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여행기

[버락킴의 동유럽 여행기] 10. 빈(Wien)에 간 당신이 꼭 들러야 할 장소 3

너의길을가라 2017. 6. 22.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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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 52분에 프라하를 출발한 기차가 14시 50분이 돼서야 빈(Wien)에 도착했다. 거의 꼬박 4시간이 걸렸다. 체코는 평지와 산지의 비율이 7:3 정도인데, 기차로 이동하는 내내 푸른 초원을 만끽할 수 있었다. 간혹 건물들이 눈에 띠긴 했지만, 워낙 간헐적이라 '밋밋해진' 풍경들에 지루해져 어느덧 잠이 쏟아졌다. 인간이란 이토록 간사한 것이다. 어떻게 유럽의 풍경들이 밋밋하고 지루할 수 있단 말인가. 


한참을 자고 일어나도 여전히 도착하기에는 많은 시간이 남아 있었다. 중간중간 몇 번의 스트레칭을 거듭한 끝에 결국 국경을 넘고 빈에 당도하게 됐다. 맙소사, 오스트리아라니, 그것도 빈이라니! 빈 중앙역 (Wien Hauptbahnhof)의 근처(도보로 5분)에 있는 숙소로 이동해 짐을 풀고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할 채비를 했다. 우선, 숙소에서 걸어서 5분이면 도착하는 벨베데레 궁전(Belvedere Palace)부터 가 볼 예정이다.





1. 벨베데레 궁전

- 입장 시간 : 10시부터 18시까지 

- 입장료 : 14유로


벨데베레 궁전은 상궁(Oberes)과 하궁(Unteress)로 나뉘어져 있는데, 아무래도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상궁 쪽이 보다 핫한 곳이라 할 수 있다. 숙소가 인근에 있어서 산책 겸 총 3번 방문했는데, 역시 한국 관광객들의 방문이 잦았다. 패키지 여행의 필수 코스로 지정돼 있는 듯 했다. 도심 속에 있는 궁전이라는 점에서 파리의 '뤽상부르 궁전(Jardin du Luxembourg)'과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구스타프 클림트, 「유디트 I(1901)」, 「키스(1907-8)」

에곤 실레, 「포옹(1917)」, 「가족(1908)」

자크 루이 다비드, 「생 베르나르 고개를 넘는 나폴레옹(1908)」

빈센트 반 고흐, 「오베르의 들판(1890)」

클로드 모네, 「지베르니 정원길(1902)」


벨베데레 상궁이 보유하고 있는 컬렉션은 매우 훌륭한 편이다.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면 당연히 구스타프 클림트 전시실부터 향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처음부터 천천히 그림을 살펴보는 것도 좋다. 유럽의 어느 미술관을 가더라도 한 점씩 포함돼 있기 마련인 고흐나 모네의 그림이야 그렇다치더라도 자크 루이 다비드가 그린 나폴레옹의 '기개'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긴 아깝지 않은가. 





아쉬운 점은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유럽을 여행하면서 미술관을 찾았을 때 가장 '놀랐던' 건 관람에 있어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다시 말하면 관람객 친화적 분위기라고 할까. 접근을 불허하는 라인을 만들어 놓지도 않았고, '조용히 하라'는 암묵적 억압도 없었다. 또, 사진 촬영도 허용됐다. (다만, 플래시와 셀카폰은 금지였다.) 사람들은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그림'과 마주했고, 대화를 나눴으며, 그 순간을 만끽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벨베데레 상궁은 사진 촬영을 불허했고, 이 때문에 재미있는(?) 장면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금지된 욕망은 그만큼 유혹적이라 했던가. '카메라'로만 사진을 찍을 수 있었던 시절과는 달리 지금은 휴대전화가 '카메라'를 대신하는 시대가 아니던가. 저마다 휴대전화를 꺼내드는데, 일일이 그들이 사진을 찍는지 아닌지 확인을 하는 건 불가능한 일에 가까웠다. 당연히 틈을 봐서 몰래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꽤나 눈에 띠었다. 


그 비양심적인(?) 행동들은 대체로 어쩔 수 없이 용납됐지만, 구스타프 클림프 전시실에서만큼은 절대로 용납되지 않았다. 그 곳에 상주하고 있는 직원은 잔뜩 날을 세운 날카로운 눈빛으로 오로지 사진을 찍으려는 행동을 취하는 듯한 관람객들을 예의주시했다. 앞서 몰래 사진을 찍어왔던 사람들은 이번에도 같은 기술을 시전하려 했지만, '감시'를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을 당해낼 재간은 없었다. '깨갱'하는 모습이 왠지 통쾌했다.






2. 성 슈테판 대성당


성 슈테판 대성당은 빈의 상징이자 심장이라 할 만한 곳이다. 하늘 높이 뽀죡하게 솟아 있는 첨탑이 '내가 성 슈테판 대성당이다'라고 외치는 듯 하다. 1137년에 착공해 1160년에 완공됐는데, 여러 차례 공사를 거쳤다. 오스트리아 최대의 고딕(양식의) 성당이다. 다양한 색상으로 꾸며진 지붕 타일은 빛을 받으면 더욱 아름답게 빛나는데, 그 압도적인 외관은 보는 이의 입을 쩍 벌어지게 만든다. 덩달아 카메라 셔터를 누르지 않을 도리가 없다.


성당 내부는 무료로 구경이 가능한데, 전망대에 올라가려면 입장료(남탑 : 4.5유로, 북탑 : 5.5유로)를 내야 한다. 북쪽 탑에 오르면 형형색색의 지붕 타일을 볼 수 있다. 성 슈테판 대성당 주변에는 케른트너 거리, 그라벤 거리 등 쇼핑 거리가 펼쳐져 시선을 끄는데, 모차르트하우스(Mozarthaus), 페터 성당(Peterskirche), 로스하우스(Loos haus) 등 관광 명소가 있다는 사실도 잊지 말자.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Notre-Dame de Paris)에서도 그랬지만, 성 슈테판 대성당에서도 알 수 없는 위안을 얻었다. 노트르담 대성당에서는 지친 발걸음을 이끌고 휴식을 취하면서 얻은 안식이었다면, 이번에는 인근의 슈니첼(Schnitzel)로 유명한 '피그뮐러(Figlmueller)'라는 식당에서 한껏 음식을 섭취한 다음이라 다소 '배부른' 안식이었다는 차이점이 있다. 그래도 유서 깊은 종교 시설이 주는 위안은 다르지 않았다.


수많은 여행객들이 예의를 갖춘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성당 안을 구석구석 누볐고, 내부를 가득 채운 오르간 소리는 속세로부터 온 사람들의 다소 시끄러울 수 있는 소음을 완벽히 제압한 채 울려 퍼졌다. 의자에 가만히 앉아 조용히 그 공간을 느끼고, 그 공간에 나 자신을 맡겼다. 여전히 알 수 없는 위로였고, 여전히 풍성한 채움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성당을 나왔을 때, 갑자기 쏟아진 비에도 짜증이 나지 않았던 이유가?








3. 미술사 박물관 

- 입장 시간 : 10시부터 18시까지 

- 입장료 : 15유로


사실 빈(Wien)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여러모로 충분하지 않았다. 우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고, 게다가 날씨마저 도와주지 않았다. 성 슈테판 대성당을 나서던 저녁 무렵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다음 날까지 계속해서 쏟아졌다. 아침에 숙소의 창문을 여는 순간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시간은 어김없이 흐르고, 그에 따라 여행은 계속될 수밖에. 


사정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빗발이 사납게 날렸고, 상상을 초월하는 강풍이 불어닥쳤다. 우산은 걸핏하면 뒤집어졌고, 옷은 마를 틈이 없었다. 사실 넉넉히 생각하면, 그 또한 여행이다. 언제 오스트리아 빈에서 몸을 가누기 힘든 바람을 맞아내며 걸어가는 경험을 해보겠는가. 오히려 사람들은 웃음을 터뜨렸고, 도로 곳곳에서 들려오는 비명(?)은 잠시나마 그 상황을 즐기게 만들기도 했다. 나도 질러볼 걸 그랬나?


'미술사 박물관'이라는 도피처가 있었기에 '반나절'은 어찌 보낼 수 있었지만, 아무래도 궂은 날씨는 여행에 있어 결코 반가운 조건이 아니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보고(寶庫)라 불리는 미술사 박물관(Kunsthistorisches Museum)은 10시부터 개관이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비바람이 몰아쳐 관람객들이 문 앞에 옹기종기 모여 눈빛 공세를 보냈지만 얄짤 없었다. 미술관 직원들은 정확히 10시가 되어서야 문을 열어주었다.


자꾸 파리와 비교를 하게 되는데, '미술사 박물관'은 루브르 박물관에 필적하는 컬렉션을 갖췄다. 괜히 유럽 3대 미술관(또 다른 한 곳은 '마드리드의 프라도'이다.)의 하나로 꼽히는 게 아니다. 그만큼 합스부르크 왕가(The House of Habsburg)가 16세기 이후 유럽의 상당 영역을 지배하며 얼마나 큰 영향력을 미쳤는지 보여준다. 과거 프랑스가 그러했던 것처럼 말이다. 









라파엘로, 「초원 위의 성모(1505-6)」

아르침볼도, 「여름(1563)」

브뢰헬, 「바벨탑(1563)」, 「농가의 결혼식(1568)」

벨라스케스, 「왕녀 마르가리타 테레사 초상화 시리즈(1653-4/1659)」

렘브란트, 「자화상(1652)」

루벤스, 「1636-1640)」


0.5층에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의 조각, 그리고 이집트의 유물이 전시돼 있고, 1층에는 유럽 각국의 주요 회화들이 자리하고 있다. 2층에는 동전과 메달 등이 있다. 아무래도 관심은 1층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라파엘로, 벨라스케스, 렘브란트, 루벤스 등 거장들의 그림들도 심장을 벌렁하게 만들었지만, 무엇보다 브뢰헬 컬렉션은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은 설렘을 안겨줬다.


특히 인간의 오만함을 담아낸 「바벨탑」은 워낙 좋아하던 그림이라 실제로 봤을 때의 감격스러움은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책이나 컴퓨터를 통해서만 봤던 작품을 현실에서 내 '눈'으로 볼 수 있다니..! 역시 가장 많은 관람객들이 머물렀다 가는 그림이기도 했다. 워낙 방대한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어서 한 바퀴를 둘러보는 데 진이 빠질 정도였는데, 4시간의 관람에도 마지막까지 브뢰헬 컬렉션을 한번 더 둘러보고 퇴장했다. 









+ 링 도로의 야경


그밖에도 왕궁(Hofburg), 자연사 박물관(Naturhistorisches Museum), 무제움콰르티에 빈(MuseumsQuartier Wien), 레오폴트 박물관(Leopold Museum), 무목(mumok), 제체시온(Secession) 등 빈을 '예술의 도시'라 부르는 이유가 되는 명소가 수두룩하다. 또, 트램을 타고 링 도로를 이동하며 야경을 즐기는 것도 잊지 말자. 물론 낮에 링 도로를 돌며 <비포 선라이즈> 속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의 낭만을 떠올려보는 것도 좋다. 


국회의사당, 시청사, 빈 대학, 포티프 성당을 지나 도나우 강을 따라가는 트램에 몸을 맡기고 경치를 구경하다보면 그동안 쌓였던 피로가 씻은 듯 사라짐을 느끼게 된다. 물론 한 번으로는 부족하고, 여러 번 왕복을 할 필요가 있다. 주요 스팟에 내려 야경을 감상하고, 다음 도착하는 트램을 타고 이동하는 식으로 즐기는 것도 좋다. 그러기 위해선 24시간 권(혹은 48시간 권이나 72시간 권)을 구입해 활용하는 게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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