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박희태 성추행, 더 이상 의혹이 아니다

너의길을가라 2014. 9. 15.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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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태 성추행 의혹?' 그동안 언론은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여성 경기진행요원(캐디, 23세)을 성추행 했다는 뉴스를 보도하면서 다소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의혹'이 아니라 '박희태 성추행'이라고 단정적으로 보도를 해도 무방할 것 같다. 그 이유는 박희태 전 국회의장 스스로 '성추행' 사실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의 워딩을 직접 확인해보자.



"손가락 끝으로 가슴 한 번 툭 찔렀다는 이런 이야기다. 그것을 이제 만졌다 이렇게 표현을…. 다른 데는 내가 등허리를 쳤다 팔뚝을 만졌다 이런 건 큰 문제가 없지 않나 싶고"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 자신이 '손가락 끝으로 가슴 한 번 툭 찔렀다'고 밝혔다. 물론 '찔렀다'는 표현은 박 전 국회의장의 일방적 진술에 불과하다. 어쨌거나 그가 주장하고 있는 것은 자신이 성추행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다. 가슴을 한 번 툭 찔렀을 뿐인데, 이것을 '만졌다'고 표현하는 것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그가 '성추행에 해당하는 행위(언어적 행동까지 포함)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면, 그것은 분명 '성추행 의혹'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박 전 국회의장은 분명 신체적 접촉이 있었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제 그의 '성추행(에 해당하는 행위)의 범위'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법적 · 사회적 기준에 따라 판단하면 될 일이다.



게다가 그는 가슴뿐만 아니라 '등허리'를 비롯해서 '팔뚝'까지 만졌다고 스스로 털어놓았다. 놀랍게도 그는 '이런 건 큰 문제가 없지 않나 싶고'라며 아무렇지도 않게 둘러댔다. 당연히 '등허리'와 '팔뚝'을 만진 것도 명백한 성추행이다.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신체 접촉은 성추행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박 전 의장을 포함한 남자 2명과 여자 2명이 라운딩을 했고 9번째 홀에서 캐디 A씨가 신체 접촉이 심하다는 내용의 무전 연락을 한 뒤 교체를 요청해 곧바로 다른 캐디로 바꿨다" (해당 골프장 관계자)


박 전 국회의장의 '고백'과 해당 골프장 관계자의 발언 등을 토대로 상황을 짐작해보자면, 먼저 '등허리'와 '팔뚝' 등에 신체적 접촉이 계속적으로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여성 캐디는 여기까지는 어떻게든 참아보려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신체적 접촉이 '가슴'에까지 이르자 도저히 모멸감을 견디지 못하고, 골프장 관계자 측에 무전 연락을 취했을 것이다.


성추행 사실에 대한 박 전 국회의장의 '자각'은 어느 수준일까? 그의 해명은 "손녀 같아서 귀엽다는 표시는 했지만 정도를 넘지 않았다"는 것인데, 이런 얼토당토 않은 해명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정도를 넘지 않았다'는 것은 그의 기준인 셈이고, 그에겐 이러한 행동들이 '익숙한' 짓이었단 말일까? 아무래도 박 전 국회의장은 성추행을 매우 좁게 해석하고 있는 것 같다. 마치 법원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판결을 내리면서 선거운동을 지나치게 좁게 해석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 <오마이뉴스>에서 발췌 -


박 전 국회의장에 대한 비난과 손가락질은 당연한 일이지만, 한걸음 더 나아가서 대한민국 사회 내의 만연한 성추행에 대해서도 한 번쯤 짚어볼 필요가 있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의 조사(직장인 1,311명 대상)에 따르면, 27.3%가 직장생활 중 성희롱, 성추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범위를 여성(56.4%)으로 한정하면 절반 이상이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는 셈이다. 참고로 남성은 8.8% 였다.


성 희롱의 가해자는 직장상사인 경우가 72.3%에 달했고, 60.3%가 '그냥 참고 넘어간다'고 대답했다. 그 이유로는 '어차피 해결되지 않을 것 같아서'가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는 '관계가 껄끄러워질 것 같아서'와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가 뒤를 이었다. 과거에 비해서는 성희롱과 성추행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어 가고 있지만, 여전히 대한민국 사회는 가해자에게 훨씬 더 관대하고 유리하다.


또, 정치인이나 고위 공직자의 나쁜 짓에는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지만, 현실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상적 성희롱'에 대해서는 무감각하거나 무관심한 경우가 많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같잖은 변명처럼 '정도를 넘지 않았다'는 변명을 하곤 한다. '이 정도 가지고 뭘 그래? 이게 무슨 성희롱이야?'는 반응을 흔히 볼 수 있다. 'X 싼 놈이 성낸다'고, 가해자가 되려 역성을 내는 경우도 많다.



지난 2012년 4월, 고승덕 전 의원의 '공천 돈 봉투' 폭로로 인해 밝혀지게 된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의 공천 비리의 중심에도 바로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있었다. 당시 그는 "전혀 그런 일 없다. 나는 돈을 만져보지도 않았다. (돈봉투 문제를) 나는 언론보도를 통해서 처음 알았다"면서 잡아땠지만, 결국 범죄 사실이 인정돼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이러한 전력을 통해 볼 때, 그가 거짓말에 얼마나 능숙한 사람인지 알 수 있다.


이번 '성추행' 사건도 마찬가지다. 그의 해명과 고백을 통해 볼 때, 그는 분명히 신체접촉을 했으며 이는 분명한 성추행이다. 더 이상 '의혹'으로 묶어둘 수 없는 일이다. 두 말 할 것도 없이 박 전 국회의장은 당장 피해자와 국민에게 사죄하고, 새누리당은 적절한(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대한민국 여당(與黨)으로서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사람을 계속해서 이렇게 불러야 한다는 것도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의 '성추행' 사례를 통해서 대한민국 사회가 성희롱과 성추행에 대해 좀더 깊이 논의하고, 한층 더 성숙해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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