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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돈가스집 포기한 백종원, 의지 없으면 솔루션도 없다!

너의길을가라 2019. 12. 12.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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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평택역 뒷골목 편의 솔루션 성공률은 66.6%로 마무리됐다. 이번 편의 '찐' 승자였던 떡볶이집은 초반부터 원활하게 솔루션이 진행됐다. 사장님의 겸허한 태도는 인상적이었다. 그는 자신의 오랜 경력을 내려놓았고, 퇴적된 경험마저도 기꺼이 버리고 솔루션에 임했다. 그러한 모습은 시청자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고, 백종원도 최선을 다해 사장님을 도왔다.

모녀가 함께 운영하는 할매국숫집도 큰 난관없이 순조로웠다. 서로가 불만스러웠던 엄마와 딸은 하루동안 역할을 바꿔 일하며 상대방을 이해해 보는 역지사지의 시간을 가졌다. 또, 정확한 계량을 통해 국수 맛이 항상 일정할 수 있도록 만들었고, 비효율적이었던 주방의 동선을 바꿔 일의 능률을 높였다. 이제 모녀의 호흡은 척척 맞았고, 회전율은 더할나위 없었다.

문제는 역시 수제돈가스집이었다. 초반부터 난항을 겪더니 결국 파국으로 치달았다. 어디에서부터 꼬였던 걸까. 무엇이 문제였던 걸까. 솔루션 마지막 날, 백종원은 '흔들리지 말고 소신있게 하라'는 조언을 건내기 위해 사장님을 찾아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사장님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다시 동가스 소스를 갈아엎어버렸다. 중심을 잡지 못한 채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음식을 너무 우습게 아는 거예요. 이러면 안 돼요. 이런 사람이 음식을 하면."

사장님은 기존의 레시피에 우유를 첨가해 (백종원의 표현대로라면) 이전보다 못한 소스를 만들었다. 애초에 사장님은 자신의 레시피에 자부심을 갖고 있었고, 백종원이 '맛이 없다'고 평가한 것에 대해 "가슴 속 서운함이 풀리지 않"는다고까지 말했다. (작가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내용이다.) 그 때문에 백종원도 더 이상 개입하지 않고, 사장님의 레시피를 존중해 물러섰던 터였다.

그런데 이제 와서 레시피를 또 바꿨다는 말을 들으니 백종원의 입장에선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우유 하나만 더 첨가한 거예요." 그 한없이 가벼운 말에 결국 백종원은 쌓였던 분노를 터뜨렸다. 백종원은 사장님에게 "음식을 너무 쉽게 아는 거"라 힐난하면서 콩나물국이나 미역국에 우유를 넣었다고 생각해 보라면서 재료 하나가 음식 자체를 바꿔놓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시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수제돈가스 사장님의 어떤 점이 백종원과의 솔루션을 망쳤을까. 업계 최고의 전문가를 만날 수 있는 기회 아닌가. 그냥 만나기만 하는 게 아니라 객관적인 평가를 받고 그에 맞는 적절한 솔루션을 '공짜로' 받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 아닌가. 더불어 자신의 분야에서 몇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기도 하다. (물론 돈도 많이 벌 수 있으리라.)

수제돈가스 사장님은 그 기회를 몽땅 날려버렸다. 자신의 돈가스 소스가 맛있다고 우기는 바람에 대중적인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는 비법을 전수받지 못했다. (처음에는 기본부터 잡으라 조언했지만, 백종원은 성향상 추후 업그레이드를 시켜줬을 게 뻔하다.) 김치볶음밥도 마찬가지였다. 평범한 소비자인 김성주보다 맛없는 김치볶음밥을 만들어 놓고도 아집을 버리지 못했다.


물론 수제돈가스집 사장님은 기존의 빌런들과는 조금 다르다. 혼자 연습도 하고, 새로운 레시피를 개발하려고 공부도 한다. 나태하거나 태만하지 않다. 적어도 애성은 갖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경력'과 '경험'에 지나치게 가중치를 둔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그가 업체 최고의 전문가라 할지라도 말이다. 인정하고 수긍하지 않으니 서로의 의견이 뒤섞일 여지도 없다.


떡볶이집 사장님과 할매국수집 사장님이 경력이 부족해서 백종원의 말에 귀를 기울였겠는가. 그들이 경험이 부족해서 백종원의 솔루션을 수용했겠는가. 오랜 경력과 많은 경험은 분명 좋은 밑천이지만, 때로는 발전을 막고 도약을 지체하게 만드는 족쇄가 되기도 한다. 초심으로 돌아가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그때는 배우는 데 인색하지 않았고, 스펀지처럼 잘 빨아들였으니까 말이다.

수제돈가스집의 좋은 결말을 바랐지만, 애석하게도 솔루션은 실패했다. 나도 전문가라는 아집, 오랫동안 이 일을 해왔다는 자부심, 소수의 단골 손님의 반응.. 이런 것들이 사장님의 눈과 귀를 막았다. 더 안타까운 건, 그렇다고 사장님이 뚝심있게 밀고 나가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차라리 모든 걸 내려놓고 적극적으로 솔루션에 임했으면 어땠을까, 라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수제돈가스 사장님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우리라고 내가 틀렸음을 쉬이 인정하기 쉽겠는가. 사장님은 그 허망함을 견디기 어려워 고집을 부려본 것일지도 모른다. 시청자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저 하나의 솔루션이 실패했을 따름이다. <백종원의 골목식당>도 솔루션을 받는 사장님의 의지가 없을 경우 주저않고 굳이 솔루션에 열을 올리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워나가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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