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칭찬합시다

[버락킴의 칭찬합시다] 12. 박보영이 전한 진심, 배우의 가치를 높이다

너의길을가라 2017. 4. 19.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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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구심은 완전히 사라졌다. 역시 박보영은 박보영이었다. 


tvN <오 나의 귀신님>(2015)을 통해 차세대 로코퀸으로 부상했지만, 조정석의 그늘이 컸던 게 사실이다. 영화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에서는 '이미지가 소비되고 있다'는 우려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JTBC  <힘쎈 여자 도봉순>(이하 <도봉순>)에서 타이틀 롤이자 원톱 캐릭터라고 할 수 있는 '도봉순' 역할을 맡아 신통방통한 활약을 선보이며 박보영이라는 이름의 가치를 증명시켰다. 그동안 제기됐던 의문을 가뿐히 뛰어넘는 동시에 로코퀸의 자리를 공고히 했다. 바야흐로 '뽀블리' 박보영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며칠 사이 '박보영'의 이름이 포함된 뉴스들이 쏟아졌다. 그럴 만도 하다. 구겨지고 찌그러졌던 JTBC 드라마국의 체면을 살리고 기를 팍 불어넣었던 <도봉순> '깔끔하게' 종영했으니 말이다. 시청률 3.829%, 등장부터 화려했다. 첫 회부터 역대 JTBC 금토 드라마 가운데 최고의 오프닝 스코어를 갈아치웠다. 쾌조의 스타트는 계속 이어졌는데, 2회에선 5.758%로 껑충 뛰어 올랐고, 3회에서 6.081%로 안정적 박스권을 형성했다. 그리고 4회에선 8.301%로 급등하며 <도봉순>의 시대가 왔음을 알렸다. 


제작발표회에서 내걸었던 시청률 공약의 기준이 3%였던 점을 감안하면, <도봉순>이 보여준 이와 같은 상승세와 흡입력은 놀라운 수준이었다. 비록 10%의 벽을 넘진 못했지만, 최고 시청률 9.668%(닐슨코리아 기준)을 기록하는 등 2차례나 9%를 넘어섰고, 마지막 회에선 8.957%로 훈훈하게 마무리 됐다. 지난 2013년 <무자식 상파자>가 기록했던 9.230%를 넘어서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JTBC 김수길 사장은 촬영장에 직접 뷔페를 선물하기도 했고, <도봉순> 제작진과 출연진은 발리로 포상휴가를 떠나게 됐다. 



이와 같이 표면적인 성과가 뛰어난 데 반해 드라마의 내용에 대한 아쉬움이 '살짝' 남는 건 사실이다. 초반부에 밑밥처럼 자잘히 깔렸던 다양한 이야기들, 가령 청년 실업, 페미니즘,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 정의 구현 등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했다. 무엇보다 신선하게 다가왔던 '여성 히어로'의 활용법도 기대에 못 미쳤다. 또, 드라마의 한 축을 담당했던 스릴러는 중반 이후부터 힘이 빠져버렸다. 게다가 주인공 간의 긴장을 형성해야 할 '삼각관계'는 애초에 균형이 무너져 버린 상태였다.


결국 갈 길을 잃은 <도봉순>은 박보영과 박형식의 로맨스에만 집중하기에 이른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가 있었지만, 창대했던 실험정신에 비하면 용두사미라 할 만 했다. 그럼에도 <도봉순>이 지금의 놀라운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전적으로 박보영의 힘이었다. 이제 하나의 '브랜드'가 돼버린 그의 존재감은 드라마를 완벽히 견인했다. 여기에 박형식과의 케미가 더해졌고, '천의 얼굴'이라 할 만큼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준 김원해의 열연이 든든히 받쳐줬다.



우리 드라마가 시도를 하는 건 좋았지만 성 소수자분들을 배려하지 못했다는 내용도 있지 않았나. 저도 반성을 많이 했다. 제가 국두와 민혁의 망상에 대해 꿈을 꾸고 난 뒤 '더러워'라고 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촬영할 때 제가 미처 신경쓰지 못하고간과 하지 못했던 부분이었던 것 같다. 그런 부분에서 불편함을 느끼신 분들이 있어서 관련해서 조금더 공부하고 찾아보고 생각하고 그랬다. 사람들이 좋은 것만 보면 안좋은 것 같다. 안 좋은 평가와 질타도 보면서 배워가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스포츠조선>, 박보영 "성소수자 비하 논란, 많이 반성하고 생각했다")


박보영을 '칭찬'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가 보여준 '연기' 때문만은 아니다. 드라마가 끝난 후 여러 언론과 진행된 인터뷰 내용을 통해 드러나는 그의 따뜻한 인성과 올바른 가치관은 박보영이라는 '사람'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만든다. 하나같이 의미가 있어 되새김질하게 만드는 박보영의 '말말말'은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게 한다. 특히 드라마 속에서 불거졌던 '성소수자에 대한 비하 논란'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힌 것이나 '세월호'와 관련해 그가 전한 진심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다. 

성 소수자에 대한 표현이 부적절하다는 시청자들의 지적에 기민하게 반응해 관련 기사들을 모두 찾아보는 정성을 보이는 배우는 흔치 않을 것이다. 박보영은 그와 같은 문제제기를 겸허히 받아들이고(실제로 그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작가의 잘못이었지만), 스스로 공부하고 찾아보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고 한다. 이는 박보영이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대해 얼마나 큰 애착을 가지고 있는지 보여주는 예이기도 했다. 또, 자신의 연기에 대한 책임감이자 배우로서의 책임감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실제 도봉순처럼 힘이 셌다면 세월호를 들어 올리고 싶었다. 사람들이 왜 세월호 이야기를 꺼려하는 건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세월호는 전혀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다. 그런 것을 떠나서 꽃 같은 아이들이 당한 일이지 않나. 인터넷에서 봤는데 세월호를 잊을 수 없는 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세월호에 대해 아직 우리가 해야 할 일도 많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않은 분들도 있다. 그 일에 당연히 우리가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광화문을 지나갈 때마다 항상 마음이 아팠다. <힘쎈여자 도봉순> 촬영이 후암동에서 많이 있었는데 주말에는 집회 소리가 들리더라. 그런데 같이 일하던 스태프나 모두가 당연한 거라고 받아들였다. 다들 촬영이 어려우면 우리가 다른 데를 가야 되는 거라고 생각했다. (<서울경제>, '도봉순' 박보영 "세월호, 정치적 문제 아냐..책임감 가져야")

세월호에 대해서 "가볍게 농담처럼 느낄까봐 조심스럽다"면서 "실제로 도봉순처럼 힘이 셌다면 세월호를 들어올리고 싶었"다고 말하는 그의 태도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사람들이 왜 세월호 이야기를 꺼려하는 건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박보영은 작심한듯 세월호에 대한 자신의 생각들을 쏟아냈다. 그의 말처럼 세월호는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무능과 국가의 총체적 부패, 부실이 만들어 낸 참사였고, 여기에 대해 어른들은 '책임감'을 가지는 게 마땅하다.

그런데 세월호 사태뿐만 아니라 국정 농단의 무한 책임이 있는 한 정당은 부끄러움마저 잊은 채 대통령 후보를 국민 앞에 내세웠다. 그 후보는 "세월호 사건을 정치권에서 얼마나 많이 우려먹었습니까. 더이상 정치권이 거기서 얼쩡대며 정치에 이용하려는 행동은 더는 안 했으면 하기에 저는 안 가기로 했습니다."면서 "3년이 지났는데 대선 앞두고 또 추모행사를 하는 것이..."라고 말해 국민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다. 정작 세월호를 '정치적인 문제'로 만들어 아이들의 죽음마저 욕 보인 건 당신들이 아니었던가.

그동안 박보영은 아이들을 위해서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재능 기부 형태로 다양한 활동을 이어왔다. 지난 2014년 6월에는 빈곤아동을 돕기 위한 캠페인에 참여하면서 "어린 시절, 고민 없이 자유분방하게 시골에서 자랐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 같다"며 "어린이들은 우리의 미래라고들 한다. 어린이들이 걱정 없이 꿈을 꿀 수 있도록 지켜줘야 하는 것이 어른들의 의무"라고 말하기도 했다. 과연 우리들은 아이들을 위한 '의무'를 다했던가. 그저 부끄러운 마음뿐이다. 

박보영의 말처럼, 세월호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세월호는 인양됐지만, 여전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미수습자가 9명이나 남았고, 세월호와 관련한 수많은 적폐들은 여전히 청산되지 못한 채 찌꺼기처럼 대한민국 곳곳에 들러붙어 있다. 배우의 역할이란 무엇일까. 당연히 연기를 하는 것이겠지만, 단지 그것뿐일까. 박보영은 자신이 비록 물리적인 힘은 세지 않지만, 배우라는 직업을 통해 '정의'를 말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그 힘을 잘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여기에 '답'이 있는 것 같다. 앞으로도 박보영이 '도봉순'처럼, '정의' 앞에 당당한 배우로 남아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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