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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특훈 필요했던 '이중견격' 레트리버, 강형욱은 포기하지 않았다

너의길을가라 2020. 11. 10.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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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후각과 지능을 겸비해 마약 탐지견으로 활약하는 골든 레트리버(Gonden Retriever)의 별명은 바로 '천사견'이다. 그 정도로 성격이 온순하고, 사람에게 우호적이다. 또, 굉장히 점잖고 침착하다. 그래서 시각장애인의 안내견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반려견으로 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로망견이기도 하다.

골든 레트리버는 19세기 중엽 스코틀랜드에서 개량된 견종이다. '레트리버(Retriever)'는 '찾아서 물어오다'는 뜻인데, 본래 사냥감 중 특히 새를 물어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이상적인 가정견으로 여겨졌던 탓에 무분별한 번식이 이뤄졌고, 그로 인해 골든 레트리버들은 유전적으로 고관절형성부전을 앓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정기적인 건강 진단과 충분한 운동이 필요하다.


지난 9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에 등장한 고민견은 골든 레트리버 도리(암컷, 1살)였다. 앞서 '천사견'이라 소개를 했던 탓에 '골든 레트리버가 무슨 문제가 있을까'라는 의문을 품을 만하다. 실제로 도리는 '앉아'와 '엎드려'는 기본이고, '기다려'까지 완벽히 수행했다. 벨을 누르라는 말을 알아들을 만큼 영특했다. 자매 보호자들은 도리가 착하고 애교도 많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데 깜짝 놀랄 일이 벌어졌다. 도리는 주방에서 요리 중인 동생 보호자에게 접근해 팔을 물었다. 거부해도 계속해서 입질을 했다. 심지어 물고 놓지도 않았다. 보호자는 요리를 할 때면 어쩔 수 없이 등을 지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앞니로 종아리나 허벅지, 엄덩이를 물어댄다고 했다. 도리의 입질로 인해 보호자들의 몸에는 상처가 가득했다. 강형욱 훈련사는 '심한 장난'이라며 우려스러워 했다.

보호자들은 인터넷으로 반려견 훈련 영상을 보며 적용하려고 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도리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입질을 계속했다. 아무래도 보호자들의 훈육에 엉성한 구석이 많아 제대로 먹히지 않은 것이다. 보호자들은 결국 다른 방으로 피신했고, 혼자 남은 도리는 집 안에 설치된 카메라를 입에 물고, 상과 서랑잡 등을 닥치는 대로 물어뜯었다. 모든 물건이 놀잇감이었다.


"머리가 좋은 반려견은 기본적으로 욕구가 많아요. (...) 보호자가 방 안으로 들어가니까 카메라를 물기 시작하죠. 그래서 결국에는 보호자를 나오게 했고요. 아주 머리가 좋아요."

도리의 입질은 언제 시작된 걸까. 강아지 때는 노는 건 줄만 알았는데, 무는 게 아프다고 느낀 건 5개월 때부터라고 했다. 그저 이갈이를 한다고 생각해 방치했던 게 잘못이었다. 그때부터 단호하게 거절하며 가르쳤어야 했다. 보호자들은 자신들의 선택으로 오게 된 도리의 마음을 잘 헤아리지 못하는 것 같아 미안하다며 눈물을 훌렸다. 도리의 잘못된 행동이 자신들 탓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도 보호자들은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비록 골든 레트리버가 살기에 넉넉한 집은 아니었지만, 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하루에 1~2시간 씩 두 차례 산책을 나가고 있다고 했다. 강형욱 훈련사도 넓은 집에 살면서 산책을 못 나가는 개보다 좁은 집에 살아도 산책을 자주 나가는 개가 더 행복하다며 보호자들을 칭찬하며 독려했다.

한편, 도리는 신기하게도 외부인이 있을 때는 공격적인 성향을 전혀 드러내지 않았다. 두 개의 얼굴, 그야말로 '이중견격'이었다. 이경규와 장도연, 게스트 태민이 방문했을 때는 천상 천사견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보호자와 있을 때는 다시 이빨을 드러냈다. 강 훈련사는 서둘러 출동해 도리를 만났다. 자연스럽게 놀이를 유도하자 신이 난 도리는 흥분하며 뛰어놀았다.

실제로 골든 레트리버는 생후 2세까진 응석이 심하다고 알려져 있다. 쾌활하고 장난기도 많은 편인데, 그 시기를 잘 넘기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점잖은 천사견이 되는 것이다. 잠시 놀아주던 강 훈련사가 관심을 거두자 도리는 어쩔 줄 몰라하더니 강 훈련사의 손목을 물어버렸다. 얼굴을 찡그리며 이빨을 드러냈다. 강 훈련사는 목줄을 잡아채며 강력히 제지에 나섰다. 그러자 도리는 바로 얌전해졌다.


"도리는 오랜 시간 동안 보호자님의 거절을 거절하며 살았을 거예요. 그리고 보호자님은 거절을 했음에도 도리가 자꾸 거절을 하니까 무기력해졌을 가능성이 커요."

강 훈련사는 보호자들이 실패했던 보드 블로킹을 가르치며 약한 강도의 거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좀더 높은 수위의 거절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거절을 거절 당하며 무기력해진 보호자들이 다시 주도권을 가져와야 했다. 도리가 무례한 행동을 했을 경우 정확하고 확실하게 거절을 표현해야 했다. 착한 것만이 좋은 보호자의 덕목이 아니라는 말도 덧붙였다.

산책 훈련도 이어갔다. 언니 보호자는 문 밖을 나서자마자 도리에게 끌려갔는데, 강 훈련사는 도심 산책의 기본은 목줄이 당겨지면 가지 않는 것이라며 설명했다. 많은 보호자들이 산책 교육은 공원에 가서 시작하려고 하는데, 현관문 앞에서 가지 않고 서 있는 것도 훈련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또, 위험 요소가 많기 때문에 출입문은 보호자가 먼저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관문 밖에서 있으면서 도와주고 싶었는데, 도와주려 들어가면 모든 상황이 끝나 있고 다시 나가면 보호자는 사투를 벌이고 있고.."

촬영이 마무리 된 후에도 강 훈련사는 현장을 떠나지 않고, 모니터를 통해 보호자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아무래도 걱정이 됐던 모양이다. 상황이 심상치 않자 강 훈련사는 다시 보호자의 집을 찾았다. <개는 훌륭하다> 사상 최초로 야간 특별 훈련에 돌입한 것이다. 하지만 '이중견격' 때문에 제대로 훈련을 할 수 없자 이번엔 원격 훈련으로 보호자를 도왔다.


블로킹 훈련이 계속되던 중 도리가 이빨을 보이며 앞발을 들고 언니 보호자를 공격했다. 정말 위험한 상황이었다. 도리이 공격성은 점점 심해지고 있었다.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고 판단한 강 훈련사는 상황실을 뛰쳐나갔고, 집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도리를 강력하게 제압했다. 강 훈련사는 보호자의 강한 마음가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더 이상 만만하게 보여선 곤란했다.

"제지하고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이 칭찬할 수 있는 거예요. 통제할 수 없는 사람이 칭찬하게 되면 그 칭찬이 우스워져요.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이 칭찬하면 감동받아요."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이 칭찬할 수 있다는 강 훈련사의 말은 의미심장했다. 그건 보호자의 자격에 대한 답이면서 반려견과 어떤 관계를 맺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메시지이기도 했다. 반려인구 1500만 시대, 과연 우리는 어떤 보호자인가. 통제할 수 없으면서 칭찬만 늘어놓는 쪽인가, 아니면 반려견의 삶을 제대로 책임질 수 있는 쪽인가. 나의 칭찬은 반려견에게 감동을 주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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