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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와 혜리와 달리 호평받는 설현, '나의 나라'로 날아오를까?

너의길을가라 2019. 10. 26.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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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돌(연기를 겸하여 하는 아이돌 가수를 일컫는 말) 전성시대'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다. tvN <타인은 지옥이다>의 임시완, tvN <호텔 델루나>의 이지은(아이유) 등 이미 연기돌로 자리잡은 배우뿐만 아니라 JTBC <열여덟의 순간>의 옹성우, MBC <신입사관 구해령>의 차은우 등 새롭게 연기돌로 이름을 올린 이들의 활약이 끝나기 무섭게 다음 주자들이 배턴을 이어받았다. 

JTBC 금토 드라마 <나의 나라>의 김설현, SBS 금토 드라마 <배가본드>의 배수지, tvN <청일전자 미쓰리>의 이혜리가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물론 동시간대에 경쟁을 펼치는 건 아니지만, '연기돌'이라는 카테고리로 묶일 수밖에 없기에 그들의 연기는 자연스레 비교의 대상이 되곤 한다. 그것이 연기돌이라는 이름을 짊어진 이들의 불가피한 숙명일 게다.

이제 연기돌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과 편견은 상당 부분 사라졌다. 그만큼 최근 연기돌로 등장한 이들이 착실하게 준비를 한 상태에서 연기 무대로 넘어오기 때문이다. 가령, tvN <미생>에서 단단한 연기를 선보이고, 영화 <변호인>, <불한당>을 통해 성숙한 배우로 거듭난 임시완은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임시완에게서 '제국의 아이돌'을 떠올리지 않는다.


또, 지난 9월 종영한 <열여덟의 순간>에서 캐릭터에 최적화된 연기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워너원의 멤버 옹성우도 새로운 시대의 연기돌 계보를 잇는 케이스라 할 수 있다. 이처럼 과거와 같이 연기돌의 무지막지한 발연기가 손발을 오그라들게 하는 시절은 지나갔다. 그럼에도 여전히 연기돌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시선은 (조금 더) 날카로울 수밖에 없다. 

사실 김설현, 배수지, 이혜리는 모두 그 냉혹한 평가의 중심에 섰던 연기돌이다. 작품에 출연할 때마다 연기에 대한 지적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고, 심지어 연기력 논란으로 화제가 되기 일쑤였다. 공교롭게도 배수지와 이혜리는 각기 영화 <건축학개론>(2012)과 tvN <응답하라 1988>(2015~2016)로 뜨거운 반응을 얻었지만, 그 이후에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배수지는 KBS2 <함부로 애틋하게>(2016), SBS <당신이 잠든 사이에>(2017)에 잇따라 출연했지만, 조금씩 겉도는 연기로 시청자들의 불만을 샀다. 상대 배우(김우빈, 이종석)의 연기력에 묻어간다는 평가도 있었다. 이승기와 함께 출연하고 있는 SBS <배가본드>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는 반응이다. '국정원 직원'을 연기하는 그의 캐릭터 표현력은 상당히 아쉽기만 하다.


이혜리도 SBS <딴따라>(2016), MBC <투깝스>(2017) 등 연기 활동에 박차를 가했으나 매번 연기력 논란이 발목을 잡았다. 역시 상대 배우(지성, 조정석)의 역량만 강조됐다. 절치부심하며 준비했을 <청일전자 미쓰리>에서도 신통찮은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연기하는 캐릭터마다 계속해서 '덕선'이 보인다는 점은 이혜리의 크나큰 약점이나 숙제이다. 

반면, 김설현은 배수지와 이혜리와 달리 대표적이라 할 만한 작품이 없었다. KBS2 <내 딸 서영이>(2012~2013)로 연기자로 첫발을 내딛었고, 영화 <강남 1970>, <살인자의 기억법>, <안시성> 등에 출연하며 착실히 필모그래피를 쌓아나갔다. 비록 <안시성>에서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흠잡을 만한 수준의 연기는 결코 아니었다. 

"다신 사라지지 마. 더는 잃고 싶지 않아. 너랑 못해본 게 너무 많아. 봄엔 매화수길도 걷고 싶고가을엔 낙엽도 밟고, 겨울엔 눈도 맞고 싶어. 여름에 만나고 헤어져서 그런가 다른 계절도 같이 보고 싶다. 기억할 거리 하나쯤은 있어야지. 그 정돈 할 수 있잖아. 욕심 아니잖아."

아직까지도 뭔가 아쉽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배수지와 이혜리와 달리 김설현은 <나의 나라>에서 한층 성숙된 연기를 선보이며 시청자들을 만족시키고 있다. 김설현은 기생의 딸로 태어났으나 자신의 삶과 사랑을 진취적으로 개척해 나가는 총명한 인물 한희재 역을 맡았다. 강단 있는 모습을 보여주다가도 서휘(양세종)와의 감정신에서는 섬세한 연기를 보여주며 호평을 받고 있다.


고려 말부터 조선 초로 이어지는 혼란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나의 나라>는 그 시대를 살아갔던 다양한 사람들의 신념이 부딪치는 상황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내고 있다. 왕권을 차지하려는 이방원(장혁)과 이를 저지하려는 남전(안내상)의 권력 의지가 충돌하는 가운데 남선호(우도환), 서휘(양세종), 한희재(김설현) 등 젊은 세대의 신념과 사랑이 펼쳐진다.

<나의 나라>에는 김영철, 장혁, 안내상, 장영남, 박예진 등 연기력을 갖춘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고 있는데, 이들의 연기를 넋놓고 바라보고 있다보면 1시간이 언제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이다. 여기에 양세종, 우도환과 호흡을 맞추고 있는 김설현의 활약이 화룡점정처럼 느껴진다. 조금씩 어색한 분위기를 풍기는 '전문 배우' 양세종과 우도환보다 오히려 안정감이 느껴질 정도다. 

김설현의 활약 덕분일까? <나의 나라> 7회 시청률 4.704%(최고 시청률 4.989%)로 순항 중이다.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소신 있고 강단 있는 모습, 자신의 방식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모습이 좋았"기 때문에 '한희재' 역을 맡기로 결정했다는 김설현, 그가 진취적인 여성의 모습을 멋드러지게 그려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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