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 연예/'백종원의 골목식당' 톺아보기

별다를 것 없던 '골목식당', 손님만으로 정겹고 반가웠다

너의길을가라 2020. 11. 12.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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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장사는 마라톤이에요. 내 체력(=요식업의 기본기)을 쌓아놓으면 그 다음에 딱 하면 이겨요."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동작구 상도동 골목편이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다. 한마디로 성공적인 최종 점검이었다. 자신의 국수에 99점을 줬던 잔치국숫집 사장님은 겸손을 배웠다. 백종원의 도움을 받아 소고기국수를 신메뉴로 개발했고, 고기가 뭉치는 등 여러모로 부족했던 비빔국수 양념장도 솔루션을 받고 제맛을 찾아나갔다. 주먹밥도 훨씬 나아졌다. 매출은 5배 가량 상승했다.

한발 앞서 첫 장사를 시작했던 닭떡볶이집은 손님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시식단으로 참여한 배우 곽시양은 무슨 맛인지 모르겠다며 갸우뚱했다. 비장의 무기 김가루와 참기름을 넣어도 마찬가지였다. 곽시양의 반응은 잊고 있던 '불호'를 떠오르게 했고, 100% 만족이란 없음을 상기시켰다. 그럼에도 백종원은 중심을 잡는 게 중요하다며 사장님을 격려했다. 매출은 4배 이상 올랐다.

가장 논란이 됐던 하와이언 주먹밥집은 라면집으로 변신한 후 첫 손님을 맞이했다. 처음에는 불안했다. 연습 때 자신감을 보였던 남편 사장님은 허둥지둥했다. 아내 사장님이 안절부절 못하는 남편을 돕느라 동선이 겹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빠르게 적응했고, 손님 응대도 예전에 비해 훨씬 좋아졌다. 거칠고 투박했던 모습은 사라졌다. 남편 사장님은 상도동 셀럽으로 재탄생했다.


사실 지난 11일 방송은 내용적으로 보면 별다를 게 없었다. 백종원은 최종 점검에 나섰고, 합격점을 받은 식당들은 '첫 장사'를 시작했다. 잔치국숫집은 쌍둥이 아들까지 투입돼 손님맞이에 나섰고, 라면집도 찾아온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닭떡볶이집에는 정인선이 일일 알바로 활약했다. 매출은 이전에 비해 대폭 증가했고, 사장님들은 그동안의 고생을 보답받았다. 훈훈한 결말이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별다를 게 없는 이런 당연한 풍경을 본 게 언제였나 싶은 생각이 든다. 최근 예능은 코로나19로 인해 직격탄을 맞았다. 촬영에 필요한 최소 인력이 제작진만 남겼고, 제작의 방향을 사람들과 최대한 멀어지는 쪽으로 틀었다.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거리로 사람 여행을 떠나던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매회 스튜디오로 인터뷰이들을 초대하고 있다.

또, 자연을 배경으로 한 예능들이 각광받았다. MBC에브리원 <요트원정대>, tvN <바닷길 선발대> 등 요트 예능이 연달아 방영되는가 하면 MBC <안싸우면 다행이야>는 아예 무인도로 들어갔다. JTBC <갬성캠핑>처럼 조용한 곳으로 캠핑을 떠나거나 KBS2 <땅만 빌리지>처럼 마을 공동체를 만드는 시도도 이어졌다. 자체적으로 '격리'되는 상황을 연출해 코로나19로부터 벗어났다.


<백종원의 골목식당>도 비상체제였다. 손님이 전부라 할 수 있는 장사에서 손님을 배제할 수밖에 없었으니 정상적일 리 없었다. 솔루션의 결과를 확인하기도 어려웠다. 부득이하게 김성주와 정인선만이 주로 시식에 나섰고, 그마저도 부족하면 촬영을 하고 있는 제작진이 동원되기도 했다. 현장의 생동감이 없었다. 뭐랄까, 반쪽짜리 <백종원의 골목식당>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지난 11일 방송(과 4일 방송)에서는 손님들을 맞이하고, 손님들에게 음식을 제공하고, 그에 대한 반응을 엿보는 시간이 마련됐다. 밀려온 손님들로 식당은 활기를 되찾았고, 사장님들도 한껏 상기됐다. (철저한 방역 후에 이뤄진 촬영이었다.) 손님들의 평가는 그 자체로 자양분이 됐다. 밀려있는 설거지거리도 기분 좋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가 잃었던 풍경이었다. 비로소 골목이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반갑고 정겨웠다.

물론 코로나19가 종식되기까지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럼에도 한 가지는 분명했다. 역시 '사람'이었다. 식당에는 손님이 북적북적해야 하고, 골목에도 행인들이 있어야 생기가 돌았다. 그 별다른 것 없었던 <백종원의 골목식당> 143회는 시청률 5.5%를 기록하며 근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사람들은 활기있고 생동감 넘치는 풍경을 보고 싶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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