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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영, '의도 없는' 남성 비하? 그것이 더욱 문제다.

너의길을가라 2012. 5. 22.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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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연대가 백지영의 신곡 '굿보이'에 대해 '남성 비하'를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음원유통금지 가처분신청을 낸 것인데요. '굿보이'의 가사는 연인관계에 있는 연하남을 연상녀가 길들인다는 내용이고, 문제가 되는 표현은 '짖어댄다', '주인을 문다'와 같은 것입니다. 이에 대해 백지영 측은 "당황스럽지만 이해한다. 그러나 남성 비하의도는 없었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물론 이런 반응은 당연한 내용이고, 별다른 의미는 없습니다. 만약 남성 비하 의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있다고 말할 바보는 없지 않겠어요? 


선정적인 가사나 여성 비하적인 내용에 대해 과도한 반응을 보이는 여성부나 여성 단체와 마찬가지로 노래 가사에 대해 이런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남성연대가 그리 반가운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 제기 자체는 정당한 것이라고 봅니다. 만약 남성 가수가 여성 비하적 내용이 담긴 노래를 불렀다면, 좀 더 직설적으로 표현해서 남성 가수가 여성을 특정한 동물에 비유했다면 과연 어떻게 됐을까요? 과거 윤종신은 라디오에서 여성을 회에 비유했다가 곤혹을 치른 적이 있습니다.


이런 지엽적인 논쟁보다 중요한 접근 지점은 '이런 가사들이 담긴 노래를 꼭 불러야만 하는가?'라는 것입니다. 물론 무대를 채우는 것은 가수가 부르는 노래만이 아니라 의상과 댄스 등을 비롯한 여러 가지 볼거리도 포함되는 것이겠죠. 하지만 최근에는 그런 면에서 주객이 전도된 듯한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백지영을 통해 사건이 불거지긴 했지만, 이는 비단 백지영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가요계 전반에 걸쳐 있는 문제입니다. 굳이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가사가 쓰이거나 그러한 안무가 포함된 노래를 불러야만 하는 것인지, 그래야만 자신들의 음악성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남성 비하 의도는 없었다"는 백지영 측의 변명은 오히려 더 위험합니다. 분명 특정한 성을 비하하는 표현인데도, 그것을 감지조차 할 수 없었다면 그것이 더욱 심각한 문제 아닐까요? 과거 흑인이 백인에 비해 열등한 생물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던 사회에서는 흑인 비하 발언이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남성에 비해 여성이 열등하다고 생각되었던 시대에는 여성 비하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요. 어떤 자극이나 문제점에 대한 '경계'가 허물어진 사회가 되어 버린 것은 아닌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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