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 연예/'개는 훌륭하다' 톺아보기

"아름답게만 키우는 것? 웃기는 소리" 강형욱이 '기질'을 언급한 까닭은?

너의길을가라 2020. 5. 26.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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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의 세계에도 '인기 견종'이 있다. 입양이라는 절차를 통해 반려견과 만나기 때문에 반려인들은 자신이 원하는 견종을 선택하게 된다. 귀여운 외모에 성격이 명랑하고 활발한 시바견(Shiba Inu)은 분명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시바는 일본어로 '작은'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고향인 일본에서 가장 많이 기르는 견종 중 하나이기도 하고, 이젠 전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단지 예쁜 외모나 겉으로 드러나는 (긍정적인) 특성만으로 평생 함께 할 반려견을 선택해도 괜찮은 걸까? KBS2 <개는 훌륭하다> 23회(4월 13일)에 고민견으로 등장했던 '이백이'의 경우에도 소유욕과 경계심이 강해 물건에 대한 집착을 보여 보호자들을 놀라게 하지 않았던가. 또, 시바견은 화가 나면 앞뒤 가리지 않는 습성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게다가 엄살이 심하기로 유명하다.

지난 25일 <개는 훌륭하다>에 또 한번 시바견이 찾아왔다. 홍시(암컷, 9개월)는 집안의 왕으로 군림하고 있었다. 보호자들(엄마와 두 딸)은 신하의 위치에서 홍시를 보필하고 있다고 느낄 정도였다. 그렇다면 보호자의 고민은 무엇일까. 우선, 입질이 심해서 발톱을 깎을 수 없었고, 가슴줄을 거부해서 산책을 나갈 수도 없었다. 엄마 보호자는 2주 전에 홍시이 송곳니에 손목을 깊에 물리기도 했다.


또, 물건에 심한 집착을 보였다. 플라스틱을 뜯어 먹거나 로션을 핥아 먹다가 토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통제가 되지 않았다. 이쯤되니 보호자의 마음에 염려가 피어났다. 홍시가 보호자의 마음을 몰라주는 것도 속상했지만, 무엇보다 타인이나 타인의 개를 물어 다치게 할까봐 겁이 났다. 처음 키워보는 반려견이기에 부족함을 절감하고 강형욱 훈련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던 것이다.

물건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증상은 수제자 이경규의 활약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이백이의 케이스를 지켜봤던 이경규는 보호자들의 행동이 홍시를 자극했음을 알아차렸다. 물건을 뺏으려고 보호자들이 야단법석을 떨지 않자 홍시는 오히려 당황했다. 이후에는 간식을 주며 물건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도록 유도해 나갔다. 한층 성장한 이경규는 능숙하게 훈련을 수행해 게스트로 출연한 한승연의 박수를 받았다.

"반려견 훈련도 해보고 많은 보호자들과 상담을 해보면서 기질이라는 게 되게 중요하다는 걸 느끼게 되더라고요. 서로 갖고 태어난 성품이나 성향. 그런데 애정을 주는 게 너무 행복하고 항상 줘도 줘도 더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이 견종(시바견)을 만나면 이 고민에 빠지더라고요. 여러분과 이 친구의 기본적인 기질이 조금 상충되는 게 보여요."


이젠 강 훈련사가 나설 차례였다. 본격적은 훈련에 앞서, 강 훈련사는 보호자들에게 '궁합'에 대해 언급했다. 여기에서 궁합이란 보호자들의 성향과 반려견들의 기질의 조화를 의미했다. 그 궁합이 잘 맞으면 더할나위 없겠지만, 잘 맞지 않을 경우에는 갈등이 생길 가능성이 높았다. 반려견에 대한 애정이 가득하다 못해 넘쳐흐르는 보호자들과 시바견인 홍시는 기질적으로 상충되는 부분이 있었다.

그러나 이미 반려인과 반려견의 관계를 맺어버렸으니 이제 와서 어찌하겠는가. 이젠 보호자로서의 역할에 책임감을 갖고 맹렬히 훈련에 임할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강 훈련사는 시바견의 경우 9개월은 사람으로 치면 17~18세 정도라고 할 수 있는데, 만약 지금의 훈육 방식이 18개월까지 유지되면 변화의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지므로 지금이라도 홍시를 잘 키우는 보호자의 모습이 무엇인지 정확히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훈련사가 홍시에게 가슴줄을 채우려고 하자 홍시는 강하게 거부했다. 온몸으로 불만을 표현했다. 평생 그런 속박으로부터 자유롭게 살아왔던 홍시가 기꺼이 가슴줄을 받아들일 리 없었다. 그럼에도 강 훈련사는 포기하지 않자 홍시는 점차 스트레스를 받았다. 자신의 발을 핥고, 꼬리를 무는 행동을 계속했다. 그리고 보호자가 있는 소파 위로 올라가 짜증 섞인 화풀이를 했다.


"누구를 키운다는 건 아름답지만은 않아요. 내 손에 흙도 묻혀야 하고 똥도 묻허야 돼요. 아름답게만 키우는 것! 웃기는 소리예요."

제멋대로 살아온 홍시에게 '통제'를 가르쳐주기 위해선 불가피하게 완력이 필요했다. 보호자들은 괴로원하는 홍시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며 안타까워했다. 가뜩이나 엄살이 심한 시바견이니 보호자들의 괴로움은 더욱 컸다. 강 훈련사는 홍시의 주 보호자인 둘째 보호자에게 "누구를 키우는 건 아름답지만은 않"은 일이라 강조하며, 보호자가 마음을 다잡고 훈련에 임할 수 있도록 도왔다.

다행스럽게도 홍시는 강 훈련사의 지도에 따라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다. (물론 4시간 가량의 긴 노력이 필요한 일이었다.) 처음엔 격렬히 저항했던 가슴줄과 목줄을 채운 상태에서 보호자를 따라 걷는 등 통제에 조금씩 적응하려 노력했다. 달라진 건 보호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보호자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고, 시바견의 특성에 대해 조금씩 배워 나갔다.

이처럼 전문적인 훈련을 통해 개선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은 건 사실이다. 노력을 통해 바꾸고 채워나갈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 그러나 그 이전에 먼저 생각해 봐야 할 게 있다. 강 훈련사가 상담할 때 얘기했던 것처럼, 애초에 반려견을 입양할 때 어떤 견종을 선택할 것인지 신중하게 고려야 한다. 견종 특유의 기질을 파악하고, 그 기질이 보호자 자신과 잘 어울리는지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

단지 외모가 예쁘거나 멋있어서, 인기 견종이라는 이유로 반려견을 덥석 입양하는 건 자제해야 한다. 그래야 이후의 많은 문제들을 예방할 수 있지 않을까. 2019년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한 반려견이 79만 7081마리로 전년 대비 443.6% 증가했지만, 유실되거나 유기된 동물의 수도 13만 5791마리나 돼 12.1% 증가(그 중 개는 75.4%를 차지)했다는 통계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견종 선택의 신중함부터 이후의 책임감까지 보호자들의 각성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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