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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달 연대기'라는 새로운 도전, 칭찬하기에는 엉성하고 어설펐다

너의길을가라 2019. 6. 11.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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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아스달 연대기>는 낯설다. 가장 오랜 옛날의 시기, 상고시대(上古時代)를 시대적 배경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훨씬 많은 역사 이전의 시대, 그동안 한국 드라마에서 시도하지 못했던 시절의 이야기를 끄집어 낸 것이다. 그곳엔 신화가 가득했고, 판타지가 그득했다. 상상력으로 채워넣을 공간이 무궁무진했다. <아스달 연대기>는 원시에서 문명으로 진입하는 단계, 부족에서 (연맹을 거쳐) 국가로 발전하는 단계, 신화에서 역사로 진입하는 단계를 펼쳐보이려 했던 것이다.


시청자들은 '국내 최초 고대사 판타지'에 '호기심'을 보였다. 어떤 '세계관'이 바탕이 됐으며 그 얼개가 얼마나 촘촘하고 탄탄한지, 캐릭터들은 얼마나 매혹적이고 설득적일지 궁금했으리라. 또, 어느 정도의 고증이 수반됐으며 화면 상으로 CG 등이 얼마나 실제적으로 구현됐는지, 배우들의 연기는 어느 정도의 몰입도를 가져올지 궁금했을 것이다. 무려 540억 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대작이 아닌가. 그 퀄리티에 대한 기대가 높은 건 당연했다.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열자 다소 실망스러웠다. 


<아스달 연대기>는 태고의 땅 '아스'의 중심지인 '아스달'에서 벌어지는 영웅들의 각축전을 다루고 있다. 아스달에는 인구가 많고 군사력이 강한 새녘족(대칸)과 선전의 제의를 관장하는 흰산족, 불을 능숙히 다루며 청동을 제조하는 기술력을 지닌 해족이 연맹을 이루고 있다. 이들은 '사람'이라 불린다. 새녘족의 어라하(부족장) 산웅(김의성)과 흰산족의 어하라 아사론(이도경), 해족의 어라하 미홀(조성하)는 권력의 향배를 좇으며 미묘한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아스에는 사람 이외의 종족이 또 있었는데, 바로 '뇌안탈('네안데르탈인'을 모티브로 삼아 작명한 것으로 보인다)'과 '이아르크'이다. '꿈'을 꾸는 뇌안탈은 사람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신체 능력을 보유한 종족이었다. 아스달 연맹은 뇌안탈에게 국가를 건설하자고 제안하지만, 뇌안탈은 이를 단칼에 거부했다. 그러자 아스달 연맹은 뇌안탈에게만 반응하는 전염병을 퍼뜨려 그들은 멸종시켜 버렸다. 인간의 잔혹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아르크는 아스달의 이남, 대흑벽 아래에 사는 종족이다. 아사달 사람들은 이아르크인들을 '두즘생'이라 낮춰 부른다. 두발로 걷는 짐승, 즉 미개한 사람들이라는 의미다. 한편, 사람인 아사혼(추자현)과 뇌안탈 라가즈(유태오) 사이에서 혼혈인 은섬(송중기)가 태어나고, 은섬은 이아르크의 와한족의 손에 길러진다. 와한족은 뇌안탈과 마찬가지로 '꿈'을 꾸며, 수렵채집 생활을 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새녁족의 대칸부대가 들이닥치면서 평화는 산산조각 나고, 부족 전체가 아스달로 끌려가게 된다. 


이렇듯 <아스달 연대기>의 세계관은 (엄청나게 흥미롭지도 않지만) 나쁘지 않다. 구성도 (알고 보면) 단순한 편이다. 문제는 그 세계관이 완전히 새로 창조됐기 때문에 시청자의 입장에서 너무 낯설게 다가온다는 점이다. 드라마 속 용어들도 제작진이 만들어 낸 것이라 입에 달라붙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HBO <왕좌의 게임>의 경우에는 원작이 있어 시청자들이 그 세계관에 적응하기가 훨씬 수월했다면, <아스달 연대기>는 드라마를 보면서 그 과정을 겪어내야 한다. 



사실 진짜 문제는 '세계관'이나 '원작의 유무'가 아니다. 역시 '만듦새'를 따지지 않을 수 없다. 드라마 초반에 세계관에 대한 설명을 구구절절 늘어놓는 연출은 상당히 촌스러웠다. 세계관은 장면 속에 은연중에 드러냄으로써 시청자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해야 하는 것이지, 주입식 교육처럼 일방적으로 나열한다고 교감되는 게 아니다. 아마도 1, 2회의 그 딱딱한 세계관 강의에 상당 수의 시청자가 불만을 가졌으리라. 


물론 세계관이 좀 엉성하고 그 전달 방식이 세련되지 못하다고 하더라도 결국 캐릭터가 매력적이라면 드라마는 성공할 수 있다. 결국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건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스달 연대기>의 주인공들은 왠지 모르게 겉돈다는 인상을 준다. 드라마 속의 인물이라는 느낌이 들기보다 이질적으로 다가온다. 세계관에 대한 설명에 치중하느라 초반 인물 묘사를 등한시한 결과이다. 아사혼과 라가즈 등의 퇴장이 너무 빨리 이뤄졌고, 아역 배우들의 역할도 너무 적었다.


캐릭터의 매력이 반감된 또 다른 이유는 '연기력'이다. 새녘족의 아라하 산웅의 아들이자 아스달의 영웅인 타곤을 연기하는 장동건은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 어색하고, 은섬 역의 송중기는 영화 <늑대소년>을 떠올리게 하는 표정과 연기로 일관하고 있다. 와한족의 씨족어머니 후계자 탄야 역의 김지원이나 해족의 어라하 미홀의 달인 태알하 역의 김옥빈의 연기 패턴도 충분히 예상되는 범위 내라 흥미를 반감시켰다. 



그밖에도 대사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는 점(음향의 문제인지, 연기의 문제인지, 모두의 문제인지 판단하기 어렵다)과 초반에 극의 몰입을 이끌 중심축이 없었다는 점도 아쉽기만 하다. JTBC <SKY 캐슬>의 경우, 1회에 등장했던 김정난이 확실한 존재감을 뿜어내며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아내지 않았던가. 그에 비하면 추자현의 연기는 상당히 난해했다. 어색한 감정선과 딱딱한 발성으로 일관해 오히려 시청자들의 몰입을 방해했다.


이렇듯 만듦새에서 문제점을 드러낸 <아스달 연대기>는 엄청난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tvN <미생>, <시그널>, <나의 아저씨>를 연출한 김원석 PD, <뿌리 깊은 나무>, <육룡이 나르샤>를 집필한 김영현 · 박상연 작가에 장동건 · 송중기 · 김지원 · 김옥빈등 역대급 캐스팅을 완성한 드라마인 만큼 후폭풍이 거센 건 감당해야 할 몫일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540억이라는 엄청난 제작비가 들어간 작품이 아닌가. 당장 430억 원이 들어갔다는 <미스터 션샤인>과 극명히 비교가 됐다.


그래도 시청률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1회 6.729%로 시작한 <아스달 연대기>는 2회 7.31%, 3회 6.435%, 4회 7.705%로 상승의 여지를 남겼다. 아버지 산웅과 대립각을 세우며 욕망을 드러낸 타곤, 산웅을 납치해 와한족을 구출하려는 은섬, 자신의 정체성과 능력을 깨달은 탄야, 아버지 미홀과 타곤 사이에서 고뇌하는 태알하 등 캐릭터 간의 이야기가 본격화될 5회부터 <아스달 연대기>는 또 한번의 분기점을 맞이할 전망이다. 


<아스달 연대기>는 지금껏 없었던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칭찬할 만 하지만, 그 만듦새가 어설프다는 점은 비판할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540억 원이라는 제작비, 사전 제작이라는 여건에도 이런 결과물이 나왔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더욱 크다. 게다가 스태프 혹사 의혹까지 제기됐던 터라 시청자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는 점도 <아스달 연대기>의 고민이다. 과연 <아스달 연대기>가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까? 시청자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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