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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맛 보게 할 거야" '수미네 반찬' 김수미의 결심이 만든 감동

너의길을가라 2019. 2. 7.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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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꼽을 잡고 깔깔대며 웃는 것도, 삶의 여유와 안락함을 즐기는 것도, 피똥싸며 생고생을 하는 것도 방송의 한 방편이다. 어떤 얼굴을 하고 나타나더라도 거기엔 반드시 '노고'가 뒤따른다. 심지어 방송이라는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이제는 한심스러워 보이는 예능조차도 애쓰지 않고 만들어질 리 없다. 아무리 고까워 보여도 실상은 그러하다. 웃는 게 웃는 게 아니고, 즐기는 게 즐기는 게 아닐 수 있다.

그러나 간혹 논쟁(?)의 여지 없이 '정말 고생했다'는 미안함을 전하고 싶은 방송이 있다. '정말 고맙다'는 감사의 인사를 가슴팍에 안기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다. 한눈에 보기에도 고생이 철철 넘쳐서, 사람을 향한 마음씀씀이가 참 예뻐서. 그 고생의 과실과 마음씀씀이의 혜택을 내가 받은 것도 아닌데,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는 그저 고맙고 또 고맙다. tvN <수미네 반찬>이 바로 그런 프로그램이다.

기억이 날 것이다. 지난해 추석, <수미네 반찬>은 반찬 꾸러미를 잔뜩 싣고서 바다 건너 일본으로 건너갔다. 그리고 거리 한복판에 '수미네 반찬가게'를 열었다. 고국을 떠나 살고 있는 재일교포들에게 '고향의 맛'을 전달했고, 여러가지 이유로 그곳에 머무르고 있는 한국인들에게 '엄마(혹은 할머니)의 맛'을 상기시켜 주었다. 음식이 주는 위로와 힐링이 얼마나 따뜻한 것인지 제대로 보여줬단 특집이었다.


<수미네 반찬>이 이번에는 괌을 찾았다. 설 명절을 맞아 '한식 뷔페'를 차리기로 한 것이다. 김수미는 아귀찜, 묵은지청국장, 두부묵은지지짐, 시래기 꽁치조림, 우렁된장찌개, 닭볶음탕, 묵은지목살찜 등 생각만 하도 군침이 흐르는 7가지 메인 메뉴을 준비했다. 여기에 더해 16가지의 종류의 뷔페용 반찬도 마련했다. 최현석 셰프와 여경래 셰프가 준비할 메뉴가 너무 많다며 점심과 저녁으로 분산시키자고 제안했지만, 김수미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거 다 먹게끔 할 거야. 모두 맛 보게 할 거야."

역시 김수미였다. 어찌보면 무리일 수도 있었고, 욕심이라 비춰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김수미에게는 자신의 몸이 고된 것보다 고국을 떠나있는 사람들에게 음식 하나라도 더 맛 보게 하는 게 훨씬 더 중요했다. 그가 누구인가. 지난 2003년 태풍 매미로 인한 수해 현장, 한 할머니의 '라면 그만 보내고 김치 좀 보내달라'의 요청이 담긴 뉴스를 보다말고, '내일 홈쇼핑 취소하고 김치를 트럭에 실으라'고 했던 전설의 주인공 아닌가.

결국 제자들은 '위대한 스승' 김수미의 뜻을 따르기로 했다. 셰프들은 쉴 틈도 없이 음식을 만드는 데 매진했다. 물론 위기도 있었다. 기상 악화로 인해 한국에서 보낸 식자재가 도착하지 않아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그럼에도 당황하지 않고, 현지에서 조달할 수 있는 식재료 위주로 음식을 준비하며 시간을 절약했다. 재료를 손질하는 도중에 이원일 세프와 AOA 멤버 지민이 합류했고, 오픈 당일에는 오세득 셰프까지 합류해 완전체를 이뤘다.


우여곡절 끝에 23가지 음식이 모두 완성됐고, 괌 주민들은 '한국의 맛'을 만끽하며 행복에 잠길 수 있었다. 어디서도 맛볼 수 있었던, 너무도 그리워 사무쳤던 고국의 맛을 즐긴 교민들은 '친정에 온 것 같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남은 반찬을 듬뿍 싸가는 건 덤이었다. 입덧이 심해 고생을 하고 있다는 여성은 '옛날 할머니 밥 생각이 난다"면서 "뱃속 아기한테 엄마 노릇 한 거 같아요"라고 감동을 전하기도 했다.

숨가빴던 점심 시간이 지나고, 부족한 음식을 채워넣자 곧 저녁 시간이 다가왔다. 6.25 참전용사와 가족분들이 식당을 찾았고, 김수미는 그들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우리나라를 위해 그렇게 애써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건내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고령의 참전용사는 “한국은 저에게 최고예요. 한국이 정말 좋아요”라고 화답했다. 그렇게 첫날에만 총 270명의 손님이 다녀갔다. 선대하고 훌륭한 대접이었다.


물론 <수미네 반찬>은 방송이다. 김수미와 셰프들, 장동민과 지민 등은 '방송'이라는 틀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한 것이다. 그러나 단지 그것뿐이었을까? 산더미처럼 쌓인 식재료를 손질하고, 그 뜨거운 웍의 열기를 견딜 수 있게 만들었던 건 '방송'이 아니라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들의 마음을 움직임 건 음식을 통해 누군가에게 사랑과 감동을 전할 수 있다는 믿음이었다. 이번에도 <수미네 반찬>이 해냈다. 그들에게 찬사를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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