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땅콩 회항으로 불거진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제왕적 경영

너의길을가라 2014. 12. 10.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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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의 '제왕적 경영'이 도마 위에 올랐다. 조현아 부사장의 '땅콩 회항'으로 표출되기 시작한 대한항공의 '민낯'이 '조현아 변명문'에 가까운 '사과문'으로 더욱 또렷해졌고, 대한항공 측의 뒤이은 '어이 없는' 조치들로 분명하게 확인됐다. '대한'항공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은 어처구니 없는 모습이었고, 참으로 부끄러운 기업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 대한항공 제공


지난 10월, 대한항공이 객실승무원들에게 '유니폼 착용 시 국내외 면세점 출입금지 및 공공장소 예절 준수'라는 특별 지시 사항을 전달했다는 뉴스가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었다. 특별 지시 사항에는 '공항 전 구역, 버스, 엘리베이터, 기타 공공장소에서 언행을 주의하라'는 지시와 함께 유니폼을 착용한 상태에서 해서는 안 되는(?) 행동들이 구체적으로 나열되어 있었다.


가령, 국내외 면세점과 공항 내 쇼핑몰이나 상점에 출입이 금지됐다. 공공장소에서 이동 중 전화 사용 금지,  커피 등 음료수를 들고 다니며 마시는 행위도 허용되지 않았다. 또, 차량 운행이 많은 지역에서 이동 중 전화, 문자, 인터넷 사용 등을 금지하는 것이었다. 대한항공 측은 "유니폼을 입은 상태에서는 회사를 대표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글로벌 명품항공사 직원으로서의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인권침해적 요소가 매우 다분한 지시였다.



당시 여론의 반응은 대한항공의 비인권적 조치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었다. 오히려 승무원의 인간적인 모습들에 호감을 가지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 한 누리꾼은 '유니폼을 입고 인터넷을 하는 게 회사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일이냐'고 되물으면서 '회사의 발전을 원한다면 이런 사람부터 정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탁원한 '선견지명(先見之明)'이 아닐 수 없다.


이 소식을 접한 대한항공의 한 승무원은 "신입사원 연수나 직원 교육 때 유니폼 입었을 때 몸가짐을 바로 하라는 수준의 언급은 있지만 이번에는 그 이상"이라면서 "사규에 따라 의무적으로 유니폼 입고 출퇴근을 해야 하는데 유니폼을 입었다는 이유로 전화통화, 인터넷 이용, 쇼핑까지 하지 못하게 하면 도대체 뭘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실제로 대한항공의 이러한 조치는 헌법 10조의 행복추구권을 제한하는 것이었다. 법무법인 해우의 박형수 변호사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지는 국가(고용노동부 등)가 나서 이를 시정하라고 요구해야 한다"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이때쯤 눈치를 챘어야 했던 건 아닐까? 대한항공이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땅콩 회항' 이후 비행기에서 하기(下機) 당한 경력 18년 차 사무장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병가를 신청했다. 대한항공 홍보실 관계자에 따르면, "심한 스트레스로 4주간 정신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한편, 해당 사무장이 비행정지 처분을 받았다는 관계자의 증언도 있었다. 물론 대한항공 측은 그런 처분을 내린 적이 없다고 반박했지만, 분명한 것은 사무장이 이번 사건으로 인해 현재 비행을 하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프랑스 AFP통신과 영국 BBC 등 외신들도 '땅콩 회항'을 비판적으로 다루기 시작하자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은 조현아 부사장의 사의를 수용하고, 사과를 하고 나섰다. 외부적으로는 머리를 숙였지만, 뒤로는 이번 사건의 유출자를 색출(索出)하기 위해 8일과 9일 이틀동안 승무원들의 휴대전화 메신저(카카오톡)를 검열하는충격적인 작태를 벌였다. 있을 수 없는 일, 명백한 인권 침해다.


한편, 조현아 부사장은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면서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대한항공의 모든 보직에서 물어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역시 겉다르고 속다른 행동이었다. 조 부사장은 대한항공에서 맡고 있는 객실사업본부 등 3개의 보직만 사퇴했고, 대한항공 부사장 직급과 등기이사, 한진관광 등 계열사 대표이사직은 그대로 유지했다. 결국 언제든 다시 경영에 복귀하겠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이른바 '무늬만 사퇴'라고나 할까?



이른바 '땅콩 회항'으로 불거진 '대한항공의 제왕적 경영' 문제는 앞으로 대한항공의 미래를 결정할 만큼 중차대한 문제로 다가왔다. <한겨레>와 인터뷰한 대한항공의 한 직원은 "조 회장 일가가 비행기에 탑승하는 날에는 승무원들이 몇 시간 전에 도착해 있어야 하고, 심지어 유니폼 색깔까지 지시에 맞춘다"고 밝혔다. 오너(owner) 일가가 보여준 제왕적 태도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하게 한다.


대한항공의 기업 이미지는 한 순간에 바닥으로 추락했다. 슈퍼 갑(甲)의 횡포에 힘없는 을(乙)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연대'밖에 더 있겠는가? 권력과 힘을 앞세워 을에게 온갖 악행을 일삼아 왔던 갑에게 을들은 이미 본때를 보여주고 있다. 대한항공이 아직도 어설프게 이 사태를 무마하려고 생각하고 있다면 큰 착각이다. 두 눈을 부릅뜬 채로 대한항공 오너 일가를 응시하고 있는 을들의 정의로운 시선은 '진정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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