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 연예/'백종원의 골목식당' 톺아보기

백종원의 분노는 이해하지만, '골목식당'의 편집은 나빴다

너의길을가라 2019. 5. 4.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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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명의 '욕받이'가 탄생했다. 최근 들어 잠잠하다가 나쁜 버릇이 슬금슬금 고개를 들기 시작한 걸까? 그동안 출연자들과 숱한 갈등을 빚었던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하 <골목식당>) 이야기다. 그동안 <골목식당>은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미리 걸러냈어야 할 출연자를 굳이 방송 안으로 끌어들였고, 그마저도 악마의 편집에 적극 활용했다. 불필요하고 과도한 반전은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서산 해미읍성 편은 무난하게 끝날 것처럼 보였다. 진단부터 솔루션까지 큰 무리가 없었다. '서산 장금이'로 불리는 돼지찌개집은 완벽 그 자체였는데, 사장님은 백종원을 감탄시킬 정도로 요리 실력이 뛰어났다. 무엇보다 손님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제대로였다. 약간의 잡음이 있었지만, 곱창집 역시 상생의 길을 열어젖히며 해피엔딩을 맞았다. 게다가 지나가다 들른 호떡집도 백종원의 마가린 솔루션을 받아들여 대박을 터뜨렸다. 


문제는 쪽갈비 김치찌개집이었다. 총체적 난국이었다. 우선,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위생 상태부터 불량이었다. 이상함을 감지한 백종원이 물수건으로 홀의 테이블과 바닥을 닦자 시커먼 때가 묻어 나왔다. 주방이라고 온전할 리 없었다. 냉장고에는 언제 넣어 두었는지 모를 상한 식재료들이 곳곳에 숨어 있었다. 백종원은 솔루션이 급한 게 아니라 청소부터 해야 한다고 판단했고, 정인선을 투입해 대청소에 돌입했다.



백종원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됐다. 쪽갈비 김치찌개로는 답이 없다고 보고, '서산더미 불고기'라는 신메뉴를 품에 안겨줬다. 또, 다리 관절이 좋지 않은 사장님을 위해 기존의 좌식 인테리어를 아예 테이블로 바꿔주었다. 돈이야 제작비로 충당했겠지만, 그 결정에 백종원이 참여했음이 분명했다. 특제 불판까지 선물했고, 더 나아가 주방까지 깨끗하게 바꿔주었다. 이쯤되면 가게를 새로 오픈해 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남은 건 '연습'이었다. 그저 성실히 레시피를 익혀 손님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제공해 주길 바랄 뿐이었다. 그런데 지난 주 <골목식당>은 끝무렵에 '반전'을 준비했다. 쪽갈비 김치찌개 사장님과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메뉴판 제작, 재료 구입 등 논의해야 할 부분이 많았지만, 사장님은 답변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뒤늦게 답장이 왔지만, 정작 제작진의 질문에 제대로 된 피드백을 하지 않았다며 우려를 쏟아냈다. (뒤늦은 답장이라 했지만, 고작 16분 후 였다.)


"오늘 불고기 처음 해보셨다면서요. 어떡하려고 그래요? 웃을 일이 아니에요, 사장님. (...) 내가 바봅니까?"



드디어 촬영날이 됐고, 다행히 사장님은 가게에 나타났다. 장사를 도와줄 딸도 도착해 있었다. 그러나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허송세월했음이 밝혀졌다. 백종원은 불같이 화를 냈다. 레시피에 따라 계속 연습하고 그 결과를 갖고 담당 작가를 붙잡고 늘어져도 시원찮을 판에 단 한번도 연습을 해보지 않은 사장님의 무책임하고 무성의한 태도를 꾸짖었다. 사장님은 딸과 함께 고개를 숙인 채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았다. 


'해명'이 없었다. 공사 중이라 연습을 할 수 없었다는 말이 전부였고 납득하기 어려웠다. 연습이야 집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지 않은가. 의지가 있었다면 못할 일이 아니었다. 백종원의 말은 구구절절 옳았고, 사장님은 죄인마냥 고개를 숙였다. 아쉬움이 남았다. 사장님의 진심을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엄청난 기회와 행운이 닥쳤을 때, 모든 사람들이 기쁨으로 받아들이는 건 아니다. 어떤 평범한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기도 한다. 지레 겁먹고 도망치고 싶어지기도 한다. 


<골목식당> 제작진과 백종원으로부터 이례적인 지원과 분에 넘치는 도움을 받았을 때, 모든 일이 순탄히 풀려 나가고 있을 때 쪽갈비 김치찌개집 사장님은 오히려 숨어버렸다. 사람들은 손가락질했다. 솔루션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비난했다. <골목식당>의 제작진도 그런 방향으로 몰고 갔다. 아무런 해명 없이 말이다. 정작 <골목식당>이 다뤄야 했던 이야기는 쪽갈비 김치찌개집 사장님의 솔직한 심정이 아니었을까.



우리는 <골목식당>에 출연한 문제투성이 사장님들을 보면서 쉽게 손가락질 한다. 물론 비난의 여지가 크다. 보고 있자면 화가 난다. 그들은 게으르고, 무례하고, 개념이 없고, 의지도 없다. 그런데 그들과 우리는 얼마나 다른걸까. 카메라로 바라본 나의 모습은 어떨까. 우리는 불완전한 존재이고, 허점투성이다. 우리라고 철두철미하게, 빈틈없이 모든 일을 잘 해내고 있을까. 게다가 편집의 여지가 있다면 얼마든지 더 나쁘게 보일 수 있다. 


쪽갈비집 사장님은 왜 연락두절 상태가 됐을까? 욕 먹을 짓이라는 걸 뻔히 알고 있었을 텐데 말이다. 제작진은 그 이유를 궁금해하지 않았다. 그저 '악마의 편집'처럼 자극적으로 활용했을 뿐이다. 덕분에 쪽갈비집 사장님은 평생 먹을 욕을 일순간에 다 먹게 됐다. 그 편집은 불가피했을까? 제작진은 무책임했다. 물론 일생일대의 기회를 제공하고 큰 도움은 준 건 사실이지만, 그것이 출연자의 인격에 상처내는 걸 정당화해주진 않는다. 사장님은 보호받지 못했다. 


쪽갈비 김치찌개 사장님의 행동은 늘상 이해하기 어려웠다. 청결, 맛, 서비스 모두 불합격이었고, 의지도 부족해 보였다. 수많은 혜택을 누리고, 백종원의 아낌없는 지원을 받았음에도 무책임했던 사장님으로 남게 됐다. 앞으로 돈을 많이 벌게 됐으니 그걸로 된 걸까? 훈훈한 결말로 매조지했으니 만족해야 할까? <골목식당> 제작진이 좀더 세심하게 출연자들을 어루만져주길 바란다. 그런데 벌써부터 다음 주 여수 꿈뜨락몰 편이 걱정되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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