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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만 대면 공격하는 필라테스 마스코트견, 강형욱은 미친개가 아니라 강조했다

너의길을가라 2020. 11. 24.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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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테스 센터를 유유히 돌아다니는 '녀석'은 덩치가 워낙 커서 곰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지난 23일 KBS2 <개는 훌륭하다>의 고민견으로 등장한 올드 잉글리시 시프도그 봉봉이(수컷, 5살)는 몸무게가 45kg이나 됐다. 초등학생 고학년의 평균 몸무게가 그쯤 되니 몸집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으리라. 당연히 힘도 세서 당연히 건장한 성인 남성이 아니면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었다.

올드 잉그리시 시프도그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영국이 고향인데, 테리어종과 비어디드 콜리를 교배한 견종이다. 보더콜리, 웰시코기와 같이 목양견 출신이지만, 목장에서 소나 양을 돌보기보다 목장에서 시장으로 가축들을 옮길 때 이동을 담당했다. 그만큼 영리하고 똑똑하다. 보호자에 대한 애정도 남다른 편인데, 그 때문에 분리분안을 겪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똑똑해서 훈련이 더 힘들다는 말은 정확해요. 머리가 좋으면 욕구가 많고, 욕구가 많으면 통제 당하는 것에 대한 거부가 강해요."

봉봉이는 '앉아'와 '엎드려'는 기본이고, 한바퀴를 돌고 넘어지는 시늉도 했다. 올드 잉글리시 시프도그답게 머리가 좋았다. 보호자와의 애착 관계도 잘 형성돼 있었다. 필라테스 센터를 운영하는 보호자는 봉봉이와 거의 24시간을 함께 하고 있었다. 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였다. 강형욱 훈련사는 내가 좋아하는 개와 모든 시간 함께 하는 건 모든 보호자들의 꿈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봉봉이에겐 어떤 문제가 있는 걸까. 보호자는 봉봉이가 어릴 때와 달리 다른 개들과 정면으로 마주쳤을 때 심하게 달려든다고 했다. 바로 공격성이 문제였다. 하지만 보호자에게는 더 큰 고민이 있었다. 봉봉이가 사람 손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점이었다. 귀여운 외모 탓에 별다른 경계 없이 봉봉이에를 만졌던 사람들이 물리는 아찔한 사고가 여러 차례 있었다는 것이다.

필라테스 회원은 손을 물렸고, 센터 직원은 귀를 물렸다. 그 사건으로 스트레스를 받은 아내 보호자가 면역 질환으로 지금까지 계속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사고가 있을 때마다 봉봉이를 위탁 교육소에 보내거나 행동교정 훈련을 받도록 했지만 공격성은 고쳐지지 않았다. 보호자는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다. 그렇다고 5년 동안 함께 한 봉봉이를 다른 곳에 보내는 건 상상할 수도 없었다.

<개는 훌륭하다>에 사연을 보낸 건 지푸라기라도 잡아보자는 심정이었다. 그 이야기를 곰곰히 듣고 있던 강형욱은 마음을 다잡았다. 먼저 이경규와 장도연이 먼저 투입돼 외부인에 대한 반응을 살펴보기로 했다. 봉봉이는 의외로 얌전히 앉아 있었다. 보호자는 운동을 하면 가만히 있는 편이라며 안심시켰다. 하지만 강형욱의 생각은 달랐다. 보호자도 눈치채지 못한 봉봉이의 시그널을 알아챈 것이다.

봉봉이의 행동에는 경계할 때의 모습도 포함돼 있었고, 보호자와 다른 사람의 사이에 끼어들려는 모습도 동반돼 있었다. 봉봉이를 테라스에 넣어두고 문을 닫자 봉봉이는 난리를 치기 시작했다. 펄쩍 뛰면서 맹렬히 짖었다. 보호자와 격리됐다는 사실에 화가 난 것일까. 자신이 공간을 빼앗겼다는 생각에 분개한 것일까. 강형욱은 그전에는 '근육으로 참고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개는 훌륭하다>에서 만났던 공격성을 띠는 개들은 보호자가 시야에서 사라지면 당황하며 안절부절못했다. 그런데 봉봉이는 그렇지 않았다. 혼자 필라테스 센터에 남겨졌을 때는 한가운데 앉아서 그곳을 지키고 있다는 인상을 풍겼고, 테라스로 격리되자 오히려 공격성이 폭발했다. 강형욱은 퍼즐이 모두 맞춰졌다면서 그것이 봉봉이의 본성이라고 분석했다.

강형욱은 필라테스 센터 구석에 있는 봉봉이의 사료통을 먼저 치우도록 했다. 그것이 봉봉이에게 공감에 대한 소유 본능을 자극하는 동시에 신경을 곤두서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또, 보호자와 상담을 통해 위탁소는 보호자도 부서워하는 개가 가야 하는 곳이라며 봉봉이는 그런 케이스가 아니라 효과가 없었을 거라 설명했다. 봉봉이의 문제는 이 공간을 너무 좋아해서 생기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일명 '마스코트 도그'로 살아가는 법은 이미 미용실 마스코트 도그였던 '잭순이(47회)'를 통해 소개된 적 있다. 방문하는 손님에게 먼저 인사를 시키고, 충분히 인사를 나눴으면 켄넬에 들여보내 문제의 소지를 없애는 것이다. 입구에서 간식을 주게 해 좋은 기억을 남기는 것도 효과적이다. 보호자가 보다 꼼꼼하게 살피기만 하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이 충분히 있었다.

강형욱은 함께 산책을 하며 자극에 대처하는 법을 안내했다. 신호등 앞에서는 꼭 쉬었다 가라는 팁을 전수했는데, 그건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였다. 또, '앉아'와 '옆드려'를 한 채 기다리는 것도 좋은 훈련법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개의 등장에 반응한다는 건 뛰어다니는 유아나 퀵보드를 탄 사람들에게도 달려들 여지가 있다는 의미였기 때문에 보다 신중하게 산책을 할 필요가 있었다.


"제 생각은 그래요. 이 친구는 지금 무서워 해요. '저 개가 나한테 달려올까봐 무서워. 저 개가 나한테 달려오면 (내가 짖으니) 나 혼나잖아.'"

그렇다면 낯선 개를 만났을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강형욱은 봉봉이의 이름을 불러 보호자에게 집중시킨 후 간식을 주도록 했다. 한편, 봉봉이는 낯선 개를 만나도 일정한 거리가 떨어져 있을 때는 반응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상대방 개가 짖으면 흥분했다. 강형욱은 그 이유가 무섭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낯선 개가 달려오면 짖게 되고, 그리되면 보호자에게 혼나기 때문에 겁이 났던 것이다.

보호자를 끔찍이 좋아하는 봉봉이는 보호자에게 혼나는 게 무서웠다. 봉봉이는 스스로 상황을 모면할 수 있으면 피하는 똑똑한 개였다. 거듭된 훈련을 통해 보호자는 희망을 얻었다. 강형욱은 "(봉봉이는) 무조건 개만 보면 달려가는 미친개가 아니"라며 "점점 사람들이 얼굴을 만지는 것에 대한 여유의 문이 열릴 거"라며 느긋하게 기다려주고 응원해주자고 덧붙였다.

앞으로 봉봉이가 필라테스 센터의 말썽꾸러기에서 명실공히 마스코트 도그가 될 수 있을까. 그건 오롯이 보호자의 노력 여하에 달린 문제일 것이다. 보호자를 너무 좋아하는 봉봉이는 얼마든지 따라갈 준비가 되어 있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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