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극장

박스오피스 살펴보기, 진정한 승자는 <드라큘라>

너의길을가라 2014. 10. 9.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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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8일) 하루 동안의 박스오프스 순위다. 이번 주 개봉작인 <나의 사랑 나의 신부>가 85,767명을 동원하며 1위를 기록했고, 그 뒤를 <드라큘라: 전설의 시작>이 74,586명으로 바짝 따라붙었다. <제보자>와 <슬로우 비디오>는 순위가 다소 하락했다. 하지만 관객수 증감을 보면 두 영화가 전일에 비해 큰 차이가 없었던 것으로 볼 때 장기 흥행 체제로 넘어가는 분위기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첫날 터졌다..흥행 1위 등극 <TV 리포트>


박스오피스 1위의 영광을 안은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지난 1990년 이명세 감독이 연출하고 박중훈과 고(故) 최진실이 주연을 맡았던 동명 작품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리얼한 신혼부부의 이야기'라는 영화의 기본 골격은 그대로 유지한 채 사소한 설정 등만 바뀌었다. 재해석을 시도하는 발랄함보다는 세월의 흐름에 따른 사회의 변화만 나타날 뿐 사실상 복사판에 가깝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래서였을까?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개봉 전부터 마케팅의 포인트를 '최진실 향수'에 맞추는 선택을 했고, 그 선택의 효과는 제법 쏠쏠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도 '터졌다'와 같은 평가는 다소 오버스럽다는 인상을 준다. 물론 순위는 1위지만, 그 면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1위라고 자축하기엔 민망한 수준이다.


우선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스크린 수가 577개로 타(他) 영화들을 압도한다. 2위인 <드라큘라 : 전설의 시작>은 347개 수준에 그쳤다. 상영 횟수로 치면, 두 영화는 무려 1,051회나 차이가 난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1회 상영에 29.2명의 관객이 든 셈이고, <드라큘라 : 전설의 시작>은 39.5명의 관객이 찾은 셈이다. 특히 <드라큘라 : 전설의 시작>은 3위를 기록한 <제보자>보다 상영 횟수가 적었음에도 더 많은 관객을 끌어모았다.



이를 보더라도 '터졌다'고 평가할 수 있는 건 <나의 사랑 나의 신부>라기보다 오히려 <드라큘라 : 전설의 시작>인 것으로 보인다. 우선, 블록버스터가 사라진 가을 극장가에 나타난 대작이라는 것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듯 하다. 무엇보다 <다크 나이트>, <인셉션>의 제작진이 다시 뭉쳤다는 점이 엄청난 유혹으로 다가온다. 향후 박스오피스의 흐름을 전망하자면, 스크린 수와 상영 횟수에 비해 관객 응집력이 떨어지는 <나의 사랑 나의 신부>보다는 <드라큘라 : 전설의 시작>의 우세가 점쳐진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씨네그루㈜다우기술

<드라큘라 : 전설의 시작> UPI 코리아

<제보자> 메가박스㈜플러스엠

<애나벨>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슬로우 비디오> 20세기폭스 코리아

<맨홀> 롯데엔터테인먼트

<마담 뺑덕> CJ 엔터테인먼트

<메이즈 러너> 20세기폭스 코리아


참고로 한 가지 더 흥미로운 것은 최근 박스오피스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영화들의 배급사에 4대 배급사(CJ엔터테인먼트,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미디어플렉스, NEW)가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롯데엔터테인먼트가 선택한 공포 영화 <맨홀>의 경우, 생각보다 입소문이 좋지 않아 흥행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이고, <마당 뺑덕>을 고른 CJ 엔터테인먼트의 안목은 사실상 패착인 것으로 확인됐다.


여름 극장가를 '지배'했던 4대 배급사의 독과점이 사라지고  반갑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대박'이 터진 영화가 없다는 것은 아쉽기만 하다. 당장 눈에 띄는 '대박'의 개봉 소식이 없는 만큼 영화계의 비수기는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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