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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면 싸우는 푸들과 레트리버, 강형욱은 반나절에 해결했다

너의길을가라 2021. 11. 9.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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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들과 래브라도 레트리버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생김새와 크기는 다르지만, 두 견종은 모두 조렵견 출신이다. 사냥감을 가져오는 역할을 했던 푸들과 레트리버는 무는 힘을 조절할 수 있다. 사냥감을 상처내지 않고 가져와야 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 공통점은 성품이다. 푸들과 렡리버는 보호자의 말을 잘 알아듣고 공감 능력이 뛰어나기로 유명하다. 최고의 견종이라 해도 무방하다.

지난 8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에는 펜션을 운영하고 있는 보호자 가족이 고민을 갖고 찾아왔다. 그들은 파양을 겪은 푸들 행복이(수컷, 4~5살 추정), 래브라도 레트리버 만복이(수컷, 2살)와 함께 살고 있었다. 보호자들은 과거 부주의로 인한 안타까운 사고로 반려견을 두 차례나 잃은 경험을 갖고 있었다. 그 때문에 지금의 반려견들에게 큰 애착을 품고 있었다.  

행복이와 만복이에게는 어떤 문제가 있는 걸까. 우선, 행복이의 경우 처음 보는 사람에게 유독 짖음이 심했다. 한번 짖으면 쉽사리 멈추지 않았고, 점프까지 하면서 달려드니 외부인을 맞이하기 어려웠다. 펜션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나쁜 이미지로 각인될 수 있었기에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입질이 심해 보호자들도 행복이에게 여러 차례 물린 경험이 있었다.

만복이는 행복이를 공격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였다. 그런 상황은 주로 엄마 보호자가 행복이를 안고 있을 때 벌어졌다. 엄마 보호자가 만복이에게 관심을 표현하자 위협적인 태도를 보였고, 그러자 만복이도 가차없이 행복이를 공격했다. 다툼은 매일같이 벌어졌고, 하루도 평화로운 날이 없었다.  결국 보호자들은 최후의 수단으로 분리해서 키우는 방법을 선택했다.

"개들은 정착이라는 걸 해요. 정착을 하는 순간 '나는 이 가족을 위해 무엇을 할까?'라는 고민을 해요. 자기가 할 수 있는 건 3만 년 동안 사람 주변에 뭔가 오면 짖고 경계하는 거예요. 본능이에요. 개들은 자연스럽게 정착한 곳에 울타리가 쳐져 있으면 울타리 바깥에 대한 경계심을 가질 수밖에 없어요." (강형욱)


보호자를 만난 강형욱은 개들의 '본능'에 대한 이야기로 상담을 시작했다. 행복이가 짖고 만복이가 경계를 하는 건 문제적 행동이라기보다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지금 살고 있는 공간에 정착한 행복이와 만복이는 울타리 바깥에 대한 경계심을 갖게 됐다. 가족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강형욱은 지금의 구조가 자연스럽게 짖고 경계할 수박에 없는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자기 구역을 지키겠다는 행동을 마냥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경규는 로비에 개를 두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개들의 본능에 대한 이해를 전제한 상태에서 행복이와 만복이의 관계에 대해 살펴보기로 했다. 그에 앞서 강형욱은 엄마 보호자에게 왜 행복이를 자꾸 안고 있냐고 물었다. 파양된 경험 때문에 더 안쓰럽기 때문일까. 하지만 그 과한 애정이 문제의 원인인 듯했다.

강형욱은 엄마 보호자에게 행복이를 내려놓도록 햇다. 행복이는 파양으로 인한 트라우마 때문에 과도한 애착을 원했고, 엄마 보호자에게 안기는 순간 큰 힘이 생겼다고 착각했다. 그동안 엄마 보호자는 행복이의 든든한 뒷배가 돼주었다. 강형욱은 이것이 폐쇄적 성향을 지닌 개들의 특성이라고 설명했다. 좋은 엄마의 역할만 보여주다 보니 행복이는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경험할 기회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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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만복이가 등장할 차례였다. 다행히 만복이와 행복이의 관계가 틀어진 건 아닌 듯보였다. 강형욱은 보호자들의 생각과 달리 만복이가 이곳의 왕이고 행복이는 아무 것도 못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행복이가 엄마 보호자에게 안기기만 하면 문제가 된다고 봤다. 강형욱은 문제 상황을 줄이기 위해 켄넬 사용을 추천했다. 그리되면 보호자들의 외출도 좀더 자유로울 거라 덧붙였다.

그런데 갑자기 행복이가 경계 모드로 변했다. 카메라 감독을 향해 달려드는 게 아닌가. 그때 만복이가 달려가 행복이를 제지했다. 엄마 보호자가 해야 할 블로킹을 만복이가 대신하고 있었던 것이다. 보호자들이 싸움이라 생각했던 충돌은 리더가 부재한 집에서 장남 역할에 충실했던 만복이의 통제였던 셈이다. 강형욱은 그 역할을 보호자들이 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규칙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강형욱은 '선 넘지 않기' 훈련을 실시했다. 바닥에 목줄을 길게 늘어뜨려 선을 만들어 놓은 후, 행복이와 만복이가 선을 넘지 않으면 간식을 줬다. 또, 선 바깥에서는 애정을 주되 선 안쪽에서는 블로킹을 통해 넘어오지 못하도록 했다. 그동안 전무했던 규칙을 인지시켜 나갔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했던 만복이는 곧 선을 넘지 않고 기다리는 데 성공했다. 훈련 성과가 좋았다.


다음은 산책 훈련으로 이어졌다. 밖에 나가기만 하면 서로 싸우기 바빴던 행복이와 만복이의 관계는 나아질 수 있을까. 실제로 집 밖으로 나가자마자 둘의 신경전이 벌어졌다. 강형욱은 시비 자체를 못 걸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목줄을 통해 통제에 나섰다. 자신의 마음대로 되지 않자 훈련을 거부하고 구석으로 이동한 행복이와 달리 만복이는 금세 훈련에 익숙해졌다.

강형욱은 행복이의 태도가 엄마 보호자의 과한 애정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계속 달래주었기에 더욱 제멋대로 행복했던 것이다. 엄마 보호자는 행복이의 목줄이 꼬이자 풀어주려고 달려갔는데, 강형욱은 스스로 풀 수 있게 두라고 제지했다. 하나하나 다 해주다보면 응석받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행복이와 만복이는 각자 자신의 산책에 집중했다.

불과 반나절만에 행복이와 만복이의 문제 행동이 교정됐다. 보호자들은 마술처럼 변해서 놀라웠다는 소감을 밝혔다. 사실 반나절 동안 바뀐 건 (반려견을 대하는) 보호자들의 태도라고 봐야 할 것이다. 과한 애정을 줄이고 리더로서 규칙을 제시하는 것만으로도 행복이와 만복이는 확 달라졌다.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를 위해 보호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 한번 절실히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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