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극장

<설국열차>, 앞으로 갈 것인가 밖으로 나갈 것인가!

너의길을가라 2013. 8. 1.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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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설국열차(Snoewpiercer)>가 개봉했습니다. 전야개봉만으로 41만 명의 관객을 불러모았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봉준호 감독의 영화를 기다려왔는지 알 수 있는 흥행 성적입니다. 올해 초부터 대한민국의 세 명의 감독이 할리우드에 진출했다고 영화계가 엄청 시끄러웠었는데요. 애석하게도 앞선 두 작품, 김지운 감독의 <라스트 스탠드>와 박찬욱 감독의 <스토커>는 흥행이 신통치 않았었죠. 하지만 <설국열차>는 확연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네요. 과연 <설국열차>가 흥행 돌풍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요? 


<설국열차>는 송강호(남궁민수 역)와 고아성(요나 역) 외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배우들이 출연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캡틴 아메리카'의 크리스 에반스(커티스 역), '케빈에 대해여'의 틸다 스윈튼(메이슨 역), 존 허트(길리엄 역) 등이 바로 그 주인공들입니다. 틸다 스윈튼은 영화 홍보차 방한 중이기도 하죠?


이제 영화 이야기를 조금 해볼까요? <설국열차>는 '세계와 인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또는 '질서와 균형'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갈 것인가 밖으로 나갈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죠. 영화의 기본 골격을 살펴보자면, 지구 온난화를 해결하기 위해 쏘아 올린 CW-7의 발포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지구에 새로운 빙하기가 찾아오게 됩니다. 인류는 멸종되고, '설국열차'에 탑승한 사람들만 살아남게 되죠. 이제 '설국열차'는 하나의 세계이자 생태계가 됩니다.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살아가는 거죠. 이곳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질서'입니다. 하지만 여느 생태계가 그러하듯, '변화'는 일어나기 마련이죠. 꼬리칸에 있는 사람들은 '앞으로 나아가는 선택'을 합니다. 물론 '앞'은 이를 용납하려 하지 않죠. 이러한 과정에서 송강호는 '밖으로 나가자'는 새로운 선택지를 꺼내듭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자신의 책(『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에서 '벼룩'에 관한 이야기를 하죠. 벼룩을 통 속에 넣어두고 뚜껑을 닫으면, 계속해서 뚜껑에 머리를 박아대던 벼룩들이 어느새 머리를 박지 않을 정도로만 뛴다고 합니다. 놀라운 사실은 뚜껑을 치운 후에도 벼룩은 더 이상 더 높이 뛰지 않고, 딱 그 정도의 높이로만 뛴다는 거죠. '설국열차'라는 하나의 세계(생태계)에 있는 꼬리칸 사람들은 앞으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엔진'을 차지하기 위함이죠. 앞으로 전진하다가 저지당하고 다시 때를 기다렸다가 또 다시 앞으로 나갑니다. '밖'으로 나갈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한 채 말이죠. 물론 외부자의 눈이 아닌 당사자가 되었을 때, 그런 생각을 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영화에서도 묘사되지만, 이는 교육을 통해 철저히 세뇌돼버린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또, 체험을 통해 겪은 두려움과 공포가 머릿속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자칫 잘못하면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영화 이야기는 이쯤 하기로 할까요?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에게 한 가지 알려드리자면, 생각보다는 훨씬 더 잔혹하고 절박한 장면들이 많다는 겁니다. 다들 그 정도는 예상하고 계실지 모르겠군요. 봉준호 감독답게 결국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지만 전반적으로 영화는 어둡고 무겁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최근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을 읽었기 때문인지 영화를 보는 내내 여러가지 생각을 했고, 영화관을 나서면서도 여운에 잠겨 있었는데요. 조금 어두운 영화이다보니 '입소문'을 제대로 탈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겠네요. 


제작비 4000만 달러가 들어간 초대형 영화, 묵직한 주제를 담고 있으면서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영화,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가 계속해서 흥행 돌풍을 이어갈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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