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부의 불평등, 경제 민주화.. 세상은 아주 조금씩 움직인다

너의길을가라 2013. 4. 12.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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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성인 인구의 가장 부유한 2%가 전 세계 재산의 50%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 다시 말해 2%밖에 안 되는 세계 최고 부자들이 전체 인구의 절반이 쓸 수 있는 재산보다 더 많이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10%까지 따지면 재산 점유율은 전 세계 재산의 85%에 이른다. 반면에 빈곤자 절반의 재산은 전 세계 재산의 겨우 1%에 달한다.


- 클라우스 베르너 로보, 『왼쪽에서 본 세계는 지금 어디쯤 왔을까?』



부(富)의 불평등.. 크라우스 베르너 로보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절반이 2달러도 안 되는 돈으로 하루를 먹고 살아야 한다'고 한다. 국제연합개발계획에 따르면, 매 시간마다 1,200명의 어린이들이 영양실조 등으로 사망한다고 한다. 정말 끔찍한 일이다. 


이러한 부의 불평등은 완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다. 앞선 글에서 '우파의 도덕'을 이야기했지만, 자본주의라는 것은 결국 '부의 불평등'을 합리화하는 훌륭한 시스템이자 도구이다. 게으름과 부지런함의 대비를 통해, 자연스럽게 빈부격차는 정당화된다. 부자들이 돈이 많은 이유는 그들의 '노력' 탓이고, 가난한 사람들이 굶어죽는 이유는 그들이 '게으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어떠한가? 각종 경제적 수치가 말해주듯이 대한민국은 세계 경제 10위권의 이른바 경제 대국이다. 굳이 그러한 숫자가 아니더라도, 주변을 둘러보면 우리가 얼마나 부유한 국가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곧바로 알 수 있다. 당신은 PC나 스마트폰을 통해 이 글을 읽고 있을 것이다. 스마트폰의 보급률은 60%를 넘어섰다. 또, 수 천만 원짜리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을 것이다. 자동차 등록대수는 1천 900만 대를 돌파했다. 마음만 먹는다면 당신은 지금 당장 피자를 주문해서 먹을 수도 있고, 치킨이나 족발 등을 배달시켜 먹을 수도 있다. 냉장고에 들어있는 식품들만 해도 그 양이 엄청날 것이다. 일종의 '풍요'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어두운 면도 분명히 존재한다. 상대적 불평등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이토록 부유한 나라에서 '한 끼'를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은 너무도 역설적이다. 그런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에는 하우스 푸어(혹은 렌트 푸어)와 집을 수 십 채씩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공존하고 있다. 굳이 경제적 격차를 나타내는 다른 예들을 나열하지 않아도 되리라고 생각한다. 


그런 차원에서 지난 대선 국면을 뒤흔들었던 '경제 민주화'는 매우 중요한 개념이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적 불평등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 자체를 부정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불법과 편법 만큼은 없애보자는 것이었다. 재산의 편법 증여라든지, 일감 몰아주기라든지, 골목상권 침범과 같은 탈법적이고 비상생적인 행태들은 제거하자는 것이었다. 복지 정책을 강화해서 최소한의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기틀을 세워주자는 것이었고, 연대를 모색하고 공존을 생각하는 삶의 양태를 가꿔가자는 것이었다. 


애석하게도 대선 이후, '경제 민주화'라는 용어는 자취를 감춰버렸다. 용어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용어 안에 담겨 있던 '의미'들이 퇴색되어 버린 것이 뼈아픈 일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경제 민주화'와 관련한 정책적 시도가 최근에 이뤄졌다는 것이다. 지난 9일,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최고경영자 등 연 5억 이상을 받는 등기임원의 개별 연봉을 공개하도록 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 그 첫걸음이라고 생각하면 꽤나 바람직한 일이었다. 하지만 겉보기와는 달리 조금만 상세히 살펴보면 이내 허탈감이 밀려온다. 아래의 기사들은 모두 같은 맥락의 내용이다. 



대기업총수 4명 중 1명 미등기임원… 연봉공개 대상서 빠져 (서울신문)


삼성 이재용, 신세계 정용진은 연봉 공개 안한다 (경향신문)


이건희 회장 연봉은 왜 공개 안되나? (한겨레)



핵심적인 것은 대기업 총수 4명 중 1명은 미등기 임원이라는 것이다. 이건희 회장은 물론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 신세계의 이명희 회장, 정용진 부회장 등의 연봉은 공개되지 않는다. 정몽근 현대백화점 명예회장, 정상영 KCC그룹 명예회장, 윤태영 태영그룹 회장도 미등기 임원이다. 아마 법을 만드는 사람도, 이 법이 만들어질 것을 안 사람들도 이러한 측면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별다른 부담 없이 법을 만들 수 있었으리라. 까짓거, 등기이사를 맡지 않으면 그만이니까. 그럼에도 이러한 제도의 시행은 여태껏 비밀로 감춰져 있던 대기업 임원들의 연봉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분명히 있다. 



깝깝하기만 한 현실.. 우리는 어떻게 해야만 하는 것일까? 우선, 우리는 부의 불평등을 합리화시키는 기제인 '우파의 도덕'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우리가 맞닥뜨리는 문제들이 '개인'의 것이 아니라 '사회'의 것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경제 민주화'(라는 이름에 굳이 얽매일 필요는 없다)를 실현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물론 부의 상층부에 자리잡고 있는 이 사회의 기득권들은 법망을 피해, 국민의 감시를 요리저리 피해 다닐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그들과의 싸움을 포기한다거나 피해서는 곤란하다. 한번에 모든 것을 이뤄낼 수는 없다. '우리'가 힘을 다해, 목에 핏대를 세우며 끝까지 소리친다면.. '우리'가 온힘을 다해, 목에 핏대를 세우며 끝까지 소리친다면.. 그러한 노력들이 결국 아주 조금씩 세상을 바꿀 것이다. 정말 아주 조금씩이나마 세상은 움직이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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