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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의 잘못된 행동을 방치하는 건 일종의 학대" 강형욱의 일침

너의길을가라 2021. 4. 27.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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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엽고 앙증맞은 외모의 푸들은 한 금융사가 실시한 조사(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2021 한국반려동물 보고서)에서 인기 반려견 2위에 오를 만큼 한국인에게 사랑받는 견종이다. 외견과 달리 푸들은 조립견 혈통을 이어받아 지치지 않은 체력을 자랑한다. 흔히 '개너자이저'라고 부를 정도이다. 또, 보호자에 대한 애착심이 커서 분리불안을 심하게 겪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지난 26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의 고민견은 초콜릿색의 복슬복슬한 털이 매력적인 봉구(수컷, 3살)였다. 딸 보호자가 취직을 하면서 경제적 여유가 생기자 봉구를 데려오게 됐고, 아들 보호자는 흔쾌히 동의했다고 한다. 엄마 보호자는 결국 자신이 돌보게 될 게 불보듯 뻔해 반대했지만, 돌이키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했다. 봉구는 귀여움으로 엄마 보호자의 마음을 녹였다.

두 살하고 반년이 더 지나자 봉구는 본색을 드러냈다. 물건에 대한 소유욕이 강해져 무엇이든 뺏기지 않으려고 으르렁댔다. 또, 보호자를 향해 달려들며 위협적인 행동도 취했다. 봉구는 점점 더 난폭해졌다. 이젠 온 가족이 눈치를 보고 살아야 할 정도였다. '싫다'는 의사표현을 무자비한 입질로 표현했다. 가볍게 여기전 입질은 이제 물림사고 수준으로 심각해졌다.

봉구는 조금의 통제도 허용하지 않았고, 심기가 뒤틀리면 다짜고짜 물어버렸다. 그 때문에 구급물품은 상시대기 상태였다. 가족들의 손은 온통 상처투성이였다. 이대로 두면 안 되겠다 싶어 방문 훈련도 받았다. 물건(소형 칠판)으로 막는 훈련은 처음에는 효과가 있었지만, 이젠 그마저도 무용지물이었다. 봉구는 소형 칠판을 아예 부숴버렸다. 이제 제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이들 물려서 퇴근하자마자 응급실 데리고 가야지.. 진짜 안 키우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어요. '회사에 데려가라, 어디 데려다 줘라.' 그런 소리도 많이 했어요. 딸에게는 서운한 말이겠지만.. 저도 서운하죠. 데려오긴 했는데.. (눈물)

엄마 보호자는 바쁜 자식들 대신 봉구를 도맡아 키워 왔고, 깔끔한 성격이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털 날리는 걸 못 봐서 수시로 청소를 해야 했고, 소변도 쫓아다니며 닦아야 해 힘들었다는 것이다. 딸 보호자는 어떻게 해야 하는 방법을 모르겠다며 안타까워했다. 봉구가 공격적으로 변한 것이 자신의 탓인 것 같다며 자책했다. 꼬여버린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강형욱 훈련사는 "푸들이 자기 보호자한테 저러는 경우가 흔치 않"다며 의아해했다. 그렇다면 봉구는 언제부터 입질을 시작했을까. 이경규의 질문에 딸 보호자는 두 살 때부터라고 대답했다. 강 훈련사는 "정말 그 전에는 안 물었을까?"라고 의문을 던졌다. 아니나 다를까, 아들 보호자는 그 전에도 물긴 했는데 이빨이 약할 때라서 물려도 괜찮았던 것이라 대답했다.

먼저, 공격성 테스트가 진행됐다. 보호자가 없을 때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 확인하기 위해 봉구만 거실에 놓아두고 가족들은 방 안으로 들어갔다. 처음에는 낑낑매며 불안해 하는 것 같더니 금세 본색을 되찾았다. 외부인(이경규)이 조금만 움직여도 짖어댔다. 보호자가 부재중인 상황에서도 강한 공격성을 드러냈다. 강 훈련사는 봉구의 기세에 "세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강 훈련사는 딸 보호자에게 봉구의 목줄을 채우게 하고 곧바로 통제에 나섰다. 봉구는 나름대로 소심한 반항을 해봤지만 곧바로 제압당했다. 마음대로 하지 못해 화가 잔뜩 난 봉구는 턱을 바르르 떨기 시작했다. 절대 안쓰러워할 일이 아니었다. 강 훈련사의 압박이 계속되자 봉구는 가족들에게 도망치려 했다. 강자 앞에서는 꼬랑지를 내린 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강 훈련사는 이런 단호한 통제를 보호자들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잘못한 행동을 지적해 주는 것이 보호자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그 말을 들은 엄마 보호자는 "안타까워서 어떻게 해요?"라고 대답했다. 강 훈련사는 "결정을 해야죠. 뭐가 좀더 안타까운지 결정을 해야 돼요."라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기본적인 행동 교정이 우선이고, 편의를 봐주는 건 그 다음의 일이라는 얘기였다.

강 훈련사는 불쌍하다는 이유로 잘못된 행동을 그대로 방치하는 건 반려견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학대의 일종이라고 못박았다. 그제야 보호자들도 심각성을 깨달았다. 봉구의 공격성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었다. 첫 번째는 타고난 기질이었다. 리드할 줄 아는 보호자에겐 한없는 애교쟁이가 되고, 리드를 잘하지 못하는 보호자에게는 답답함에 짜증을 내는 것이다.

두 번째 원인은 보호자의 부족한 리드였다. 덩치나 힘으로 제압하지 못하고, 반복적으로 주저하는 모습을 보여주니 봉구는 자신이 원하는 걸 얻어내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 것이다. 또, 봉구의 공격성은 쌓이고 쌓여 폭발했을 가능성이 크고, 그건 집안 분위기 탓도 있었다. 지금까지 보호자들이 봉구의 생각을 다 들어주는 편이었던 것이다. 이제 봉구는 짜증을 낼 계기만 찾고 있었다.

하지만 녹록치 않은 강 훈련사 앞에 봉구는 겁을 집어먹었다. 처음 겪는 상황이었다. 강 훈련사는 '애정 주기 금지', '밥 양 조절하기' 등의 솔루션을 제시했다. 그러자 엄마 보호자는 "그래도 (밥은) 줘야죠. 배고픈데.."라며 약한 모습을 보였다. 강 훈련사는 '밥상머리 교육'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설득에 나섰다. 어쩌면 엄마 보호자의 과한 애정이 봉구의 잘못된 행동을 부추겼는지도 모른다.


"최근에 인기있는 훈련법 중에 긍정적으로 가르치는 건데요. 긍정은 먹혀야 긍정이에요. 내 칭찬을 감사히 여길 때까지 아무 칭찬도 하지 않는 거예요. 그냥 예뻐만 해주면 긍정 교육인 줄 알아요. 좋은 행동을 하지 않으면 철저히 무시해요. 만져주는 것, 말 거는 것 아무 것도 없어요."

훈련은 두 가지로 진행됐다. 보디 블로킹으로 봉구에게 '거절'을 느끼게 했고,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게 했다. 아들 보호자는 과감하게 보디 블로킹에 나섰고, 봉구는 짖거나 달려들지 않고 자리에 앉게 됐다. 다음은 목줄 훈련이 이어졌다. 강 훈련사는 봉구가 으르렁댈 때 회피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화내거나 당황해하지 말고 차분히 대응할 것을 당부했다.

강 훈련사는 특단의 조치로 '홀드 스틸' 훈련법을 통해 봉구를 완전히 제압했다. 반려견의 뒤에서 몸을 감싸(거나 눌러) 안정감을 주고 복종심을 길러주는 자세였다. 숙련된 훈련사들이 사용하는 방법이다. 봉구는 갑자기 이빨을 드러내며 저항했지만, 강 훈련사에게 이내 제압됐다. 잠시 후 진정된 봉구는 강 훈련사의 냄새를 맡았다. 반려견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복종 행동이었다.


"(딸 보호자가) 강단 있었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느낌이 있었어요. 처음 훈련 교육을 받으면 집중이 안 되는데, 집중하고 이해하려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 많이 가르쳐드렸어요."

이후의 훈련은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목줄을 맨 채로 집 안에서 산책을 하면서 보호자의 리드를 받아들이도록 했다. 딸 보호자는 강단 있고 침착하게 훈련에 임했다. 리드에 익숙해지자 차례차례 목줄과 가슴줄을 풀었다. 봉구는 더 이상 짖지 않았다. 예민하게 반응하는 모습도 없었다. 딸 호보자는 거침없이 훈련에 임했다. 마지막 단계인 버클 빼기도 순식간에 성공했다.

그렇다면 외부인의 방문에 어떤 반응을 보일까. 이경규와 장도연이 집 안으로 들어왔지만, 신기하게도 봉구는 더 이상 짖지 않았다. 보호자의 통제를 받아들인 것이다. 조용해진 봉구에게는 칭찬(말을 잘 듣는 반려견에겐 손냄새를 맡게 해주면 된다.)이 주어졌다. 앞으로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상황을 익숙하게 만드는 일만 남았다. 보호자만 흔들리지 않는다면 봉구도 훌륭한 반려견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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