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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박소담과 드라마 속 박소담, 어느 쪽이 진짜일까?

너의길을가라 2016. 8. 16.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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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배우는 도대체 누구지?" <검은 사제들>에서 귀신 들린 소녀, 영신 역을 대담하고도 파격적으로 소화해낸 배우에게 관객들은 아낌없는 박수 갈채를 보냈다. 그러니까 박소담은 신인 '여'배우에 대한 갈증에 허덕이던 영화계에 일종의 해갈(解渴)이었다. 존재 자체로 충격이었던 그는 일약 최고의 신인으로 떠올랐고, 제52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영화부문 여자신인연기상을 수상하기에 이른다. 행보(行步)는 거침없이 이어졌다.



본격적으로 인지도 높이기에 돌입한 박소담은 KBS2 <뷰티풀 마인드>에 장혁과 함께 호흡을 맞출 여주인공으로 캐스팅 돼 브라운관으로 찾아왔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며 좌초의 위기를 겪었다. 스크린에서 박소담이라는 배우를 만나왔던 사람들은 '제대로 일을 낼 것'이라 호언장담했지만, 예상과는 다른 전개에 당혹스러워했다. 아마 그 혼란은 박소담이 더욱 컸을 것이다.


"연이어 두 작품을 하게 된 것은 나에게 큰 행운이다. 배역에 있어서도 <뷰티풀 마인드>의 계진성과 <신네기>의 은하원은 너무나 다른 매력을 가진 사람. 전작과는 또 다른 모습의 나를 보며 '이렇게 연기를 하는구나'하고 관심을 가져달라" (박소담)


<뷰티풀 마인드>에서 박소담은 정의감 넘치는 교통 경찰관 계진성 역을 맡았는데, 한낱 순경(그것도 교통 경찰)이 병원의 음모와 맞서는 비현실적인 설정 탓에 온갖 비난을 뒤집어 써야 했다. 물론 장혁과의 어색한 케미는 박소담 개인의 능력에서 기인한 것이기에 변명도 통하지 않았다. 드라마가 갖고 있는 '메시지'가 워낙 강력했기 때문에 후반부에 가서는 연기력 논란이 묻히긴 했지만, 박소담의 연기력 논란은 드라마의 완성도나 시청률 부분에서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었다. 




'민폐 여주'라는 불명예를 안아야 했던 박소담이 이번에는 tvN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이하 <신네기>)으로 돌아왔다. 그가 연기하는 은하원은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여고생으로, 심성 곱고 생활력 강한 현대판 신데렐라 역할이다. <뷰티풀 마인드>보다 박소담 개인의 매력을 펼치기에 훨씬 더 적합한 배역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시청자들의 평가는 여전히 냉랭하기만 하다. 여전히 '몰입이 안 된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여주인공을 맡은 능력이 안된다'는 혹평도 나온다.


기대작이었던 <신네기>의 2회 시청률은 1.8%(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했는데, 첫회 시청률(3.5%)을 절반이나 깎아 먹었다. 이 결과의 지분 대부분은 유치하고 오글거린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드라마의 안일한 시나리오와 연출에 있겠지만, '뻔한' 캔디형 여주인공 캐릭터의 매력없음에도 어느 정도의 책임이 있다. 그리고 박소담의 연기력은 또 한번 그 무게를 견뎌내지 못한 꼴이 됐다. 이쯤되면 박소담에 대한 기대를 포기해야 하는 것일까? 



그러나 <국가대표2>에서 카메오로 출연한 박소담은 리지원(수애)의 동생 리지혜 역을 맡아 캐릭터에 100% 몰입한 연기를 선보였고, 특히 공항신에선 관객들의 눈물을 쏙 빼낼 만큼 명장면을 표현해냈다. 박소담이라는 배우의 가치를 증명한 셈이다. 이처럼 <검은 사제들>과 <국가대표2>에서의 박소담과 <뷰티풀 마인드>, <신네기>에서의 박소담은 전혀 다른 연기자처럼 다가온다. 이 괴리는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이 거리감의 원인을 '영화'와 '드라마'라는 매체적 특성에서 찾아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단순히 그가 맡은 '캐릭터' 때문으로 봐야 하는 것일까? 분명한 것은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힘을 뿜어내는 스크린에서 박소담은 누구보다 무서운 힘을 발휘한다는 사실이다. 반면, 극 전체를 이끌어가야 하는 '여주인공'이라는 '롤'을 부여받으면 그의 연기는 이상하게 어그러진다.



또, '화장기' 없는, 그러니까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여배우'에 강요되는 '예쁨'이 배제된 캐릭터에서 박소담은 그 누구보다 빛을 발한다.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이 그랬고, <검은 사제들>과 <국가대표2>가 그러했다. <신네기>를 통해 다시 미운오리가 된 박소담이지만, <국가대표2>에서 보여준 그의 진정성 있는 연기는 다시금 그에게 기대를 걸게 만든다. 


숨가쁜 일정을 소화해낸 박소담에게 필요한 건, 한숨 쉬어가는 여유인지도 모르겠다. 좀더 냉철하게 자신을 바라보고, 작품과 캐릭터를 신중히 고르는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 한 편의 드라마를 이끌어갈 수 있는 내공을 쌓는 것도 과제다. 91년생인 그는 이제 겨우 이십대 중반이다. 길게 봐야 할 때다. 그가 가진 가능성이 무한하기에, 그에게 펼쳐질 연기 인생이 아직 무궁무진하기에, 오히려 걸음을 멈춰야 한다. 박소담이 성장통을 잘 이겨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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