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 연예/'백종원의 골목식당' 톺아보기

빌런 대신 연예인 홍보? 달라진 '골목식당'이 아직 불안한 이유

너의길을가라 2019. 2. 1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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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사춘기'가 끝난 것일까?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찾느라 방황하던 그때의 모습이 아니다. 이번 회기동 편을 기점으로 분위기가 달라진 게 피부로 확연히 느껴진다. 방향을 제대로 잡았다는 생각이 든다. 변화의 핵심은 간단하다. (아직까진 좀더 지켜봐야겠지만) 시청자들을 뒷목잡게 했던 '빌런'들이 자취를 감추고, 그 빈자리를 '절박한 식당'들이 들어섰다. 


더 이상 '기본(기초)'에서 헤매지 않아도 됐다. '장사란 무엇인가?', '자영업자란 무엇인가?', '손님에 대한 예의란 무엇인가?' 거시적으로 보면 '장사의 기본'을 물었던 빌런들의 역할이 무의미하진 않으나, 그건 꿈보다 해몽의 영역일 것이다. 공과(功過)를 따지자면, 긍정적인 효과는 티끌에 불과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 제작진은 빌런을 함부로 들인 대가를 '폭로'라는 이름으로 경험하고 있지 않은가.


이젠 '불필요한' 질문을 하지 않아도 됐다. 이를테면, '효도란 무엇인가?', '인간개조란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 따위의 물음 말이다. 빌런의 증발로 인해 백종원은 '본업'에 더욱 충실할 수 있었다. 뜬금없이 도덕 선생님이 돼 그들의 '개과천선'을 이끌어 내는 데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아도 됐다. '장사를 할 생각이 있긴 한 거야?'라는 한심한 질문을 던지지 않아도 됐다. 



실제로 회기동 편은 매우 성공적인 컨설팅이 이뤄졌다. 어머니가 주신 돈으로 이전(移轉) 개업을 했다며 눈물을 흘렸던 고깃집 사장님은 치열한 고민 끝에 냉동삼겹살과 갈비탕으로 장사의 방향을 잡았다. 백종원은 끊임없이 숙제를 내주면서 사장님을 자극하는 한편, 업그레이드 된 갈비탕 레시피를 전수해줬다. 사장님은 파절이 연구를 위해 청주를 찾는 등 열정으로 응답했다. 


닭요릿집은 원래 소문난 (가성비) 맛집이기도 했지만, 백종원의 솔루션이 더해지면서 좀더 완성도 있는 맛집으로 변모했다. 부모님으로부터 가업을 물려받은 아들의 성장기는 훈훈함을 더했다. 피자집은 벌써부터 몰려든 손님으로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재료가 소진돼 더 이상 장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결국 사장님은 피자에 올인하기로 결정했다. 백종원의 솔루션대로 '선택과 집중'에 나선 것이다.


회기동 편에서 그나마 논란이 있었던 컵밥집도 여러모로 많이 개선됐다. 시식단의 냉정한 평가가 도움이 됐던 걸까. 손님들의 눈높이에서 생각하지 않았던 고집을 버리고 시야를 넓혔다. 맛과 가성비 모두 아쉬웠던 메뉴를 대폭적으로 개선했다. 메뉴를 줄이고, 가격을 단일화시켰다. 백종원은 달라진 컵밥집 부부에게 아낌없는 칭찬을 보냈다. 또, 제육덮밥의 아쉬운 맛을 '가지'를 추가해 채워주며 끝까지 도움을 줬다.


갈등은 밋밋해졌으나, 감동은 훨씬 진해졌다. 손님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일정한 실력을 갖췄거나, 오랜 경력과 성실함이 몸에 배었거나, 물러설 곳이 없는 절실함을 지닌 사장님들과 백종원의 컨설팅이 만나자 시너지 효과가 발생했다. 거기에는 실질적인 솔루션과 개선이 있었다. 회기동 편이야말로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었다. 게다가 백종원이 붕어빵집에서 보여준 '매직'은 놀랍기만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마음을 놓기는 이르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사춘기'가 완전히 끝났다고 보기에 미심쩍은 장면들이 언뜻 보였기 때문이다. 후반부에 갑자기 '오늘의 초대 손님'으로 가수 크러쉬(Crush)가 등장한 부분은 의아했다. 크러쉬는 자신이 닭볶음탕 마니아라며 닭요릿집을 찾아 음식을 맛봤다. '엄마가 떡볶이 해준 맛이 생각난다'며 감탄사를 연발하더니 급기야 매니저와 함께 낮술을 마셨다. 


물론 기존에도 연예인들이 '미리투어'라는 형식으로 조금씩 등장하긴 했지만, 분량 면에서 프로그램의 분위기를 해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크러쉬의 경우는 불편하다고 느낄 정도였다. 게다가 굳이 낮술을 마시는 장면까지 보여줬어야 했을까? 또, 예고편에는 피자집을 방문한 차은우까지 등장했는데, 이쯤되면 제작진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빌런'의 빈자리를 채우는 게 혹시 '연예인'인가?


빌런을 걷어냈음에도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시청률은 8.5%를 기록했다. 굳이 논란거리를 만들어내지 않아도, 자극적인 장치를 하지 않아도 경쟁력이 충분하다. 백종원은 '선택과 집중'을 강조한다. 그 솔루션을 제작진은 왜 자꾸만 무시하는 걸까. '연예인'을 통해 화제성을 끌어올리겠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이미 파급력이 충분한데, 과연 누가 누굴 홍보한다는 걸까? 제작진이 또 다시 헛발질을 하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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