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 연예/'개는 훌륭하다' 톺아보기

보호자 무시하는 '이중견격' 반려견, 강형욱은 보호자의 '집착'을 지적했다

너의길을가라 2020. 8. 18.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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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훌륭>을 보면 강아지 훈련하는 게 아니라 보호자 훈련을 하는 거 같아요.”

농담같이 들리지만, 사실이 그렇다. 문제견은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언제나 그 뒤엔 문제의 보호자가 있었다. 그말은 반려견의 문제점을 고치기 위해선 먼저 보호자가 달라져야 한다는 얘기다. 게스트로 출연한 소녀시대 효연은 KBS2 <개는 훌륭하다>(이하 <개훌륭>)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지난 17일 <개훌륭>의 솔루션 대상은 푸들(poodle) 뽀리, 아니 뽀리의 보호자였다.

푸들의 고향은 독일인데, 이후 프랑스에서 개량됐다. 본래 물에서 물건을 찾아오는 개로 활용됐다가 최근에는 가장 인기 있는 반려견으로 각광받고 있다. 곱슬거리는 털은 사랑스러울 뿐만 아니라 털빠짐이 적어 실내에서 키우기 용이하다. 게다가 기억력이 좋고 영리해서 훈련을 시키기도 수월하고, 성격이 원만해 사람을 잘 따른다. 여러모로 예뻐할 수밖에 없는 견종이 푸들이다.

주목받는 걸 좋아하는 뽀리(암컷, 4세)는 주목받는 항상 관심이 고픈 개였다. 낯선 사람들이 집을 방문하면 (기존이 다른 문제견들과는 달리) 꼬리를 흔들며 반겼다. 너무 좋아서 오줌을 쌀 정도였다. 다소 심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반가워했다. 딸 보호자는 원래 푸들을 키우고 싶었는데, 가장 먼저 연락이 왔던 곳에서 뽀리를 만나게 됐다고 했다. 한편, 뽀리는 피부병이 심해 파양의 경험이 있었다.


그렇다면 뽀리의 문제는 무엇일까. 엄마 보호자는 뽀리가 전형적인 '이중견격'을 보인다고 했다. 이중견격? 도대체 무슨 말일까. 엄마 보호자는 뽀리가 외부인에게는 굉장히 호의적인 반면 가족끼리 있을 때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인다고 했다. 가령, 보호자가 빗질을 하려고 하면 으르렁거리며 이빨을 보이다가 손을 물어버리는 식이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제작진이 빗질을 할 땐 천사로 변했다.

뽀리의 또 다른 문제는 물건에 대한 집착이었다. 한번 물면 놓으려 하지 않았다. 가령, 비닐을 뜯어먹는 행동을 했는데, 보호자가 이를 제지하려고 하면 매우 격하게 반응했다. 재미있는 건 화를 내다말고 갑자기 보호자를 툭툭 건드리며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취한다는 점이었다. 사실 물건에 대한 집착은 이미 여러차례 다뤘기 때문에 원인을 추론하는 게 그리 어렵진 않았다.

“보호자가 있을 때 집착을 하는 개가 많아요. 그런데 보호자가 없으면 안 해요. 집착 자체가 놀이가 된 개가 있어요.” (강형욱)

강형욱 훈련사는 집착의 원인을 보호자에게서 찾았다. 물건에 집착을 하는 개들은 보호자가 있을 때와 없을 때 다른 반응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건 보호자가 물건을 빼앗으려고 하는 행동을 일종의 '놀이'로 인지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었다. 실제로 강 훈련사의 지시에 따라 보호자들이 뽀미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자 뽀미는 당황하며 금세 물건에 흥미를 잃어버렸다.


그렇다면 뽀리는 왜 보호자들, 유독 엄마 보호자에게 공격적이었던 걸까. 강 훈련사는 반려견의 공격성은 보호자의 '과한 애정'이 원인인 경우가 많았다며, 보호자가 반려견에 집착할 때 개들이 그런 행동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푸들의 경우 보호자와 교감 능력이 뛰난 견종이라 보호자의 집착을 느끼면 굉장히 힘들어한다고 덧붙였다. 뽀리도 그랬던 것일까.

아니나 다를까, 뽀리를 바라보는 엄마 보호자의 눈빛에는 사랑이 가득했다. 뽀리가 그저 가만히 앉아 있을 뿐인데도 무언가를 해주고 싶어서 몸이 달았다. 개의 경우 먹고 산책하는 게 유일한 낙이라는 생각(오해)에 밥을 너무 많이 줘 뽀리는 비만 상태였다. 몸이 비대해지다보니 관절 등에 무리가 갔고, 몸을 만질 때마다 예민하게 반응했던 것이다. 목줄을 맬 때 공격적이었던 건 그 때문이었다.

“지금 뽀리가 가슴 줄 매는 걸 불편해 하는 게 아니에요. 엄마가 매주는 걸 싫은 거예요.”

더 충격적인 건 뽀리가 엄마 보호자를 무시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마냥 예뻐하고 귀여워하다보니 뽀리 입장에선 엄마 보호자가 쉬운 상대로 여겨졌던 것이다. 원하는 건 뭐든지 들어줬을 테니 말이다. 엄마 보호자도 뽀리가 자신을 동료(심지어 종으로)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거절'도 교육 중 하나라는 걸 몰랐기에 그저 예뻐만 할 뿐이었다.


강 훈련사는 엄마 보호자에 대한 뽀리의 공격성을 없애려면 엄마 보호자가 주 보호자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함께 있는 시간이 더 많은 엄마 보호자가 양육의 주체가 되는 게 바람직하기도 했다. 교육은 '거절'을 가르치는 것부터 시작됐다. 그러기 위해선 냉정해져야 했다. 애정이 많은 엄마 보호자는 처음엔 힘겨워 했지만, 그것이 뽀리를 위한 것임을 깨달은 후부터 강단있는 보호자가 되어갔다.

이제 문제견을 보면, 그 현상 뒤에 있는 문제의 보호자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것이 <개훌륭>이 줄기차게 얘기했던 핵심적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강 훈련사는 "오늘 한 번 하는 게 아니라 꾸준히 교육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알고 있다. 정작 변하기 어려운 건 반려견이 아니라 보호자라는 사실 말이다. 강 훈련사의 저 말을 무겁게 곱씹어봐야 할 주체는 역시 보호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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