나 홍콩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서는 모두의 지지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글을 게재했다.


그의 글을 읽으면서 씁쓸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민주주의의 가치는 얼마일까? 과연 민주주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 것일까? 혹은 이렇게 물어보자. 정체성이라고 하는 것의 값어치는 얼마일까? 그것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일까? 우산혁명에 대한 성룡의 생각을 존중한다. 다만, 그가 '경제적 손실'을 언급하며 우산혁명을 그에 비교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필자의 짧은 생각으로는 민주주의와 정체성은 결코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가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산혁명'은 갑작스럽거나 돌발적인 사건이 아니다.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던 때부터 쌓여왔던 홍콩인들의 중국에 대한 불신이 그 근본적인 원인이다. 중국은 홍콩에 50년간 일국양제를 도입한다고 거듭 약속했다. 일국양제(一國兩制)란 하나의 나라에, 두 개의 제도라는 뜻으로 홍콩에 민주주의를 유지한다는 의미였다. 홍콩 시민들은 '중국에게 약속을 지키라'고 외치고 있는 것이고, '우산혁명'의 정당성은 바로 중국 정부로부터 비롯된 것인 셈이다.


민주주의 말고도 우산혁명의 배경이 되는 것은 바로 홍콩 시민들의 정체성 문제다. 지난 2012년 중국 정부는 홍콩의 초등학교에 친중국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애국교육' 과목을 필수 교과목으로 지정하려고 시도했다가 '정치적 세뇌'라는 반발에 가로막힌바 있다. 게다가 반환 이후 몰려오기 시작한 중국인들이 부동산을 매입하고, 중국의 자산가들의 투자가 이어지면서 부동산 가격은 급등했고, 홍콩 시민들은 압박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결국 중국으로부터 홍콩인이라고 하는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투쟁과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한 싸움이 '우산혁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 모든 가치를 한순간에 뒤덮어버리는 '끝판대장'인 '경제'가 홍콩을 강타했다는 것이다. 민주주의와 정체성이라는 숭고한 가치를 경제적 손실로 환원해 무력화시키는 논리 앞에 '우산혁명'은 언제까지 버텨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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