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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삿대질과 반말로 혼내는 금쪽이, 오은영이 찾아낸 비밀은?

너의길을가라 2020. 11. 28.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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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웃음이 치명적인 다섯 살 금쪽이는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였다. 밝은 미소가 사랑스러웠고 애교도 많았다. 그런데 금쪽이가 진짜 치명적인 이유는 따로 있었다. 평상시와 달리 화가 나면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는데, 괴성을 지르고 물건을 던지는 건 기본이고 심지어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그뿐 아니라 어른들에게 삿대질을 하며 "야", "너"라고 부르는 등 반말을 일삼았다. 다섯 살 꼬마가 말이다.

더 충격적인 건 그러면서 어른들을 훈계하는 게 아닌가. 마치 군림하려 한다고 할까. 그 모습이 솔직히 경악스러웠다. 신애라를 비롯한 MC들도 너무 놀라 표정 관리를 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교회 목사인 아빠는 초탈한듯 "육아는 신앙을 뛰어넘는 세계"라고 말했는데, 그 말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오은영 박사의 표정도 매우 심각해져 있었다. 도대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금쪽이 가족은 현재 3대가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 육아 우울증을 겪는 등 혼자 두 아이를 감당하기 버거웠던 엄마는 할 수 없이 친정 엄마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고 했다. (목사인 아빠는 사역에 매진하느라 주말에는 바쁜 상황이라고 한다.) 사랑하는 딸을 위해 한달음에 달려온 외할머니는 금쪽이의 육아를 상당 부분 책임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평상시 금쪽이의 모습은 어떨까.


"엄마, 오늘 나한테 이거 절대 안 잊어버릴 거야."
"너 지켜볼 거야, 너. 집에서!"

엄마는 금쪽이와 함께 장을 보러 마트에 갔다. 별다른 문제 없이 잘 따라다니던 금쪽이가 갑자기 지갑을 달라고 떼를 쓰기 시작했다. 엄마는 잃어버릴 수 있어 안 된다고 차분히 살명했지만, 이미 화가 난 상태의 금쪽이는 "엄마, 너어~!"라며 반말로 소리를 치기 시작했다. 엄마는 차분하게 진정시키려 했지만, 금쪽이는 반말을 하며 화를 냈다. 어김없이 삿대질을 하며 엄마를 혼냈다.

집으로 돌아와 놀이를 할 때도 비슷한 양상이 벌어졌다. 재미있게 놀던 금쪽이가 엄마가 정리를 하자고 말하는 순간 다른 아이로 돌변했다. 한숨을 푹 내쉬면서 싫은티를 내더니 "너가 날 이해해준 적 있냐? 정리는 너무 나쁜 짓이야!"라며 엄마를 훈계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엄마는 화 한번 내지 않고 차분하게 대응했는데, 금쪽이는 엄마의 잔소리가 이어지자 엄마의 입과 눈을 막아버렸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어버린 것일까. 엄마는 금쪽이가 말이 트이기 전부터 감정 표현이 격한 편이었다고 털어놓았다. 따로 훈육을 하진 않았을까. 붙잡아 놓고 혼내기도 하는 등 여러가지 방법을 써봤지만, 금쪽이가 울다가 과호흡으로 응급실에 실려간 후로는 더 이상 강한 훈육을 하는 게 어려워졌다고 했다. 그런 일을 겪다보니 아이의 울음이 무섭게만 느껴졌던 것이다.

한편, 엄마와의 갈등으로 마음이 상한 금쪽이는 방 안으로 들어가며 "지금 나한테 오면 안 혼낸다"고 소리쳤다. 침대 모서리에 앉아 가만히 기다렸지만, 엄마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자 다시 소리를 질러댔다. 오은영 박사는 이 장면에 주목하라고 했는데, 금쪽이는 다시 엄마에게 다가가더니 엄마의 어깨를 툭 치고, 물건을 엄마에게 집어던졌다. 그러더니 다시 방 안으로 들어가 엄마를 기다렸다.


오은영은 우선 금쪽이와 엄마의 감정 레벨이 맞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놀이를 할 때의 즐거운 감정이 채 내려오기 전에 정리를 하자고 하니 뭔가 기분이 나빴던 것이다. 논리정연하고 옳은 말이라 따르기는 하지만, 감정은 불편했던 것이다. 또, 엄마는 주로 옳고 그름을 기준으로 대화를 이끌어 나갔다. 금쪽이는 엄마가 할 말을 뻔히 알고 있으니 아예 입을 막아버린 것이었다.

금쪽이가 방에 들어간 건 자신의 감정을 살펴봐 달라는 신호였다. 화가 났다기보다 서운함을 표현한 것이었다. 하지만 엄마가 그 신호를 알아채지 못하자 금쪽이는 감정이 더욱 상해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게 됐다. 물론 육아 우울증을 겪고 있는 엄마의 고충도 충분히 이해가 됐다. 오은영은 이럴 경우에는 "화났어?"라고 묻는 게 아니라 "화가 났구나"라고 감정적 호응을 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금쪽이는 어린이집에서는 최고의 모범생이었다. 반말이나 삿대질은커녕 화 한번 내지 않는 너무도 착한 아이였다. 오은영은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보통 집단 속에서 불안이 중폭되기 마련인데, 금쪽이의 경우에는 그와 다르다며 (금쪽이가) 양육자와 있을 때의 상황을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인이 거기 있을 가능성이 높았기 떄문이다.

이제 외할머니가 등장할 차례였다. 외할머니는 엄마보다 올곧은 성격이었다. 찾고 있던 물건이 없어져 속상해하는 금쪽이가 밥을 먹지 않자 외할머니는 금쪽이를 번쩍 안아서 식탁에 앉혀버렸다. 그에게는 밥을 먹는 게 훨씬 더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외할머니는 금쪽이에게 삿대질을 하며 먹을 먹으라고 가르쳤다. 아마도 금쪽이의 행동은 외할머니의 그것을 카페한 것이리라.

외할머니의 훈육은 그 이후에도 이어졌다. 금쪽이는 서럽게 울었고, 엄마는 결국 자리를 떴다. 외할머니는 엄마가 금쪽이를 너무 감싼다고 생각해 악역을 자처하는 듯했다. 외할머니와 엄마는 육아와 관련해 여러 차례 갈등을 빚었다. 물론 딸에 대한 사랑이 컸기 때문이었지만, 목소리가 크고 억양이 센 외할머니의 말투는 금쪽이가 듣기에 마치 엄마를 혼내는 것처럼 들렸다.


"(외할머니가) 엄마가 혼날 때 금쪽이 마음은 어때?"
"...속상해."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 금쪽이는 할머니를 지목했다. 이유를 묻자 놀랍게도 엄마를 혼내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엄마를 혼내는 외할머니가 싫었던 것이다. 금쪽이는 모든 걸 보고 느끼고 있었다. 엄마의 무기력함에 외할머니는 안타까운 마음에 타박을 했고, 깊은 마음을 이해하기에는 조금 어린 금쪽이는 그 사이에서 불안을 느끼고 있었다.

금쪽이는 분명 까다로운 기질에 해당됐다. 에너지 레벨이 높고, 요구도 많았다. 좀더 민감하게 반응해줘야 하는 만큼 양육자에게 인내심과 참을성을 필요로 했다. 하지만 올곧은 성격은 외할머니와 엄마는 감정적 호응을 통해 금쪽이를 이해하기보다 옳고 그름을 통해 설득하려 했다. 그로 인한 감정적 결핍이 금쪽이를 폭력적인 성향으로 내몰았던 것이다. 언제나 감정을 이해해주는 게 우선이다.

금쪽이는 기쁘고 즐거운 감정과 달리 부정적인 감정을 잘 다루지 못했다. 화를 표현하는 방법은 부모에게 배워야 하는 것인데, 안타깝게도 그 훈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오은영은 아이의 감정을 먼저 수긍해주라고 조언했다. 설령 그 행동이 이해되지 않더라도 형체가 없는 마음을 부모가 알아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아이 스스로 감정 조절의 준비 단계에 돌입할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감정의 시각화를 위해 마음 신호등을 만들어 보라고 처방했다. 화가 났을 때는 빨간 신호등으로 감정에 급브레이크를 걸 수 있도록 했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가르치게 했다. 또, 엄마는 금쪽이의 입장에서 금쪽이의 감정을 읽어주려는 노력을 많이 했다. 답답해서 마스크를 쓰기를 거부하는 금쪽이를 기다려주며 그 감정을 헤아려줬다. 엄마의 노력은 곧 성공을 거두었다.

금쪽이의 마음을 가장 상하게 했던 외할머니도 변화를 시도했다. 우선 억센 말투를 바꾸고 엄마에게 화를 내지 않으려 애썼다. 또, 엄마에게 화를 내지 않겠다고 금쪽이와 약속했다. 금쪽이는 아주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어쩌면 저렇게까지 해야 되나 싶은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이미 정답을 알고 있지 않은가. 부모가 바뀌면 아이도 바뀐다는 사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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