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반토막 난 4대강 자전거도로 이용률, 타당성 없는 사업의 결과

너의길을가라 2014. 10. 15. 08:10
반응형


1인당 3,500원의 급식을 1년 동안 지원받은 시설의 아동들은 정부에서 제공하는 단가인 1,520~2,000원짜리 급식을 먹는 아동에 비해 키가 평균 1.6cm 더 성장했고, 체중은 2.4kg 더 성장했다고 한다. 성혜경 아름다운재단 캔페인회원개발팀장은 "한해 350억 원 예산을 추가하면 1만 6000여명 시설 아동들에게 일반 중학교 급식 수준의 식판을 지원할 수 있고, 260억 원만 추가해도 3500원의 급식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  오른쪽 식판이 지원 전, 왼쪽 식판이 지원 후 -


현실은 어떨까? 2013 년 현재 시설 아동의 급식단가는 1인당 2069원에 불과하다. 내년도 관련 예산역시 고작 49원 인상된 2183원이다. 저소득 아동 급식비 3,500원에 턱없이 부족하다. 물론 260억이 적은 비용은 아니다. 하지만 다른 일도 아닌 아이들에게 '최소한의 급식'을 제공하는 데 쓰이는 것 아닌가? 줄줄 새고 있는 예산들만 제대로 확인하고 정비해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는 예산이다. '사람'을 경제적 관점에 경도된 채 바라보는 것이 마뜩지 않지만, 그들이 좋아하는 표현을 빌려쓰자면 이것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라고 봐야 한다.


시설 아동들이 정부의 지원이 부족해서 2,069원짜리 급식을 먹는다는 뉴스가 더욱 화가 났던 것은 4대강 자전거도로 이용률 2년만에 '반토막' 이라는 뉴스 때문이었다. "전국 곳곳을 자전거 길로 연결해 생태문화가 뿌리내리게 하겠다(2009년 1월 신년사)"는 MB의 한마디로부터 시작된 4대강 자전거도로 사업은 지금까지 무려 2,496억원의 예산이 들어갔다.



4대강 자전거도로의 현실은 어떨까?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새정치민주연합 박수현 의원은 "4대강 자전거도로 이용자는 2012년 174만명에서, 2013년 380만명으로 늘었으나 올해 들어서는 126만명(9월30일)으로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밝혔다. 이 는 국토교통부가 제출한 '자전거도로 이용률 현황'에서 확인한 내용이다. 이용률은 떨어지고 있고, 유지보수비는 계속해서 나가고 있다. 4대강 자전거도로 개통 이후 유지보수비용은 62억 4,000억 원이나 된다. 지자체가 자체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한강과 영산강을 제외한 금액이다.


이미 2013년 10월에 감사원은 MB 정부가 추진했고,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자전거 인프라 구축사업'에 제동을 걸었다. 당시 감사원은 안 전행정부와 기획재정부가 2009~2019년 8008억원의 예산을 들여 지방도에 자전거 도로를 만드는 사업이 타당성이 없어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2,500억 가량을 썼으니 앞으로 5,500억 정도의 예산이 길바닥에 뿌려지는 셈이다. 이러니 화가 안 날 수 있을까?



여전히 '자전거 도로 예찬론자'들이 남아 있을지 모르니 감사원의 보고서를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도록 하자. 이미 건설된 14개 구간 중 10개 구간의 자전거 교통량이 시간당 10대 이하였고, 2개 구간은 1시간에 0.5~1대만 이용을 했다고 한다. 게다가 이 사업은 국가재정법상 실시해야 하는 예비타당성 조사도 거치지 않았다.


4대강 자전거도로 사업에 대한 언론의 반응(2012년)

4대강은 인적이 드물던 지역에 사람들이 찾아가도록 할 뿐만 아니라 휴식공간이 부족했던 도시민에게도 엄청난 규모의 도시공원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4대강이 도심을 통과하는 세종시, 부산시, 대구시 등에서는 많은 주민들이 가까운 보 주변 공원을 산책하거나 자전거를 타면서 새로 조성된 강 중심의 도시공원을 만끽하고 있다.


- <아시아경제>, 2012.04.20, 한만희 국토해양부 제1차관


자전거길은 올여름 유난히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7월 17만명에 이어 8월에도 20만명이 찾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는 등 4대강 자전거 라이딩이 새로운 레저 아이템으로 자리잡고 있다. 9월 6일 기준 자전거종주 인증자는 35,209명으로 구간별로는 한강(6,439명)의 종주자가 가장 많았으며, 국토종주(4,546명, 633km)와 4대강종주(1,482명, 804km) 이용자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 <뉴스와이어>, 2012.09.09-


2012년까지는 언론에서 4대강 자전거 사업을 '장밋빛'으로 도배했다. 정부의 입김이 직간접적으로 작용한 탓이다. 당시 국토해양부 제1차관였던 한만희 현 서울시립대 국제도시과학대학원장은 <아시아경제>에 글까지 싣으며 4대강 자전거도로 사업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백남철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일보>에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고, 국민건강이 증진되어 의료비가 감소되고 국각경쟁력은 한층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었다.



하지만 '구라'가 밝혀지는 데는 채 1년도 걸리지 않았다. 2013년이 되자 언론들은 4대강 자전거 도로 사업의 '민낯'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포장됐던 4대강 자전거 도로 사업이 '혈세 먹는 하마'라는 평가를 받게 됐다.


4대강 자전거도로 사업에 대한 언론의 반응(2013년)


대적으로 조성된 4대강 자전거 도로에는 아직 매점이나 자전거 대여·수리시설이 턱없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안전시설도 미비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대구·경북권 낙동강 줄기따라 약 40km에 이르는 자전거도로에는 매점과 식당, 화장실 등이 미비하다. 안동에서 출발할 경우 상주 낙단보에 도착할 때까지 물 한 병조차 사먹기 어려운 실정이다.


-<연합뉴스> 2013.04.22 -


"상습침수 구역에 들어선 북한강 자전거도로, 앞으로 혈세 먹는 하마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벌써부터 항간에 자전거도로 무용론이 나오고 있다. 자전거도로가 혈세먹는 하마라는 얘기도 나온다. 국민이 낸 세금을 매년 자전거도로를 복구하는데 시용하는 것에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그런데 이런 일이 올해로 끝나지 않는다. 앞으로 얼마나 더 오래 계속될지 알 수 없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 <오마이뉴스> 성낙선 기자, 2013.07.26 -


이것이 현실이었다. 교통안전공단은 2012년 10월(한강)과 2013년 5~6월(낙동강·금강·영산강) 안전점검을 실시했고, 211개의 문제점과 234개의 권고사항을 지적했다. 문제점과 권고사항에는 배수 불량, 자전거 도로 폭 1m 미만, 내리막길 안전시설 미흡, 포장 불량 등 사고의 위험도를 높이는 내용들이 다수 포함됐다.



2013년 380만명으로 늘었던 자전거 도로 이용객 수가 2014년 들어서 126만명으로 급감한 이유가 무엇인지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다. 결국 자전거 대여 · 수리시설 부족, 매점과 식당, 화장실 등 휴식 공간 부족, 안전시설 미흡 등의 문제들이 한 번 방문했던 이용객들의 마음을 사지 못하고 '올 곳이 못 된다'는 인식을 심어준 셈이다. 물론 그 이전에 대통령이 밀고 있는 사업이라는 이유로 타당성 조사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MB 정부가 추진했던 4대강 사업은 22조의 예산을 강바닥에 쳐박아버렸다. 여기에 자원 외교로 날려먹은 돈도 22조에 달한다고 한다. 4대강 사업의 패키지였던 자전거 도로 사업도 2,496 억 원의 예산이 들었지만 결국 실패로 귀결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타당성 검증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무분별한 사업들이었다. 여기에 MB 정부가 '부자 감세' 드라이브를 걸면서 국가 재정은 파탄에 이르렀고, 그로 인한 '빵꾸'를 메우기 위해 박근혜 정부는 서민들의 등골을 빼먹고 있다.


담뱃값(담뱃세) 인상, 공무원 연금 개혁, 지방세 인상, 고속도로 통행료 인상 등 서민들의 지갑은 갈수록 헐거워질 것이다. 여기에 최계운 수공 사장은 '수돗세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가계부 쓰는 여성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공언했던 박근혜 대통령은 과연 제대로 가계부를 작성하고 있는 것일까? 어떤 생각으로 수입과 지출 내역을 채워나가고 있는 것일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