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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점령한 SM 아이돌, 시청자는 연기가 고프다

너의길을가라 2014. 9. 19.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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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화드라마 <야경꾼일지> '동방신기' 유노윤호(무설 역)

수목드라마 <내 생애 봄날> '소녀시대' 수영(이봄이 역)

수목드라마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 '에프엑스' 크리스탈(윤세나 역)


'동방신기'와 '소녀시대', '에프엑스'는 모두 SM에 소속된 아이돌 그룹이다. 이쯤되면 좀 지나치다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언론에서는 'SM의 독점'에 대한 우려를 보도하고 있다. 특히 수목의 경우에는 지상파 드라마 3편 중 2편에 SM 소속 가수들이 (그것도 모두) 주연 배우로 출연하고 있다. 연기자들의 제대로 된 연기가 '고픈'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는 화가 날 법도 하다.



사실 아이돌 가수의 드라마 출연은 이제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아니, 아이돌 가수가 출연하지 않는 드라마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해외 판권 수출, 다시 말해서 '돈' 때문이다. 수십 억, 많게는 백 억을 넘어가는 드라마 제작비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국내 시장만으로는 어림 없다. 결국 해외 시장에서 먹힐 수 있는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아이돌 가수의 필요성은 절실할 수밖에 없다.


어차피 드라마를 제작하는 것은 '모험'이다. 그것도 리스크가 매우 큰 모험이다. 따라서 '보험'을 들어두는 것은 당연한 선택일지 모른다. 설령 시청률 쪽박을 차더라도 해외 판권 판매를 통해 수익을 거둬들이면 손해를 보지 않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이런 사정을 이해하고 나면, 아이돌 가수의 드라마 출연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너무 지나치다는 것이다. 질적으로도 그렇고, 양적으로도 그러하다. 연기에 대한 준비가 거의 되어 있지 않은 아이돌 가수가 '주연'으로 출연하는 드라마를 인내심 있게 지켜볼 시청자는 그리 많지 않다. 물론 연기 경력이 많은 베테랑 배우들이 상대 배역으로 출연하거나 서포트 하는 역할로 나오면서, 최악의 연기를 상쇄시키는 고육지책을 쓰긴 하지만 상황은 그다지 달라지지 않는다.



드라마 제작 현실도 반영하면서 시청자들도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분명히 해법은 있다. 가령, 올해 초에 방영됐던 SBS <신의 선물-14일>은 이보영과 조승우를 주연 배우로 내세우면서 연기력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완벽히 충족시키는 한편 걸 그룹 '시크릿'의 한선화를 조연급인 제니 역에 출연시키면서 홍보에도 성공을 거뒀다. 


한선화의 경우 연기 경력은 짧지만, 극 중에서 캐릭터에 완벽히 몰입해서 다양한 감정 연기를 보여주었다. 그가 맡은 제니 역은 비중이 다소 적은 감초 역할이었지만, 자신의 몫을 충분히 해내 시청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아이돌 가수에서 연기자로 성공적인 안착을 한 한선화의 다음 행보가 주목을 끄는 것은 당연했고, 현재 그는 tvN <연애 말고 결혼>에서 강세아 역을 맡아 연기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또, 최근에 막을 내린 SBS <괜찮아, 사랑이야>는 노희경 작가의 극본과 김규태 감독의 연출에 조인성 · 공효진 두 주연 배우의 케미, 성동일 · 이광수 등 조연 배우들의 감초 연기까지 어우러지면 시청자들로부터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찬사를 받았다. 


특히 아이돌 그룹 '엑소'의 디오(도경수)는 재열(조인성 분)의 환영 속의 인물인 한강우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감정 연기가 많고, 상당히 까다로운 캐릭터였음에도 신인 배우, 그것도 아이돌 가수 출신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놀라운 연기를 보여주었다.


이처럼 아이돌 가수 출신이라고 하더라도 역할의 크기와 관계없이 자신의 옷에 딱 맞는 캐릭터를 맡고, 충분한 캐릭터 분석과 준비를 한 경우에는 극에 완벽히 녹아들어 시청자들에게 아무런 위화감(違和感)도 주지 않을 수 있었다. 시청자들도 별다른 이질감 없이 드라마를 시청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시크릿의 한선화와 엑소의 디오가 그 대표적인 예인 셈이다.



드라마의 주연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모든 신인 배우들에겐 꿈만 같은 일이다. 톱 클래스의 배우가 아닌 이상, 미니시리즈 등에 주연으로 출연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아이돌 가수들은 그런 기회를 비교적 쉽게 얻게 된다. 게다가 실패를 경험하더라도 재기의 기회가 쉽게 찾아온다. 그만큼 '혜택'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더욱 철저히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민폐를 끼치고자 애를 쓰는 사람은 없겠지만, 스스로 판단했을 때 자신에게 주연 배우로서의 깜냥이 없다고 판단된다면 과감하게 포기하는 선택도 필요하다. '연기'는 아이돌 가수들의 퍼포먼스와는 달리 연습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결국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고 볼 때, 한선화와 디오처럼 조연 배우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는 것이 매우 바람직한 방향일 것이다.


시청자들은 여전히 '좋은' 드라마를 바라고 있다. 훌륭한 시나리오와 연출, 거기에 열연을 펼치는 진짜 배우들이 출연하는 그런 '좋은' 드라마 말이다. 하지만 아이돌 가수들의 드라마 점령, SM의 독점.. 이로 인해 '드라마'가 병이 들고 있다. 당장 이러한 흐름이 바뀔 것 같진 않다. 시청자들의 원성이 자자하지만, 여전히 드라마 제작에 있어서 '갑(甲)'은 돈일 수밖에 없다. 어쩌겠는가, 마음에 들지 않는 시청자들이 TV 전원을 끄거나 케이블 방송을 찾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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