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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남' 박해준과 '짝사랑남' 김준한의 '과거'에 깜짝 놀랐다

너의길을가라 2020. 4. 19.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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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배우가 그 배우였어?'

흔히 다양한 매력을 지닌 사람을 두고 '팔색조'라는 표현을 쓴다. 워낙 클리셰처럼 사용되는 터라 좀 식상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다양하고 아름다운 색을 지닌 팔색조만큼 다채로움을 표현하기에 적합한 단어도 없다. (의외지만 팔색조의 깃털은 7가지 색을 띠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어떤 배우들은 정말 팔색조 같다. 정말 여러가지 느낌을 드러낸다. 그래서 일까. 그들이 출연했던 전작들을 찾아보면 깜짝 놀라게 된다.


"제가 돌아온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신세를 진 사람에게는 진만큼 갚아 줘야죠."

박해준은 JTBC <부부의 세계>를 통해 단숨에 '불륜'의 아이콘으로 등극했다. 그가 연기하고 있는 이태오는 아내 선우(김희애) 몰래 바람을 피우다가 들통이 나자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라며 도리어 큰소리치는 뻔뻔한 캐릭터이다. 또, "미치겠는 건 두 사람을 동시에 사랑하는 거야"라며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일부일처제를 거부(?)하는 남자이기도 하다. 어이없긴 하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밉상은 아니다.

박해준의 연기는 입체적이다. 아들 준영(전진서)과의 관계에선 한없이 다정하고, 다경(한소희)에겐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로맨틱한 남자로 다가간다. (물론 선우에게도 그런 남자였다.) 성공에 대한 열망도 도드라졌는데, 그의 눈빛은 늘 허기에 차 있었다. 완벽한 아내에 대한 열등감과 열패감도 읽혔다. 이처럼 시청자들이 태오로부터 다양한 감정을 발견할 수 있는 건, 박해준이 영리하고 세심한 연기로 캐릭터를 구축해 왔기 때문이다.


철없고 유약하면서도 옴므파탈인 캐릭터로 변신한 박해준이 tvN <나의 아저씨>에서 속세와 연을 끊고 중이 된 겸덕을 연기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이다. 그만큼 색이 전혀 다른 역할을 이질감 없이 연기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의 과거를 좀더 파헤쳐보자. <화차>(2012)를 통해 본격적으로 대중과 만난 박해준은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2013)에선 냉혹한 킬러를, tvN <미생>(2014)에선 현실적인 직장인을 연기했다.

한편, 악랄한 중간 보수를 열연한 <독전>(2018)과 거대 악의 오른팔로 극악한 얼굴을 보여준 <악질경찰>(2018)을 통해 악역으로 이미지가 굳어지나 했지만, <힘을 내요, 미스터리>(2019)에서 현실감 넘치는 생활 연기로 코믹한 모습을 보여주며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지녔다는 걸 증명했다. tvN <아스달 연대기>에서 보여준 카리스마도 잊으면 곤란하다. 이처럼 박해준은 적은 분량에도 자신만의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던 배우였다.

<부부의 세계>를 연출한 모완일 PD는 제작발표회에서 이태오 역에 박해준을 캐스팅한 이유를 "체면이나 예의, 허례 없는 순수함"이라고 설명한 적 있다. 부연하자면 "한국사회 특성상 남자는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아저씨가 되는데 박해준에게서는 소년의 모습이 보인다"는 것이다. 박해준의 팔색조 같은 연기는 그 소년 같은 순수함에서 발현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의 연기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일 것이다.


"그게 하라면 하고 하지 말라고 하면 안 하는 그런 장르가 아니라서.."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안치홍 역을 맡은 김준한은 짝사랑의 아이콘이 됐다. 자신의 스승인 신경외과 부교수 채송화(전미도)에게 "저, 교수님 좋아해요. 좀 됐는데.."라고 수줍게 고백하는 모습은 뭇 사람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들었다. 그러지 말라며 완곡히 거절하는 송화에게 "제가 교수님 안 불편하시게 잘 할게요."라고 담담히 대처하는 장면은 짠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고백 장면은 길지 않았지만, 여운은 생각보다 오래 남았다. 김준한은 그 짧은 장면 속에 다양한 감정 변화를 차분하게 담아 냈는데, 좋아하는 상대를 향한 수줍은 감정부터 고백 후의 홀가분함, 이후 상처받은 얼굴까지 순간순간 감정을 바꿔냈다. 시청자들은 안치홍의 고백이 마치 자신의 일인양 몰입할 수 있었다. 또, 그의 짝사랑을 응원하게 됐다. 김준한의 섬세한 연기력이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김준한이 연기하는 안치홍은 육사 출신으로 뒤늦게 의전원에 입학해 의사가 된 신경외과 레지던트이다. 군인 출신답게 약간은 군기가 들어 있는 연기를 할 필요가 있는데, 김준한은 맞춤옷을 입은 듯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해 내고 있다. 한편, 그의 '과거'도 의외의 반전이다. 김준한은 MBC <봄밤>에서 정인(한지민)이 연인 권기석 역을 맡았었다. 당시 그가 보여준 찌질함과 집착은 많은 시청자들을 기겁하게 했었다.

예리한 눈썰미를 지녔다면 <박열>(2017)에서 일본인 판사 다테마스로 출연했던 김준한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당시 각종 영화제에서 신인남우상을 휩쓸었다.)2005년 '응급실'이라는 노래로 알려진 그룹 이지(IZI)의 드러머로 데뷔해 연기자로 전향한 김준한은 조금씩 보폭을 넓혀가며 대중을 만나고 있는 중이다. 전혀 다른 캐릭터들을 소화하며 다양한 매력을 뽐내고 있는 그의 필모그래피가 화려하게 짜여지는 건 시간 문제일 듯하다.

조금 늦은 나이(박해준은 36세, 김준한은 28세에 연기자로 전향했지만,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건 35세부터이다)에 연기자로 활동을 시작한 박해준과 김준한은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날카로운 인상과 부드러운 얼굴이 공존할 뿐더러 광기어린 역할도 충분히 소화할 만큼의 역량을 갖추고 있다. 앞으로 그들이 보여줄 또 다른 깃털의 색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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