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반려견 VS 식용견, 반복되는 소모적 논쟁.. 진짜 포인트는?

너의길을가라 2014. 8. 3.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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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날(伏 ―) - 음력 6~7월에 있는 3번의 절기. 초복(初伏)·중복(中伏)·말복(末伏)의 삼복을 이른다. 초복은 하지(夏至)로부터 3번째 경일(庚日), 중복은 4번째 경일, 말복은 입추부터 첫번째 경일이다. 따라서 복날은 열흘 간격으로 있다. 이때를 '삼복더위'라고 하는 것은 1년중 더위가 가장 심한 때이기 때문이다.


초 복, 중복, 말복. 필자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날이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몸보신을 위해 보양음식을 챙겨 먹는 반드시 지켜야 할 절기이다. 대표적인 복날 음식으로는 삼계탕이 있다. 그 외에도 추어탕, 보신탕도 단골 메뉴다. 다른 음식들에 대해선 그 어떤 논란도 벌어지지 않지만, 유독 '보신탕'을 둘러싼 논란은 매년 끊이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반려견 VS 식용견


'보신탕'을 둘러싼 논쟁의 초점은 대개 '반려견 VS 식용견'에 맞춰져 있는데, 결국 이 문제는 '취향'으로 치닫고 만다. 이렇게 되면, '보신탕'에 대한 논쟁은 소모적인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 복날이 올 때마다 계속되는 것이 참 안타깝기만 하다.


'개'를 집에서 기르고 있는(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에겐 '개를 먹는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이미 그들에게 '개'는 '동물'이 아니라 '가족'일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개는 가족처럼 키우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개고기에 거부감이 드는 것이 사실"라는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되는 측면이 있다.


다 만, 이런 식의 논리 전개는 반드시 커다란 벽을 만나기 마련이다. 모든 사람이 개를 '기르지(함께 살지)'않는다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개는 단지 '먹을 수 있는' 동물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어떤 사람에게는 '닭'이 '가족'일 수 있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돼지'가, '소'가 그럴 수 있다. 만약 '닭'을 가족이라고 여기는 누군가가 당신이 '닭'을 먹는다고 해서 '야만인' 취급한다면 어떨까?


물 론 당신은 일반적이지 않다고 대답할 것이다. 애석하게도 그 '일반적'이라는 말에는 이미 '다수의 폭력'이 내포되어 있다. '닭'을 가족으로 여기는 사람이 '개'를 가족으로 여기는 사람보다 훨씬 더 많다고 해서, 그것이 소수의 사람들을 무시할 수 있는 근거가 되지 않는다.



- 매년 6월 중국 위린시에서는 '리지 개고기 축제'가 개최되고, 동물보호단체는 이에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벌인다 -


물론 이런 식의 지엽적인 논쟁을 계속할 생각은 없다. 결국 이 문제는 '취향'으로 귀결되기 마련이다. 당신이 '개'를 먹을 수 없는 존재로 여긴다면 그리고 그 생각이 존중받기를 원한다면, 다른 사람이 '개'를 음식으로 여길 '취향'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 · 닭고기 먹듯 취향일 뿐인데, 죄책감 들게 하는 것 불쾌하다"는 불만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이야기 아닌가?


개를 먹어선 안 된다는 주장이 합당한 이유와 근거 없이 그저 '감정에만 호소'하는 데 그치기 때문에, 이 논란은 매번 '취향'이라는 벽에 부딪친 채 표류하고 만다. 결국 논의의 방향을 틀지 못하면, 이 지루한 논쟁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그 역할을 맡아야 할 정부는 멀찌감치 물러서서 뒷짐만 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도 10년이 넘게 '논의'만 하고 있다. 언론도 별반 다르지 않다. '논쟁'을 보도만 할 뿐, 그 방향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논쟁 그 자체'인지도 모르겠다.



'지금' 우리가 '개고기를 먹어선 안 되는 이유'는 '개는 우리의 가족'이기 때문이 아니다. 바로 '비인도적 사육'과 '비위생적 도축'이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개는 축산물로 분류되지 않는다. 따라서 도축 기준을 적용할 수 없고, 그렇다보니 비위생적인 시설에서 개는 함부로 도축되고 있다. 이것이 '개'가 닭이나 소, 돼지와 다른 결정적 차이다.


그 렇다면 개 도축을 '합법화'시키면 되는 것 아닐까? 물론 그렇게 하면 문제는 간단히 해결된다. 합법적으로 도축된 개를 정상적은 유통 과정을 거쳐서 먹을 수 있게 되니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개 도축 합법화'는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개는 집단 사육 체제에 알맞지 않은 동물이기 때문이다. 개는 무리 생활을 하는 늑대에서 유래됐기 때문에 무리 안에 위계 질서가 존재한다. 당연히 좁은 우리 안에서 '사육'하게 되면 그 즉시 권력을 둘러싼 피비린내 나는 싸움이 시작될 것이다.


또, 개는 무리 안에서 사회적 관계를 맺기 때문에, 무리에 가해진 공격에 적극적으로 대처한다. 쉽게 말해서 사람을 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다른 동물들에 비해 도축이 매우 어려운 조건이다. 도축 과정에서 제압을 하기 위해 상당한 물리력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부상의 위험성도 간과할 수 없다. 역시 집단 사육 체제에 알맞지 않는 동물이다.



개 도축을 합법화시킨다고 해도 '집단 사육'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 이후에도 개는 비인도적인 방식으로 사육되고, 여전히 비위생적인 방식으로 유통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규정에 맞는 사육 · 도축 시설을 갖추는 데 드는 비용이나 수고를 감당할 개 농장주가 있을 것 같지도 않다. 지금처럼 쓰레기와 가축 내장이 방치되어 있는 더럽고 구역질나는 공간에서 개는 무분별하게 죽어나갈 것이다.


우병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사는 "새로운 종을 축산업에 추가시키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예측이 불가능하다. 1900년대 이후 안 먹던 동물을 주된 축종으로 포함시킨 사례는 전세계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이 부담은 정부가 질 수밖에 없고, 당연히 세금으로 충당되게 될 것이다. 설령 개고기를 먹는 사람이라고 해도 이것에 동의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 러한 이해관계가 맞물려서 정부도 '논란'을 방기한 채 10년 이상을 끌어오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이미 '개고기 소비량'은 줄어들고 있다. 사회적 인식이 조금씩 바껴가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일 것이다. 정부도 이런 흐름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저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는 것이리라. 사양 산업에 접어든 만큼 앞으로 논란의 진폭은 더욱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필 자는 개고기 식용에 반대하는 (일부의) 사람들이 지금의 편협한 논리를 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는 우리의 가족'이기 때문이라는 '감정적 이유'는 '개는 동물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결코 설득할 수 없다. 내가 특정한 동물 종을 친근하게 여긴다고 해서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야만인' 취급하는 것은 매우 무례한 태도이다. 또, 이는 타인의 (식생활에 대한) 취향에 함부로 간섭하는 일이기도 하다.


뫼 비우스의 띠와 같이 소모적이고 무의미한 논쟁을 계속하기보다는 식용으로 사용되는 개가 비합법적 · 비위생적으로 사육 · 도축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다른 식용 동물들에 비해 훨씬 더 비인도적인 방식으로 식탁에 오르고 있다는 점이야말로 개고개를 먹지 말아야 할 이유일 것이다. 그럼 합법화시키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에게는 개는 집단 사육에 적합하지 않은 동물이라는 점을 설명하기로 하자.


개 고기를 먹는 사람들은 지금도 줄어들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감소할 것이다. 언젠가는 아주 극소수의 사람만이 찾게 되는 날이 올 것이다. 만약 당신이 그 날을 앞당기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논쟁 쪽으로 방향을 틀면 될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취향'은 공격의 포인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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