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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 역린을 건드린 '가족 예능'의 몰락이 시작됐다

너의길을가라 2017. 8. 17.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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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습(世襲) : 재산, 신분, 직업 등을 한집안에서 자손 대대로 물려받음

세습의 대표적인 예는 아마도 북한일 것이다. 그들은 3대에 걸쳐 권력을 세습하고 있다. 인민들의 인권은 유린되고, 피폐한 삶은 더욱 앙상하기만 하다. 그러나 세습으로 공고한 저 권력은 요지부동이다. 시선을 남쪽으로 돌려도 다를 바 없다. 삼성과 현대를 비롯한 대한민국 굴지의 기업들은 부를 대물림한다. 그것이 곧 권력이기에 차이를 찾는 건 무의미하다. 삼성의 경우 사실상 공짜로 기업을 넘겨주기 위해 회삿돈 수백 억 원을 횡령하고 은닉한다. 온갖 불법과 부정을 저질러 세습을 완성하고자 했다. 그 결과는 기업 오너의 구속이다.

어디 그들뿐일까. 재산의 전부를 기부하고 세상을 떠나는 놀라운 결단을 하는 소수를 제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것을 자녀에게 상속한다. 어쩌면 자신의 무언가를 자손들에게 넘겨주고 싶어하는 마음, 달리 말해 대물림은 인간의 본능일지 모르겠다. 그 마음 자체를 누가 탓하겠는가. 그러나 이 경우는 위의 사례들과는 구분돼야 마땅하다. '사유재산제도'에 근간을 둔 상속과 사유재산이 아닌 '공공'의 것 혹은 다수로 구성된 '주주'들의 것을 '세습'하는 것이 어찌 같다 말할 수 있겠는가. 

 

 

이처럼 북한의 3대 세습이나 대기업들의 대물림은 '명분'과 '절차'에 있어서 심각한 하자가 있기 때문에 다수의 사람들이 신랄한 비판을 가하고 있다. 한편, '놀랍게도' 방송의 경우에도 '가족 세습'이라는 게 존재한다. 연예인들이 자신의 인지도를 바탕으로 가족들을 방송에 출연시키는 사례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더욱 놀라운 건, 그와 같은 시도가 훨씬 노골화되고 있다는 점인데, 방송사들은 부정적인 여론에도 이를 무시하고 강행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SBS <싱글와이프>와 tvN <둥지탈출>이다. 

<싱글와이프>는 연예인의 아내를 대상으로 하고 있고, <둥지탈출>은 연예인(정치인도 한 명 포함돼 있다.)의 자녀를 주인공으로 삼는다. 구성 면에서 보면 충분히 방송의 가족 세습을 지적할 만 하다. 파일럿을 통해 시청자들을 먼저 만났던 <싱글와이프>는 8월 2일 정규 프로그램으로 론칭됐다. 1회 시청률은 5.2%로 제법 높게 나왔지만, 2회 5.0%, 3회 4.3%로 하락세를 면치 모하고 있다. 박명수와 한수민을 필두로 화제성 면에서는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 또한 부정적인 반응이 압도적이다. 

'아내에게도 일탈이 필요하다'며 출연자들이 누군가의 아내가 아닌 '나 자신'을 찾아보도록 만든다는 취지는 좋았지만, 이를 풀어내는 방식은 고민이 부족했다. '아내에게는 잠깐의 일탈이면 충분하다' 정도에 머물렀다고 할까. '부부'라는 관계, 그리고 '남편'과 아내'의 역할에 대해 진지한 탐구를 하기보다는 단순히 여행을 보내고 그 과정에서 좌충우돌하는 모습만 보여주는 데 급급하다. 애초에 '가족 예능'이라는 비판 속에서 시작했던 만큼 더욱 신중한 태도를 견지했어야 함에도 가십성 내용을 보여주는 데 그친 것이다.

 

 

한편, 연예인 자녀들이 부모의 품을 떠나 외국의 낯선 환경 속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담아내는 관찰 프로그램 <둥지탈출>도 1회 4.083%를 기록한 이후 1~2%대 시청률에 머물고 있다. 1회가 방송된 후 높은 시청률에 고무됐던 제작진은 시청자들의 냉담한 반응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박미선과 이봉원의 딸, 최민수의 아들, 박상원의 딸.. 처음에는 이런 타이틀이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이 누군가의 아들 · 딸이라는 수식어를 떼어놓고 본다면 그다지 매력이 없다는 게 밝혀지면서 부정적인 여론은 급속히 불어났다. 

시청률의 하락과 정체는 그 때문일 것이다. 물론 연예인의 자녀들이라고 왜 고민이 없겠는가, 왜 아픔이 없겠는가. 하지만 청년 세대의 절망이 임계치에 다다른 이 시점에서 여전히 엄마와 아빠의 힘으로 방송에 출연하는 엄청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그들의 고민과 아픔이 상대적으로 가벼워 보이는 건 전혀 이상하지 않다. 여전히 카메라에 한컷이라도 잡히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그들의 너무도 쉬운 '등용문'에 분노가 모아지는 건 당연하다.

 

 

 

비록 '우리는 연예인이 될 생각이 없어요'라며 해명하고 나섰지만(최민수의 아들은 예외다.), 그럴 생각도 없이 TV에 출연하려는 까닭을 오히려 이해하기 어렵다. 단지 '자기개발'을 위해 방송을 활용하는 저들의 마인드가 더욱 놀랍기만 하다. 또, "순수하게 아들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컸"다는 이종원이나 "아이가 한국말을 잘 못 하기 때문에 한국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이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강주은의 접근도 난해하기만 하다. 알다시피 방송은 저들의 사유물이 아니지 않는가.

 

SBS <미운 우리 새끼> 를 제외하면 현재 '가족 예능'은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특히 새로 시작한 프로그램들의 성적이 좋지 않다. 그만큼 시청자들이 범람하는 가족 예능에 싫증을 느끼고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는 뜻일게다. 이런 상황에서 SBS가 <추블리네가 떴다>라는 또 하나의 가족 예능을 편성하고 나선 건 그야말로 상투를 잡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추성훈 가족(추성훈, 야노시호, 추사랑)'의 등장은 또 한번 시청자들을 피로하게 만들고 있다. '그만하면 되지 않았나'라고 말해주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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