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서정주'와 그의 시'는 분리 가능한 것일까?

너의길을가라 2012. 8. 10.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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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에 대한 이중적인 잣대는 자칫하면 우리를 혼란에 빠뜨립니다. 서정주는 친일파지만, 그의 시는 '서정주는 친일파'라는 사실과 무관한 것일까요? '서정주'는 친일파니까 나쁘지만, 그의 시는 아무 죄도 없잖아?'라고 생각하시나요? 과연 '서정주'와 '그의 시'는 분리 가능한 것일까요? 


여기에 대해 좋은 대답이 있습니다. 이택광의『근대 그림 속을 거닐다』의 한 부분입니다.  


서정주의 시가 아름답기 때문에 그의 친일행위를 용서해줘야 하는 것이 아니다. 그의 시를 규정하는 그 '아름다움'이야말로 그의 친일행위를 통해 탄생한 '이데올로기'인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예술은 단지 정치의 관점에서 올바르다고 하여 항상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이 말은 반대로 정치의 관점에서 올바르지 않더라도 특정 예술작품은 아름다울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서정주의 시가 그의 친일행위로 인해 아름답지 않다는 주장을 내가 하고 있는 게 아니다. 우리가 문제 삼아야 할 것은 서정주의 시가 그의 친일행위와 무관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라고 나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 둘을 분리해서 취급하고자 하는 시도야말로 가장 불순한 정치 의도를 내포한다는 게 나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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