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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애설 부인에도 태연-라비 파파라치 영상 공개, 황색 저널리즘에 화난다

너의길을가라 2020. 12. 28.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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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라치식) 열애설 보도'의 선은 어디까지일까. 한때 일각에서는 '대중의 알 권리'를 앞세워 '프라이버시 침해'를 정당화하기도 했지만, 이제 대중들은 스타들도 사생활을 보호받아야 한다는 데 상당수 동의하고 있다. 알권리보다 인권보호에 좀더 무게가 실리고 있는 셈이다. 많이 양보해서, 대중이 여전히 관심을 갖기에 열애설을 보도할 수 있다고 해도 지켜야 할 선이 존재하는 것 아닐까.

가령, 열애설의 당사자가 부인하면 그쯤에서 물러서는 게 맞는 것 아닐까. 연예인이 누군가와 연애를 하는지 여부가 공적(公的)인 사안도 아니고, 반드시 파헤쳐야 하는 사회적 이슈도 아니다. 따라서 당사자가 부정하면, 알리고 싶지 않다고 하면 그에 대해 추가 보도까지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지드래곤은 "대중들에게는 알 권리가 있지만, (스타가) 알릴 의무는 없다"고 일갈하지 않았던가.

지난 27일, 소녀시대 태연과 빅스 라비의 열애설이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조이뉴스24는 두 사람이 1년 전 지인의 소개로 만나 연인 관계로 발전했으며, 크리스마스 당일 서로의 집을 오가며 데이트를 즐겼다는 내용을 단독 보도했다. 그와 함께 두 사람의 모습이 담긴 파파라치 사진 몇 장도 공개했다. 그 기사는 곧 어뷰징(Abusing) 됐고, 태연과 빅스의 열애설은 포털 사이트를 점령했다.

열애설이 번져 나가자 태연의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와 라비의 소속사 그루블린 측은 각자 공식입장을 통해 두 사람은 평소 친하게 지내는 선후배 사이일뿐 연인 관계가 아니라며 열애설을 반박했다. 곡작업을 위해 만났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당사자 측에서 극구 부인했으니 열애설은 시간이 지나면 곧 잠잠해질 터였다. 그렇게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나는가 싶었다.

- 유튜브 채널 '이기자 심플리' -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간 건 그 다음부터였다. 열애설을 최초 보도한 조이뉴스24의 이예지 객원기자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이기자 심플리'를 통해 파파라치 영상을 추가로 게시하면서 논란이 커진 것이다. 양측이 열애설을 부정한 가운데 공개된 해당 영상은 태연의 자택 주차장과 라비의 자택 정문 앞에서 촬영된 것으로, 두 사람으로 추정되는 인물들의 일상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이예지 기자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태연과 라비가 1년째 열애 중인 것은 팩트"라고 주장하면서 오작교가 누구인지, 언제부터 본격적인 연애가 시작됐는지 구구절절 설명했다. 영상 말미에는 "(두 사람이) 가요계 선후배로서 함께 음악 작업을 하는 것인지 1년째 뜨겁게 사랑하는 연인의 달콤한 크리스마스 성탄 데이트일지 그 판단은 대중 여러분들께서 해"달라고 덧붙였다.


"이렇게까지 남의 사생활을 알고 싶지 않다."
"2박 3일간 감시라니, 스토킹과 다를 게 뭐냐"

하지만 대중의 판단은 싸늘했다. 이예지 기자가 올린 해당 영상은 '좋아요(2.8천)'보다 '싫어요(1.6만)'가 훨씬 많이 달렸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2박 3일에 걸친 취재(를 가장한 파파라치) 기간도 길었을 뿐 아니라 사진 몇 장만 공개하던 이전의 열애설 보도와 달리 일상의 순간들을 적나라하게 카메라에 담아 공개한 것에 대중들이 불쾌감을 느꼈던 것 아닐까.

더군다나 당사자들이 부인하는데도 추가 영상을 들이밀며 '너희 연애하는 거 맞지? 거짓말 하지 마'라며 몰아붙이는 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게다가 그 영상을 개인 유투브 채널에 올리며 '팩트 체크'를 하는양 굴었지만, 실상 어떤 검증과 책임도 피해가는 무책임한 행동일 뿐이다. 팩트 중심주의로 가장한 선정주의(煽情主義)에 지나지 않아 보였다.


자신의 취재가 옳았다는 걸 부득부득 증명하고 싶었던 걸까. 혹은 당사자들의 부인에 화가 났을까. 애석하게도 이예지 기자가 팩트라고 내세운 영상조차 당사자가 부인하는 상황에서는 아무런 근거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예지 기자의 행위는 언론인으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수행했다기보다 대중의 말초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급급한 옐로우 저널리즘(Yellow journalism)일 뿐이다.

황색 저널리즘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디스패치의 경우 매년 1월 1일마다 열애설을 터뜨리는 걸 연례행사처럼 여기며 자신들의 방식을 자랑스럽게 여기기도 했다. 이처럼 일부 언론과 기자들은 대중의 '알 권리'라는 그릇된 명분을 내세우며 비상식적인 취재와 보도를 정당화해 왔다. 더 이상 용인되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바꾸고자 하면 충분히 바꿀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태연은 열애설이 난 당일 자신의 SNS에 사진 한 장을 올렸는데, 거기에는 "많이 참고 있을 때 유용한 짤"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자신의 심정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사실 참고 있는 건 태연만이 아닐 것이다. '팩트'를 앞세워 원시적 본능을 자극하는 황색 저널리즘에 대해 대중도 큰 분노를 느끼고 있다. 참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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