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아이들의 뺨을 때린 것이 아동학대가 아니라 훈육이라고요?

너의길을가라 2014. 10. 3.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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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모든 체벌을 반대한다. 개인적인 견해를 접어두고, '체벌'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기로 하자.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체별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사랑의 매'의 미담(美談)을 믿고, 감정을 배제하고 완벽한 체벌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들을 모두 존중하기로 한다. 그래야 대화의 진정이 있을 테니까 말이다. 이번엔 이렇게 물어보자. 과연 체벌이 '필요한 범위'란 무엇이고, 체벌의 '상당한 방법'은 어떤 것일까?



어떤 행동을 체벌해야 하는지를 가리는 것은 매우 민감한 일이다. 교양자가 어떤 사람인지에 따라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교양자인지에 따라, 다시 말해서 교양이 허용된 친권자 혹은 교장(선생님까지도 포함), 아동복지시설을 운영 중인 자 등의 가치관에 따라 '혼낼 일'은 다를 수밖에 없다. 이번 글에서 그 미묘한 문제는 차치하기로 하자. 우리는 체벌의 '상당한 방법'에 집중할 것이다.


아동복지법


제3조(정의)


7. "아동학대"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을 말한다.


아동복지시설을 운영하는 김 씨가 '훈육 차원'으로 아이들의 '뺨'을 때렸다. '아동 학대'일까, 정당한 훈육일까? 법원의 판단은 '아동 학대가 아니다'라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체벌주의자'들도 동의하지 못할 판결이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체벌은 회초리로 종아리나 손바닥을 몇 대 씩 때리는 것이 아니던가? "너 몇 대 맞을래?"라고 묻거나 혹은 이러한 잘못에는 몇 대를 맞기로 약속해둔 체벌을 가하는 것 말이다.


하지만 '뺨'은 사정이 다르다. 뺨을 때려본 사람이나 뺨을 맞아본 사람은 알 것이다. 그 순간 '때리는 사람'과 '맞는 사람' 모두 눈이 뒤집힌다는 것을 말이다. '이성적인' 상태에서 뺨을 때리는 일은 없다. 감정적인 격분 상태에서 나오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맞는 사람은 엄청난 수치심을 받게 된다. 평생에 남는 상처를 입게 되는 것이다. 이것을 '훈육'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동학대가 이뤄졌다는 신고를 받은 서울시 영등포아동학대예방센터는 지난 1월 3차례에 걸쳐 현장 조사를 실시했고, 운영자인 김 씨는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을 때 잘못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뺨을 때린 적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아동학대예방센터는 "김씨가 훈육의 일환으로 아이들의 뺨을 때린 사실을 인정했고, 그 강도가 세지는 않았지만, 이는 손, 발로 아동의 신체를 가해하는 행위에 해당해 신체 학대로 판정된다"고 판단했다.



김씨가 아이들의 뺨을 때린 점은 인정된다. 여러 명이 함께 지내는 시설의 질서를 흐리는 아동들을 훈계하고 주의를 줘 올바른 행동을 지도하기 위한 목적이 주된 것이었다고 보인다. 김씨의 행위가 아동복지법상의 '아동학대'에 해당한다고 볼 것인지 여부는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고는 볼 수 없으므로 아동복지법에서 규정한 아동학대라고도 볼 수 없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이승한 부장판사)는 김 씨가 아이들의 뺨을 때린 점은 인정된다면서도 그 행위게 여러 명이 함께 지내는 시설의 질서를 흐리는 아동들을 훈계하고 주의를 줘 올바른 행동을 지도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매우 관대한 판결이 아닐 수 없다. 이는 대한민국의 대법원이 '뺨을 때리는 것'에 관대한 입장을 취해왔던 흐름을 이어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중학교 교장직무대리자가 훈계 목적으로 교칙위반학생에게 뺨을 몇 차례 때린 정도는 감호교육상의 견지에서 볼 떄 징계의 방법으로 사회상규를 벗어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1976년 4월 27일 대법원 판결의 기조는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이런 과거의 판례가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굳건히 지켜지고 있다는 것은 법원이 얼마나 사회적 인식과 동떨져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삼둥이 아빠인 슈패맨 송일국이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보여준 훈육 방법은 많은 사람들의 귀감이 됐다. 송일국이 집안 청소 때문에 한눈을 판 사이에 대한이의 장난으로 민국이가 울음을 터뜨리자, 그는 대한이만 따로 불러내 훈육을 했다. 또, 만세가 음식을 삼키지 않고 계속 씹기만 하자 화장실로 따로 데려가 엄하게 꾸짖고 무엇이 잘못됐는지 차근차근 설명해주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끌었던 부분은 송일국이 삼둥이 중 한 명이 잘못을 했을 때, 아이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잘못을 지적하고 혼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송일국은 "아내와 저의 아이들을 혼낼 때 원칙은 다른 아이들이 없는 곳에 데려가서 이야기 하는 것이다. 아이들도 다른 사람들이 있는데서 혼나면 수치심을 느낀다고 한다"면서 자신의 훈육 방식에 대해 설명했다.


수치심은 성인들만 느끼는 것이 아니다. 아동들도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그로 인해 상처를 받는다. 그 상처가 마음 깊숙한 곳에 남아서 성인이 되어서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하다. 여러 사람 앞에서 잘못을 지적받는 것으로도 그럴진대, '뺨을 맞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아동학대'에 대한 관대한 법원의 판단은 앞으로 뺨을 때리는 것 '정도'는 허용된다는 지침서와 다름 없다. 폭력에 관대한 대한민국, 상처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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