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살처분 보상금 삼진아웃제? 시식 퍼포먼스보다 중요한 건..

너의길을가라 2014. 2. 26.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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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일보>에서 발췌 - 


옛날에는 그랬을지도 모른다. 조류인플루엔자(AI)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닭, 오리 등 가금류의 소비가 급감할 때, 대통령이 '까꿍~!'하며 뉴스에 나와서 '익혀서 먹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라며 고기를 한 점 집어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실질적 효과를 거두는 것 말이다. 옛날이라면 그러지 않았을까? TV를 통해 그 모습을 지켜 본 사람들이 '대통령도 먹는 거 보니까 정말 안전한 모양인데?'라며 안심을 하고 닭과 오리에 대한 소비를 늘렸을 것이다. 이른바 '대통령 홍보 효과'라고나 할까? 혹시 사회학자 중에 이런 연구를 해 본 사람(혹은 해 볼 사람)은 없을까? 대통령의 시식과 판매의 상관관계! 혹은 대통령의 시식이 국민들의 불안 해소에 얼마나 기여를 하는가!


필자는 가금류 판매 촉진을 위해 손수 닭 · 오리 고기를 섭취하는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과거의 정부도 그런 퍼포먼스를 보였었고, 지금 그 자리에 다른 누군가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홍보를 했을 것이다. 양계 농가와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그깟 시식 쇼가 대수겠는가? 그건 비판할 일이 아니다. 



- <미디어오늘>에서 발췌 - 


'AI 위험지구' 상반기 중 도입.. 살처분 보상금도 삼진아웃제 <세계일보>


비판해야 할 일은 따로 있다. 지난 24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조류인플루엔자 재발을 막기 위한 근본 대책을 마련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그 내용 중에는 기존 방역시스템을 손질하는 것처럼 당연한 방안들이 담겨 있었지만, '살처분 보상금 삼진아웃제'라는 (내용적으로도, 시기적으로도) 황당한 정책도 포함되어 있었다. 


'살처분 보상금 삼진아웃제'란 조류인플루엔자가 2번 발생한 농가에는 살처분 보상금을 최대 60%만 지급하고, 3번 발생한 농가에게는 20%까지 지급한다는 정책이다. 위생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농가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발상이다. 별다른 생각 없이 이 정책을 접하면, '그래, 위생 관리를 못한 농가에게도 책임이 있겠지. 이런 정책이 있으면 보다 신경을 쓸 테니까 나쁘지 않겠다'고 받아들일 법도 하다. 



- YTN에서 발췌 - 


과연 그럴까? 정신을 차리고 바라보면 이 정책이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는지 알 수 있다. 우선,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생하는 원인이 단순히 농가의 위생 관리 부족 때문일까? 만약 조류 인플루엔자의 발생 원인을 위생 관리 부족으로 귀결시킬 수 있다면 정부의 정책은 합리적인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서도 잘 드러났던 것처럼 정부의 대응과 대처는 미흡하기 짝이 없었다. 초동 방역에 실패한 것뿐만 아니라 이후의 조처들도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심지어 최초 발병지인 전북 고창의 씨오리 농가를 점검하고도 AI 감염을 막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살처분 보상금 삼진아웃제'를 통해 AI 발생의 책임을 농가에 뒤집어 씌우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최초 발생 원인에 대해선 이견이 있지만, AI의 전염이 철새를 통해서 이뤄졌던 것도 짚어봐야 할 점이다. 정부는 AI 전염을 막는다는 이유로 철새 도래지(순천만과 금호호, 영암호 등 전남지역 철새 도래지 10곳)를 잠정 폐쇄하는 등 철새들이 먹이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차단했다. 굶주린 철새들은 결국 먹이를 찾기 위해 농가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고, 이것이 AI 전염의 루트가 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서 김재병 전북환경운동연합 생태디자인센터 소장은 "굶주린 철새들이 먹이를 찾아 인근 농가나 사람들의 거주지까지 진출하고, 감염지역의 철새들이 전국으로 분산되어 이동하는 것은 AI의 관리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철새를 쫓아내기 위해 철새 퇴치용 폭음 사용과 일방적인 항공방역은 비효율적인 대책들이다"면서 정부의 섣부른 대책을 비판했다. 




- <연합뉴스>에서 발췌 - 


이 정도만 되짚어보더라도 정부는 잘한 것이 하나도 없다. 양계 농가에 떳떳하게 고개를 들 수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양계 농민들은 AI 확산을 막아보겠다고 설 명절에도 가족들의 방문까지 마다하며 홀로 전전긍긍했다. 애지중지 키운 닭과 오리를 살처분해야 하는 농민들의 심정을 어찌 헤아릴 수 있겠는가. 경제적 손실에서 오는 허탈감과 심리적 충격은 감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러운 것이리라. 


이에 대해 민주당은 "피해농가 지원에 앞장서야 할 정부가 AI발생 책임을 농가에 뒤집어 씌우는 무책임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현재 정부가 신경써야 할 부분은 책임 주체를 가리는 것이 아니다. 피해 농가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과 또 다시 이런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부의 방역 시스템을 완전 재검토하는 것이다. '삼진 아웃제'를 언급할 상황도 여건도 아니다. 


닭 · 오리 등 가금류의 판매 촉진을 위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시식 쇼'를 하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우선해야 할 것은 피해 농가들에 대한 진정성 있는 지원 대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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