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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한번 더 유괴해주세요." 윤복의 말에 펑펑 울고야 말았다.

너의길을가라 2018. 3. 9.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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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야 말았다. 또, 울고 말았다. 암 투병으로 쇠약해진 상태에서도 딸을 지키기 위해 인터뷰를 자청하고, 직접 증언대에 올라 사력을 다해 딸을 변호하는 영신(이혜영) 때문에. 마지막까지 방청석을 지키며 묵묵히 딸의 재판을 지켜보고, 지쳐버린 딸에게 진심을 담은 위로와 응원을 건네는 홍희(남기애) 때문에. 그들이 보여주는 엄마의 사랑, 그 위대함 때문에 울고야 말았다. 


엄마와 떨어져 보육시설에 던져졌(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음을 이해하기 바란다)음에도 담담히 자신의 상황을 이해하고 견뎌내는 윤복/혜나(허율)이가 눈에 밟혀서. 모든 힘을 소진하고, 자신을 변호할 의지조차 잃어버린 채 재판정에 앉아있는 수진(이보영)이 애처로워서. 그럼에도 엄마로서, 윤복이의 엄마로서, 자신과 윤복을 위해 최후진술을 하는 그를 바라보는 게 아파서 울고야 말았다. 



"그런 제가 왜 혜나를 데리고 도망을 덜컥 쳤냐고요? … 왜냐하면 제가 혜나였기 때문에. … 그래서 혜나의 마음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 왜 경찰이나 주변에 도움을 청하지 않았느냐고 물으셨죠. 어쩌면 그랬어야 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혜나는 당장 보호받아야 했고, 낯선 사람들에게 혜나가 무슨 일을 반복해서 설명하는 게 싫었고, 어느 순간 혜나의 손을 놓고 경찰차를 타고 모르는 곳으로 보내는 게 싫었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제가 직접 할 수 있는 한 빨리 할 수 있는 한 오래 떨고 있는 아이를 안아주고 싶었습니다. 너무 큰 욕심을 부려 죄송합니다. 많은 분들께 해를 끼쳤습니다. 도망치면서도 늘 죄송하고 감사했습니다. 엄벌을 주신다해도 달게 받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무리 생각해도,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시간을 되돌려 그때로 돌아간다면 다시 그 애의 손을 잡고 또 도망치게 될 것 같습니다."


끈질기게 수진의 뒤를 쫓았던 창근(조한철)은 그제서야 납득을 했을까. 법을 집행하는 경찰의 신분으로 자신의 역할에 (짜증이 날 만큼) 충실했던 창근은 결국 수진을 체포해야 했지만, 그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정작 왜 그랬는지 말하지 않는다"며 수진이 혜나를 데려간 이유를 궁금해 했다. 수진의 범행 동기, 그건 창근에게 있어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였으리라. 


수진의 최후진술에서 알 수 있듯이, 수진이 혜나를 데려갔던 이유는 단 하나였다. "쓰레기 봉투에 버려진 혜나를 보기 전부터, 추운 옷을 입고 혼자 밤거리를 돌아다니는 혜나를 보기 전부터, 상처투성이의 다리를 감추면서 엄마를 아주 좋아한다고 거짓말을 하는 혜나를 보기 전부터, 그 전부터 혜나를 데려고 도망치고 싶었"던 이유는 오로지 하나였다. 


혜나가 바로 수진이었고, 수진이 곧 혜나였기 때문이다. 혜나를 알게 됐을 때, 혜나로부터 어릴 적 자신의 모습을 봤을 때 수진에게 다른 선택지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다. '데리고 도망간다'가 아니라 '데리고 도망갈 수밖에 없다'에 가까웠다. "엄마가 되고 싶었던 적이 없"었던 수진이 한 아이의 엄마가 되는 순간은 그렇게 순식간에 필연적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tvN <마더>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에 감정이입이 돼서, 그들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들이 모두 이해가 돼서 눈물이 났다. 물론 그 심정을 어찌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겠는가. 수진이 진홍(이재윤)에게 "아니요, 선생님은 몰라요."라고 했던 것처럼, 어쩌면 그건 엄마만이 알 수 있는 감정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눈물이 났다. 다 이해할 수는 없어도 그래도 우리는 모두 울고 있었다.


국민참여재판에서 "가난한 엄마는 돈 많은 엄마보다 아이를 키울 자격이 없나요?"라고 항변했던 자영(고성희)은 결국 징역 7년에 처해졌다. 혜나의 결정적인 증언 때문이었다. 자영이 자신을 쓰레기 봉투에 넣고, 밖에 버린 후 "여기두면 얼어 죽어"라는 설악(손석구)의 말에 "상관 없어.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어."라고 말했다는 사실을 말하자 재판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바뀌었다. 


반면, 수진은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고 풀려났다. 다시 자유의 몸이 됐지만, 곧바로 윤복에게 달려갈 수 없었다. 말 그래도 집행만 유예된 상황이었고, 미성년자약취유인에 대해서는 유죄가 선고됐기 때문이다. 부가적으로 접근금지명령이 떨어졌을 테고, 이를 어길 수 없었을 테니 말이다. 영신의 병원에 들렀다 홀로 집으로 돌아간 수진은 걸려온 전화를 받는다. 윤복이었다. 



"언제 데리러 올 거예요? 기다리고 있는데. 몇 번이나 전화했어요. 감옥에서 나왔다는 얘기 듣고. 내가 여기 주소랑 전화번호도 적어서 보냈는데 못 받았어요? 날마다 자기 전에 가방을 다시 싸요. 새로 양말도 넣고, 옷도 넣고, 빨리 오세요, 엄마. 보고 싶어요."


보고 싶다고 하는 윤복에게, 빨리 오라고 하는 윤복에게 수진은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윤복아, 미안해. 너무 미안해." 그러자 윤복은 울먹이며 "엄마, 한번 더 유괴해주세요."라고 말한다.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한마디에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얼마나 사무치게 그리웠으면 저리 말할 수 있을까. 흐르기 시작한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윤복의 언어에서 '유괴'는 엄마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이자, 엄마와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추억이었다.


수진과 윤복, 두 사람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만나게 된다면 언제가 될까. 그리고 행복해질 수 있을까. 그 만남이, 그 행복이 너무 늦지 않았으면 좋겠다. 예고편에서는 윤복이가 자신을 찾아올 수 없는 수진을 대신해서 수진을 만나기 위해 길을 떠나는 장면이 담겼다. 이제 고작 2회가 남았다. 과연 정서경 작가가 어떤 해답을 찾았을지 너무나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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