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 연예/'백종원의 골목식당' 톺아보기

변화 거부한 팔칼국숫집의 변명, 백종원은 할 말을 잃었다

너의길을가라 2020. 2. 6.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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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홍제동 문화촌 편이 마무리됐다. 2/3는 변화를 선택했다. 마음을 열고 솔루션을 받아들였다. 잊고 있던 초심을 되찾았고, 새로운 내일을 그려나갈 동력을 찾았다. 희망과 설렘이 가게 안을 가득 채워 나갔다. 그러나 1/3은 변화를 거부했다. 마음을 닫고 고집을 부렸다. 3개월 후에 보자며 큰소리쳤지만, 눈빛은 잔뜩 불안해 보였다. 고민이 생략된 신념은 아집일 뿐이다.

레트로 치킨집은 신메뉴 '홍(제동)갈비 치킨'을 전수받았다. 대량으로 양념을 만드는 게 아직 익숙지 않았지만, 백종원의 도움과 계속된 연습을 통해 성장해 나갔다. 사장님 부부는 욕심 부리지 않고 하루에 딱 70마리만 판매하기로 했다. 나이와 체력을 감안한 적절한 판단이었다. 백종원도 그 결정을 지지했다. 맛은 어땠을까? 손님들은 홍갈지 치킨의 맛에 빠져들었다. 솔루션은 대성공이었다.

감자탕집도 훈훈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무기력에 빠져있던 엄마와 아들은 늪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자칫 '빌런'이 될수도 있었던 아들은 정신을 차리고 성실한 태도를 보였다. 매일 아침마다 시장에 나가 고기를 떼오는 등 주인의식을 갖기 시작했다. 백종원으로부터 전수받은 '돼지등뼈 갈비탕'도 합격점을 받았다. 매일 감자탕 20kg, 돼지등뼈 갈비탕 10kg만 팔기로 정하며 틀을 잡아나갔다.

 

 


여기까지였다면 기분 좋게 TV를 끄고 숙면을 취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아직 한 곳이 남아 있었다. 팥칼국숫집(어쩌면 제작진)은 시청자들을 곱게 잠자리로 보낼 생각이 없어 보였다. 기존의 메뉴들이 신통치 않았던 팥칼국숫집은 팥옹심이 전문점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솔루션이 진행 중이었다. 그런데 그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던 걸까?

가장 큰 문제는 사장님의 태도였다. 백종원이 지적했다시피 사장님은 끊임없이 변명으로 일관했다. 전문가의 조언을 수용하고 생각을 바꿔나가려 하지 않았다. 자꾸만 '안 되는 이유'를 끄집어냈다. 변화에 대한 의지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힘든 일은 하지 않으려 하면서 욕심만 많았다. 그러면서 '(백종원의) 비법'만 찾았다. 힘이 쭉쭉 빠졌다. 백종원이라고 달랐을까.

애초에 백종원이 팥칼국숫집 사장님에게 제시한 솔루션은 세 가지였다.

1. 국산 팥으로 쓴맛을 잡을 것
2. 기성품 옹심이보단 만들어 쓸 것
3. 옹심이를 따로 삶아 팥 베이스 원액과 섞을 것

백종원이 중국산 팥을 국산 팥으로 바꾸라고 권유한 건 쓴맛을 잡기 위해서였다. 국산이 아무래도 단가가 조금 더 높긴 했지만, 그릇당 원가를 계산하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무엇보다 쓴맛 대신 구수함을 추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교체는 필수적이었다. 사장님도 이 부분은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러나 나머지 두 개의 솔루션은 끝끝내 거부했다.


사장님은 가게가 좁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옹심이를 빚을 수 없다고 했다. 사실은 힘들어서 못하겠다는 이야기였다. 한번 만들어 놓으면 5일 정도는 쓸 수 있는데, 그마저도 하기 싫다고 불평했다. 할 말을 잃은 백종원은 더 이상 긴 말을 하지 않았다. 팥옹심이 전문점에서 옹심이를 기성품으로 쓰는 건 자존심과도 직결되는 일이었지만, 사장님에겐 그런 건 관심밖인 듯했다.

가장 이해가 안 됐던 건 조리법에 대한 사장님의 고집이었다. 이미 백종원의 방식으로 끓인 팥옹심이가 훨씬 진하고 맛있단 걸 확인했으면서도 사장님은 기존 조리법(옹심이를 끓인 물에 팥을 넣고 찹쌀을 푸는 방법)을 고수했다. 엄마가 가르쳐 준 레시피라는 이유였다. 팥이 주식이던 과거와 달리 요즘엔 팥이 별미로 소비되며, 사람들은 진한 팥을 먹고 싶어한다는 김성주의 설득도 소용 없었다.

결국 사장님은 팥만 국산으로 교체했을 뿐, 기존의 레시피를 그대로 밀고 나가기로 했다. 물론 쓴맛이 사라지고 구수해졌으니 맛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셈이다. 허나 물이 많이 들어가 묽어진 팥이 손님들을 얼마나 만족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아마도 백종원의 호언장담대로 3개월도 못 가서 SNS에 팥칼국숫집을 성토하는 컴플레인이 쏟아지지 않을까.

장사가 잘 되지 않아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솔루션을 신청했으면서 정작 변화를 수용하지 않는 태도를 어떻게 봐야 할까. 아집을 꺾지 않고 변명으로 일관하는 태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장사에 대한 기본도 모른 채 그저 손님들을 돈으로만 보는 사장님들이 자꾸만 눈에 띤다. 그들은 '비법을 알려 달라'며 백종원으로부터 레시피를 뜯어내기에 혈안이 돼 있다.

백종원의 말대로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일확천금을 벌게 해주는 게 아니라 한 단계 한 단계 성장시켜주는 프로그램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건 솔루션을 받는 사람의 마음가짐이다. 팥칼국숫집 사장님의 옹심이는 굳이 먹어보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우리는 그의 마음을 이미 봐버렸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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