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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작 증세 보이는 식용견 출신 도사견, 강형욱은 왜 초라해졌나

너의길을가라 2020. 12. 22.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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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담벼락에 쓰인 '개 조심'의 대표적인 주인공 도사견은 동물보호법상 맹견(猛犬)으로 분류된다. 그만큼 사납고 무서운 견종이다. 그럴만도 한 것이 도사견은 애초에 투견을 위해 개량된 견종이다. 싸움을 하는 게 생의 목적이었던 셈이다. 워낙 정면승부를 좋아해서 말리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싸우는 근성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단단한 근육질에 힘도 세서 웬만한 보호자들은 엄두도 내기 힘들다.

참고로 현재 투견은 대다수의 국가에서 불법이다. 한국도 2018년부터 동물보호법 8조(동물학대 등의 금지)에서 도박 광고 오락 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학창시절 장터에서 투견 경기를 봤다는 이경규의 증언처럼 1980년대까지 투견은 매우 성행했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치르면서 동물 보호 인식이 변화함에 따라 투견은 점차 사라지게 됐다.

계속해서 도사견의 역사를 살펴보면, 일본의 에도 막부는 칼을 쓸 일이 없어진 사무라이 집단이 분란을 일으키자 투견을 정책적으로 활용했다. 칼싸움 대신 개싸움을 장려한 것이다. 당시 시코쿠견이 투견에 쓰였는데, 메이지 유신 이후 서양의 마스티프 계열 견종이 들어오자 시코쿠견이 힘을 쓰지 못했다. 자존심에 상처가 난 일본인들은 시코쿠견을 불도그, 마스티프 등 대형견과 교배시켜 도사견을 만들었다.

재패니즈 마스티프라 불리는 극강의 투견, 도사견은 가정에서 반려견으로 기를 수 있는 견종일까. 강형욱은 일본에서도 위험하다고 여겨지고 있다면서 쉽지 않다고 고개를 저었다. 도사견이 치악력은 236kg까지 나오는데 일반 개의 몇 배 수준이다. 보호자와의 두터운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엄격한 훈련이 이뤄지지 않으면 흉폭해질 위험성은 언제나 상존한다. 상당한 주의가 필요하다.


"다루의 세상은 뜬장밖에 없었던 거잖아요. 또 다른 세상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아내 보호자)

지난 21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에 고민견으로 등장한 다루(수컷, 7개월)는 도사견답지 않게(?) 순하고 애교가 넘쳤다. 덩치도 그리 크지 않았는데, 맹견처럼 보이지 않았다. 전원주택에서 살고 있는 부부 보호자는 다루에 대한 애정이 넘쳤다. 신뢰관계도 잘 형성되어 있었다. 강형욱 훈련사는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다루에게는 슬픈 사연이 있었다.

아내 보호자는 다루가 식용견으로 태어나서 뜬장(사육하는 개, 닭 등의 배설물을 쉽게 처리하기 위해 밑면에 구멍이 뚫려 있는 철장)에서 생활하다 탈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맹견이라는 이유로 입양이 되지 않아 결국 안락사가 결정됐는데, 안타까운 상황에 처한 다루를 두고볼 수 없었던 보호자가 입양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현재 함께 지낸 지 1개월 정도 됐다고 했다.

뜬장에서 평생 살았기 때문에 다루의 발가락은 벌어져 있었고, 발도 휘어져 있었다. 그 때문에 제대로 뛸 수 없는 상태였다. 다루는 넘어져도 계속 일어나 달렸고, 시간이 지나면서 빠르게 회복 중이었다. 문제는 입질이었다. 단호하게 경고하고 블로킹을 통해 교정을 시도했지만, 다루의 입질은 점점 심해지고 있었다. 옷자락을 물고 놓지 않는가 하면 얼굴을 향해 뛰기도 했다.

혹시 맹견의 본능이 깨어나고 있는 건 아닐까. 부부 보호자는 입질을 놀이로 여기는 다루에게 제대로 된 놀이를 가르쳐 주고 싶다고 했다. 또, 다루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제대로 배우고 싶어 했다. 실제로 보호자들은 맹견을 반려 중이던 필요한 필수 교육도 이수 예정이었고, 입마개나 목줄 등을 철저히 착용해야 한다는 경각심도 갖고 있었다.


"이제 그만해야 할 게 있어요. 가엾어하기."

강형욱은 아내 보호자에게 더 이상 다루를 가여워하지 말라고 조언하며, 도사견을 입양하기에 기질이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 이유는 냉철하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내 반려견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면 도사견 같은 맹견은 훨씬 더 위협적인 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루가 자꾸 낑낑대는 것도 아내 보호자가 다 받아줬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여기까지만 보면 <개는 훌륭하다>의 일반적인 솔루션처럼 보였다. 보호자의 과한 애정이 엄살을 불러온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다루의 경우는 예외적이었다. 강형욱은 다루가 몸이 불편한 상태라는 걸 눈치챘다. 활발하기 뛰어다니지도 않고, 정상적으로 깨물지도 못했다. 힘겹게 몸을 일으킨 다루는 계단 구석으로 가서 잠을 청했다. 왜 편한 방 안을 두고 그곳으로 옮겨간 걸까.

아내 보호자는 다루가 처음에는 싱크대나 장식장 밑에 들어가서 잠을 잤다고 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자란 탓에 정신적 스트레스와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또, 불안과 공포로 수면 중 발작 증세까지 보이고 있었다. 다루는 거품까지 물면서 몸을 떨었다. 보호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다루를 잠에서 깨우는 것밖에 없었다. 의학적으로도 방법이 없는 상황이었다.

강형욱은 식용견 농장에서 발작 증세를 일으키면 집단 공격을 당했을 거라며 안타까워했다. 남편 보호자는 다루가 다리가 제대로 펴지지 않았을 때는 운동장 같은 넓은 장소에 나가는 걸 꺼려했다고 대답했다. 아마 다른 개들로부터 공격을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다루는 하루에도 여러 차례 발작을 일으켰고, 너무도 큰 고통과 맞서 싸우고 있었다.


고심을 거듭하던 강형욱은 지금은 다루를 아프지 않게 키우는 게 우선일 것 같다며 훈련을 중단하자고 제안했다. 또, 아내 보호자에게 처음에는 지나치게 애정이 많은 보호자라고 생각했는데, 전체적인 상황을 보니 꼭 필요한 존재였다며 훌륭한 보호자라고 격려했다. 열악한 환경에서 불안과 공포를 먹으며 자랐던 다루에게 보호자들이 주는 무한한 애정은 엄청난 도움이 됐을 것이다.

조금 섣부르게 판단해 평소와 같이 '애정을 줄이라'는 솔루션을 주려고 했던 강형욱은 자신이 초라해지는 기분이라며 반성했다. 그 역시 다루의 경우처럼 발작 증세를 많이 보이는 개는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다루에게는 훈련보다 건강이 우선이었다. 강형욱은 당분간 산책만 꾸준히 하면서 다루의 몸상태가 좋아질 때를 기다리고, 2개월 후에 다시 만나서 훈련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아내 보호자는 두 달 후에는 다루가 명견이 되어 있을 거라고 의욕을 보였다. 분명 그리 될 것이다. 인간의 욕망 속에 태어나 평생을 뜬장에 갇혀 살았고, 가까스로 탈출한 후에도 매일마다 그때의 공포에 갇혀 살고 있는 다루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꼭 해주고 싶다. 부디 다루가 마음의 병을 이겨내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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