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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밥만 던지고 끝난 <보이스2>, 시즌3가 마냥 기쁘지 않다

너의길을가라 2018. 9. 17.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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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다한 이야기는 보이스 시즌3 <공범들의 도시>에서 계속됩니다.'


이 찜찜함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것을 의도했다면 대성공이다. 시즌3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걸 모르지 않지만, 이런 식의 과격한(?) 엔딩은 시청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충격적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개연성에 큰 빈틈을 남겼다는 점이 아쉽다. 치밀한 구성이 생명인 범죄수사물 장르인 만큼 뭔가 서둘러 마무리하는 듯한 인상을 준 건 치명적이라 할 수 있다. 


도강우(이진욱)가 방제수(권율)를 '홀로' 쫓아가 혈투를 벌이는 사이 남다른 청력의 소유자인 강권주(이하나)는 "갇혀서 나갈 수 없어요."라는 아이의 음성을 듣는다. 그리고 '홀로' 고시원으로 달려간다. 도대체 경찰들은 왜 이리도 단독으로 움직이는 걸 좋아하는 걸까? tvN <라이브>를 통해 2인 1조가 원칙이라는 걸 선행학습했던 시청자들로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다. 워낙 급박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가기로 하자. 


소리가 나는 곳으로 허겁지겁 달려갔지만, 강권주가 도착한 곳에 아이는 없었다. 대신 아이의 목소리를 녹음한 녹음기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방제수가 쳐 놓은 '얕은' 함정이었다. "아무 것도 건드리지 마!" 위험을 감지한 도강우가 다급히 무전기에 대고 외쳐보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강권주가 녹음기를 집어들었고, 그에 맞춰 폭탄 장치가 작동하기 시작한다. 강권주의 생사는 확인되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의아하다. 아주 멀리 떨어진 곳의 소리까지 정확히 감지하고, 세밀히 분석할 수 있는 강권주가 아닌가. 그의 뛰어난 능력은 여러 사건들을 해결하면서 이미 증명됐다. 그런데 그가 녹음기를 통해 흘러나온 소리, 다시 말해 '기계음'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역시 워낙 급박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라고 이해할 수밖에 없다. 뒷맛이 씁쓸하지만 어쩔 수 없다.


오히려 더 이상한 쪽은 방제수다. 그는 마치 신(神)에 가까운 지능과 위력을 지닌 캐릭터였다. 사람들의 분노를 마음대로 조종했고, 이를 통해 혐오범죄를 조장했다. 수많은 조력자를 둔 덕분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쉽게 성취할 수 있었다. (과할 정도로) 온갖 곳에 설치된 도청 장치는 그의 완벽한 귀가 됐다. 무엇보다 방제수는 치밀했다. 매사에 신중했고 철저했다. 그런 그가 마지막에 벌인 행동들은 쉽사리 이해되지 않는다.



'녹음기 사건'은 워낙 충격적이라 계속 언급할 수밖에 없다. 이해를 바란다. 정말 방제수는 강권주가 속을 거라 100% 확신했을까? 녹음기 소리를 알아채고 낚이지 않을 가능성에 대해선 고민하지 않았을까? 역시 방제수라면 그런 얕은 수가 들통날 수 있다는 생각에 좀더 확실한 함정을 만들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드라마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것처럼, 방제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이코패스니까 말이다.


결국 남은 건 '강권주는 살아 남았을까?'라는 의문이다. 그 외에도 '과거의 기억을 떠올린 도강우(=코우스케)가 악으로 변했는가?', '모든 일을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일본인의 정체는 무엇인가?'라는 궁금증도 있지만, 역시 주인공이 교체될지 여부가 가장 핵심적인 논점으로 남았다. 이건 좋지 않다. <보이스2>가 그동안 했던 이야기들(가령, '혐오범죄'에 대한 심층적인 접근)이 가려질 우려가 농후하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시즌3를 염두에 두고 기획됐고, 그래서 16부작이 아니라 12부작으로 출발했다. 압축적인 이야기 전개를 통해 화력을 쏟아붓고, 시즌3로 곧바로 넘어가겠다는 의도였다. 계획은 성공적이었다. 마지막회 시청률은 7.086%(유료플랫폼 전국 기준)까지 치솟았다. OCN 역대 최고 시청률를 기록할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시즌제의 정착이라는 큰 수확도 거뒀다. 이처럼 <보이스>는 대한민국 드라마 제작에 있어 큰 화두를 던졌다. 


외면적 성공과 달리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아쉬움이 남는 건 사실이다. 시즌3로 넘어가는 데 필요한 화제성은 확보했지만, 뿌려놓은 떡밥을 회수하지 않은 채 끝을 내버린 탓에 시즌2의 이야기가 시즌3를 위한 '과정'에 그쳤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중반 이후 '도강우 대 방제수'의 구도로 극을 몰아간 것까진 이해하더라도, 가장 핵심적인 주인공의 생사를 걸어버렸으니 시청자들로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무진혁(장혁)은 도강우(이진욱)가, 모태구(김재욱)은 방제수(권율)가 대신할 수 있었지만, 강권주는 누가, 어떻게 대체할 수 있을까? <보이스>를 향한 이하나의 열의나, 드라마의 정체성을 생각할 때 강권주의 죽음은 쉬이 상상하기 어렵다. 시즌3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풀어놓겠다고 선언을 했으니, 과연 이러한 떡밥들이 어떻게 정리될지 지켜보도록 하자. 다만, 시즌3를 마냥 기뻐할 마음은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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