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억울한 카카오톡? 사이버 망명의 본질은 국가 권력의 남용이지만..

너의길을가라 2014. 10. 10.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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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대통령 모독 발언이 도를 넘었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한마디에서 시작됐다. 놀라운 '창조력'이라고 할 만 하다. 권력자의 눈치만 보고 있던 검찰은 재빠르게 유관기관 대책회의를 열었고, '사이버 명예훼손 전담수사팀'을 발족시켰다. 전 국민을 상대로 '사이버 검열'을 하겠다는 선포를 한 것이다.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시민들의 격렬한 비판이 일어나자 검찰은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며 사태를 수습하고자 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와 카카오톡 등의 메신저는 상시 모니터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검찰이 제시한 가이드 라인이었다. 논란을 가라앉았을까? 그러기엔 검찰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너무도 낮다. 결국 자업자득이겠지만 말이다.


불똥은 이른바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으로 튀었고, 불길은 더욱 거세졌다. 최근 논란을 빚은 두 가지 사건을 살펴보도록 하자.


사례 1. 검찰과 경찰이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를 수수하면서 정 부대표의 사생활과 지인 3,000명의 개인정보가 담긴 카카오톡 대화를 들여다봤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 례 2. 국정원이 지난 2012년 8월부터 한달 동안 홍 씨의 카카오톡 대화를 감청했다는 사실이 확인. 국정원은 같은 해 11월까지 통신제한조치 기간을 두 달 연장했고, 총 3달에 걸린 기간동안 홍씨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보안 메일로 받아 봤다.


정진우 부대표는 지난 8월 18일 서울 종로경찰서로부터 '전기통신에 대한 압수·수색·검증 집행사실 통지서'를 받았다. 통지서에는 경찰이 5월1일부터 6월10일까지 정 부대표의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 대화 상대방 아이디 및 전화번호, 대화일시, 수발신 내역 일체, 그림 및 사진 파일' 전체를 압수수색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한 개인의 사생활이 담긴 대화 내용을 수사기관이 마음껏 들여다봤다는 것이 사실일까? 검찰은 이에 대해 손사래를 쳤다. "5월1일부터 6월10일까지 카카오톡 대화내용을 압수수색한 것은 아니고 6월10일 하루치 대화내용만 받았다"면서 "카카오측 법무팀에 압수수색 영장을 보냈고, 본사 서버에 보관돼 있는 것 중에서 회사 측에서 준 것을 받아 온 것"이라는 것이 검찰의 해명이었다.


국정원이 지난 2012년 8월부터 한달 동안 홍 씨의 카카오톡 대화를 감청한 사실과 검찰이 정진우 부대표의 카톡을 들여다봤다는 사실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카카오톡이 감시와 검열의 대상이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카카오 측은 자신들이 감시와 검열의 대상이 아니라면서 대화내용은 3일~7일 간만 저장되기 때문에 영장 발부 기간까지 감안하면 대화 내용이 유출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번 사건들로 인해 카카오 측이 이용자들에게 거짓말을 해왔던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게다가 당시 검찰이 소집했던 '유관기관' 대책회에에 카카오톡의 간부가 참석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론은 카카오톡에 완전히 등을 돌렸다. 그럼에도 카카오 측은 논란의 본질을 외면한 채 '실시간 모니터링이 불가능하다'는 해명으로만 일관하다가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되자 "수사 협조 요청이 들어오면, 영장에 기재된 기간 동안 대화 내용을 3~7일 단위로 모아 수사기관에 제공해왔다"고 인정했다. 




'사이버 검열' 논란에 이은 '검찰과 국정원의 카카오톡 사찰ㆍ감청 사건'이 터지자 '사이버 망명'이 본격화 됐다. 전병헌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9일 랭키닷컴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카톡을 비롯해서 라인, 마이피플, 네이트온 등 한국모바일메신저 평균 이용자가 1주일 동안 167만 명이나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사이버 망명지'로 떠오른 독일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의 이용자 수는 25,458명에서 521,908명으로 약 20배 가까운 급증했다. 대 화 내용이 저장되지 않는다는 점과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기 때문에 해킹이나 모니터링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점 등이 이용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텔레그램은 지난 7일 공식 한글 앱(안드로이드 버전)을 내놓으며 국내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처음에는 단순한 해프팅으로 끝날 것으로 예상했을까? 넋 놓고 있던 다음카카오는 발 등에 불이 떨어졌다. 사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감지한 것이다. 지난 8일, 카카오 측은 정보보호 강화 방안을 제시하면서 이용자들의 마음을 돌리고자 했다. 사용자의 대화 내용을 암호화하는 '프라이버시 모드'를 도입하고, 대화 내용 저장기간을 기존의 3~7일에서 2~3일로 축소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러한 대책들이 이용자들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까? 이 로써 '사이버 망명'은 잦아들고, 사람들은 안정을 되찾을까? 애석하게도 그럴 것 같진 않아 보인다. 다음카카오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신뢰'라는 사실 말이다. 그동안의 거짓말로 인해 이용자들은 더 이상 다음카카오를 믿을 수 없게 됐다.



게다가 다음카카오의 법률 대리인인 구태언 변호사는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카카오톡을 위한 변론'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변론'이라는 그럴듯한 제목을 붙여놓긴 했지만 내용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그는 다음카카오를 "나약한 인터넷 사업자"라고 지칭하면서 다음카카오는 사과해야 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다음카카오에 비판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들을 "자신의 집에 영장집행이 와도 거부할 용기가 없는 중생들이면서 나약한 인터넷 사업자에게 돌을 던지는 비겁자들"이라고 비하했다. 자 신이 법률적으로 대리하고 있는 다음카카오를 옹호하고 쉴드치고 싶은 마음이야 충분히 이해하지만, 다음카카오의 법률 대리인이 '우린 잘못 없다'고 나오자 이용자들은 뒤통수를 맞은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됐다.논란이 확산되자 구 변호사는 해당 글을 삭제했다.



다음커뮤니케이션 공동창업자이자 현재 다음카카오 대주주인 이재웅 씨도 자신의 억울함(?)을 피력했다. 하승창 씽크카페 대표가 다음카카오 CEO의 인식을 비판하자, 이재웅 씨는 "국가권력의 남용을 탓해야지. 국가권력에 저항하지 못하는 기업을 탓하나" 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물론 사태의 본질은 '국가 권력의 남용'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카카오 측의 반응과 대응에 문제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대표와 법률 대리인의 이와 같은 히스테릭한 반응은 오히려 이용자들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데 일조하고 있다.


또,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카카오측 법무팀에 압수수색 영장을 보냈고, 본사 서버에 보관돼 있는 것 중에서 회사 측에서 준 것을 받아 온 것"이라고 밝힌 부분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검찰의 말대로라면 민간업체가 고객의 카톡 대화 내용 가운데 혐의 사실을 판단해 대신 집행했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카카오 측은 "카카오 법무팀은 혐의점 선별 · 제공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카카오가 스스로 밝힌 것처럼 그동안 카카오 측은 수사기관이 제시한 감청영장 147건 중 138건에 대해 자료를 제공했고, 압수수색영장의 경우에는 전체 요청 건수의 80.5%인 3874건의 자료를 제공했다. 추이를 살펴보면 카카오톡에 대한 감청 · 영장신청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다음카카오가 여러가지 방안들을 제시하긴 했지만, 나약한 인터넷 사업자에 불과한 카카오톡은 국정원과 검찰의 요청에 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국가 권력'이 바뀌지 않는 한 '사이버 검열' 기조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국민의 사적인 대화까지 감시하기 위해 눈을 부릅뜨고 귀를 쫑긋 세운 정부와 수사기관의 존재는 과연 지금이 2014년인지를 묻고 있다. 스마트폰의 출현과 간편한 메신저들의 등장, 어쩌면 감시는 더욱 용이해졌는지도 모른다. 과학 기술의 발달이 양남의 검이 되어 돌아온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더욱 암울한 것은 변화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감시와 억압의 시대는 이제 막 시작된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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