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 연예/'개는 훌륭하다' 톺아보기

보호자 괴롭히며 쾌감 느끼는 반려견, 강형욱은 손을 물리고도 물러서지 않았다

너의길을가라 2020. 11. 17. 12:42
반응형

골든 레트리버가 이런 견종이었던가. '천사견'이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순하디 순한 개들이 어떻게 보호자를 공격하는 '악마견'의 얼굴을 하고 있는 걸까. 그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KBS2 <개는 훌륭하다>는 또 한번 골든 레트리버 특집을 마련했다. 고민견으로 등장한 리에(암컷, 1살)는 지난 주 고민견인 도리(암컷, 1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고 사악)한 아우라를 뿜어댔다.

가족(아빠, 엄마, 아들)들은 리에에게 사랑을 듬뿍 주고 있었다. 아빠 보호자는 딸이 없어서 막내딸로 삼기로 했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약간 불안해지는 부분이었다.) 한편, 각자의 역할 분담도 잘 되어 있었다. 아빠 보호자는 산책 다녀오기, 목욕 시키기, 교육하기 등을 맡았고, 엄마 보호자는 밥 주기와 놀아주기를 담당했다. 아들 보호자는 다방면으로 리에를 케어하고 있었다.

평소에는 여느 레트리버처럼 문제가 없어 보였다. 장난기도 많았고, 보호자와 함께 놀기도 잘했다. 그런데 싫어하는 행동을 하면 완전히 돌변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말하는 걸까. 아빠 보호자는 리에를 목욕 시키다가 발을 물렸던 경험을 이야기했다. 공개된 사진에는 상처가 깊었던지 피가 뚝뚝 떨어져 있었다. 다른 가족들도 온몸이 상처투성이였다. 그야말로 '이중견격'이었다.

"사실 보호자를 무는 반려견은 상상도 못했거든요." (아빠 보호자)

그 외에도 거실에 있는 화분을 만지려고 하면 공격성을 보였다. 엄마 보호자는 자신을 항해 달려드는 리에의 살벌함에 뒷걸음짓을 쳤다. 겁에 질려 있었다. 아빠 보호자는 베란다 문을 열려다 물러섰다. 심기가 불편해진 리에가 즉각 사나운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행여 물릴까봐 갈 곳을 잃은 손이 애처롭기만 했다. 리에는 거실이 자신의 공간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다.


산책을 할 때는 어떨까. 의외로 리에는 의젓한 모습을 보여줬다. 좀전까지 보여준 공격성은 없었다. 이웃집 개를 만나자 오히려 도망을 갈 정도였다. 집에서는 폭군이었던 리에는 집 밖에서는 세상 겁쟁이였다. 집에 돌아오자 리에는 또 다시 돌변했다. 빨을 씻기러 하자 이빨을 드러내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현했다. 그러더니 급기야 보호자들에게 달려들기까지 했다.

"리에 정도의 공격성을 보이면 입마개를 해야 하나요?" (장도연)
"해야죠. 가장 큰 문제는 보호자가 무서워하고 있다는 거예요." (강형욱)

입마개를 착용해야 하는 정도냐는 장도연의 질문에 강형욱 훈련사는 당연하다고 대답했다. 골든 레트리버는 맹견류에 속하지 않지만, 그 기준은 '형식적'인 것일 뿐 실질적인 위험성이 존재한다면 보호자가 조심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강 훈련사는 리에의 경우에는 보호자가 무서워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보호자가 제어를 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리에의 경우에는 입마개 착용이 불가능했다. 행동 관찰을 위해 아빠 보호자가 시도를 해봤지만, 리에의 격렬한 저항에 실패하고 말았다. 격분한 리에는 자신의 목죽을 잡고 있는 아들 보호자를 항해 달려들기까지 했다. 하마터면 아찔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순간이었다. 상황실에서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강 훈련사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강 훈련사는 리에를 바닥에 앉힐 수 있냐고 물었다. 그러자 아빠 보호자가 먼저 앉아버리는 게 아닌가. 보호자가 앉으면 리에도 따라 앉기 때문이란다. 그건 '앉아'를 시키는 게 아니라 개의 비위를 맞춰주는 것뿐이었다. 이후 리에는 자연스럽게 소파 위로 올라갔다. 이경규가 바닥으로 내리라고 했지만, 보호자들은 평소에도 그런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엄마 보호자는 계속해서 리에를 변호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리에의 공격성이 '선택적'이라는 점이었다. 우선, 외부인의 행동에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경규가 화분을 여러차례 만졌지만, 리에는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았다. 무관심에 가까웠다. 그런데 리에가 가장 만만해하는 아빠 보호자가 화분에 다가서자 짖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목줄을 잡고 있던 아들 보호자에게 달려들었다. 뭐랄까, 만만하게 여긴다는 인상을 풍겼다.

보호자가 없는 상황에서는 어떨까. 이경규는 보호자들을 모두 방으로 들어가게 했는데, 그러자 리에는 다시 순한 양이 됐다. 아까의 공격성은 사라지고 소심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화분을 만져도 꿈쩍하지 않았다. 이로써 리에가 보호자들이 있을 때만 공격성을 띠고, 보호자들에게만 그리한다는 게 확실해졌다. 그건 아마도 보호자들을 만만하게 여기기 때문일 터였다.

강 훈련사는 보호자들에게 화분을 치울 생각은 하지 않았는지 물었다. 엄마 보호자는 리에가 없을 때 닦으면 되기 때문에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강 훈련사는 그것이 곧 비위를 맞추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라 꼬집었지만, 엄마 보호자는 (아들 보호자와 달리) 그 말을 쉽사리 이해하지 못했다. 이 모든 게 반려견에 대한 과한 애정과 배려가 만든 문제였다.


"애네들이(레트리버) 지능이 높기 때문에 먹는 걸로도 행복감을 느끼고 자고 편한 걸로도 행복감을 느끼는데 누구를 괴롭히면서도 쾌락을 느껴요."

강 훈련사는 리에에게 보호자들이 쾌락적 욕구의 대상이 되었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보호자들이 놀라는 모습을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강 훈련사가 나설 차례였다. 목줄로 제어하기를 통해 공격성 완화 훈련을 실시했다. 강 훈련사는 리에가 다른 곳에 반응할 때마다 목줄을 살짝씩 당겨 자신에게 집중시켰다. 그 과정에서 보호자들에게 과한 반응을 하지 않도록 주의시켰다.

다음은 입마개 착용이었다. 강 훈련사가 목줄을 잡도 아들 보호자가 입마개를 채우려는 순간 리에의 공격성이 또 폭발했고, 그 과정에서 강 훈련사의 오른손을 물어 버렸다. 하지만 강 훈련사는 흔들림 없이 리에를 제압했다. 무는 것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걸 몸소 가르친 것이다. 결국 입마개를 착용하게 된 리에의 공격성은 이전에 비해 현저히 줄어들었다.

사실 보호자들이 반려견을 키우는 데 엄청난 잘못을 한 건 아니었다. 그저 애정을 듬뿍 줬을 뿐이었다. 그러나 잘못된 행동을 제때 정확히 꾸짖지 않고, 애정과 배려라는 이름으로 변호하고 감싸주자 문제가 발생했다. 리에는 그 잘못된 행동으로 모든 상황을 타개하려고 들었던 것이다. 강 훈련사는 반려견 키우기가 끊임없는 내적갈등의 연속이라며 그 어려움에 공감했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었다. 처음에 리에는 아들 보호자의 '앉아' 신호에 반응조차 하지 않았다. 강 훈련사는 리에가 보호자를 좋은 리더라고 생각하지 않는 거라고 설명했다. 단지 보호자가 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좋은 리더가 돼 자신의 반려견을 편안하고 능숙하게 그리고 안정적으로 이끄는 건 많은 공부와 노력이 필요한 일이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