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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즐거운 김태호 PD의 세계관, 환불 원정대 다음은 뭘까?

너의길을가라 2020. 11. 9.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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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토르, 블랙 위도우, 호크아이, 헐크, 윈터 솔져, 블랙팬서.. 마블 유니버스(Marvel Universe)의 캐릭터들이 총출동했던 '어벤져스'는 상상할 수 없는 짜릿함을 선사했다. 각각의 스토리를 통해서 구축된 캐릭터들의 경계를 허물어 한 화면에 모아놓는 건 마블 영화 팬들의 꿈과 같은 일이었다. 하나의 큰 세계관으로 연결되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영화 제작사 마블 스튜디오를 보면서 느낀 것들이 있다. 각 영화를 연출하는 감독들이 있음에도 이 영화들이 모두 큰 하나의 세계관으로 연결된다. 제가 새 프로그램을 하게 된다면 특집마다 각자 연출하지만, 전체적으로 큰 틀을 함께 하는 그런 시스템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태호 PD)

이후 마블 스튜디오가 제시하는 다양하고 화끈한 쇼들을 보며 우리가 짜릿함에 취해 있을 때, 어떤 이는 발칙한 상상을 하고 있었다. 하나의 단단한 틀 안에서 구동되는 마블의 세계관을, 체계적으로 가동되는 마블 스튜디오의 제작 시스템을 예능에 접목할 수는 없을지 고민했던 것이다. 그 대범한 꿈을 꾼 사람이 바로 김태호 PD이다. 흥미로운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김태호 PD는 MBC <무한도전> 종영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새 프로그램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꿈꿔온 방식이 있"다고 넌지시 말했다. 그 방식이란 자신이 전체적인 세계관을 구상하고 틀을 잡아놓으면 그 이야기를 현장에서 후배들이 구체화해 나가는 시스템을 의미했다. 개별적이면서도 유기적인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포부였다. 휴식기를 가진 그는 <놀면 뭐하니?>로 돌아왔다.


물론 방송 초반에는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의욕적으로 여러 개의 코너를 준비하고 다수의 출연자를 투입했지만, 시청자의 반응은 다소 시큰둥했다. 이후 김태호 PD는 유재석 중심으로 판을 다시 짜기 시작했고, 그의 캐릭터를 확장하는 세계관을 제시했다. 유재석은 '유고스타', '유산슬', '유르페우스', '유디제이뽕디스파뤼', '라섹', '닭터유' 등 수많은 '부캐(부캐릭터)'로 활약했다.

 

 


방송가의 부캐 열풍을 이끌었던 <놀면 뭐하니?>는 한 발 더 나아갔다. 유재석과 함께 '부캐 놀이'를 함께할 이들을 소환한 것이다. 유재석 혼자했던 캐릭터 확장은 '린다G(이효리)'와 '비룡(비)'의 합류로 더욱 풍성해졌다. 그렇게 결성된 혼성그룹 '싹쓰리'는 대한민국 여름을 강타했다. 처음엔 어색해 했던 유재석도 '유두래곤'을 거치면서 부캐놀이에 완전히 적응한 모습을 보여줬다.

가요계의 어벤져스 '환불 원정대'는 화룡점정이었다. 만옥(엄정화), 천옥(이효리), 은비(제시), 실비(화사)를 모아 놓았다는 것만으로도 탄성을 자아냈지만, 그보다 놀라웠던 건 '모두'가 이 '부캐 놀이'를 함께 즐겼다는 사실이다. 지미유(유재석)는 물론이고 신박 기획의 매니저로 뽑힌 김지섭(김종민), 정봉원(정재형)도 마찬가지였다. 시청자들 역시 열렬히 호응하며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마블 유니버스처럼) 캐릭터가 새로운 프로젝트로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개별적인 프로젝트가 하나의 세계관 아래에서 조립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환불 원정대'는 린다G의 제안에서 비롯돼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또, 유재석은 '환불 원정대' 활동이 끝나도 신박기획은 계속 유지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이는 충분히 가능하다. 마찬가지로 '환불 원정대2'도 이뤄질 수 있다.

 

 


'환불 원정대'의 활동은 14일 방송을 끝으로 마무리 된다. 꼬리에 꼬리를 물었던 프로젝트가 일단락되는 셈이다. 그런만큼 다음 프로젝트가 굉장히 중요해졌다. 이미 시청자들은 김태호 PD의 의중을 이해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가 제시하는 놀이에 적극적으로 동조하고 있다. (긍정적인 의미에서) 뻔뻔해진 건 김태호 PD와 유재석만이 아니다. 다음 놀이에 대한 기대치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무한도전>을 마무리하는 자리에서 '마블 유니버스'를 언급하며 자신의 이상을 밝혔던 김태호 PD는 과연 어디까지 온 걸까. 그의 꿈은 얼마나 현실화 됐을까. 질문에 대한 답은 이미 나와 있다. <놀면 뭐하니?>를 향한 대중의 뜨거운 관심이 이를 증명한다. 또, 1회 4.6%에 불과했던 시청률은 최고 13.3%(57회)를 기록할 만큼 성장했고, 평균 시청률도 10% 초반대로 안정적이다.

김태호 PD의 도전은, 유튜브나 넷플릭스, 카카오TV 등 새로운 플랫폼이 아니라 가장 올드한 플랫폼에서 이뤄진 가장 혁신적인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더 놀랍기만 하다. 그건 아마도 자신이 정체성을 MBC에 한정하기보다 <놀면 뭐하니?>라는 콘텐츠에 두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플랫폼보다 중요한 건 역시 콘텐츠이고, 김태호 PD는 캐릭터의 확장을 통해 자신의 야심을 구체화하고 있다.

조만간 <놀면 뭐하니?>에서 구축된 캐릭터와 프로젝트가 하나의 또 다른 예능 프로그램으로 분리되는 일도 가능하지 않을까. 김태호 PD가 꿈꿨던 마블 유니버스 시스템이 언제쯤 현실화될지 즐겁게 지켜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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